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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내가 걸은 60 성상(星霜)의 목장길>1. 혹독한 현장 체험훈련의 시작

  • 등록 2015.08.26 10:29:49

 

계사 청소·사양관리에서 산란기록 조사까지
고된 ‘밑바닥 업무’부터 수행…실무능력 키워

 

군대 제대 후 첫 직장인 경기도 도립안양종축장의 노용환 종축장장은 6척 거구로 불독같은 인상과 당시 준공의 모택동과 같은 인상을 지니고 있어 앞으로 혹독한 시련이 있겠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사업주임 및 각 가축별 주임에게 직접 소개하고 김군은 계사(鷄舍)에 배치하겠으니 양계주임(김성태)의 지시를 받아 열심히 일하도록 하라는 훈시를 한 다음 사무실에 앉을 자리의 책상도 없는 상황에서 내일 아침 6시까지 계사 앞으로 나오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양계계에 배치했으면 양계주임으로 하여금 사업 및 작업지시를 받는 것이 온당하다고 생각되는데 장장이 직접 내일 아침 6시까지 계사로 나오라고 지시를 내리니 의아하게 느껴졌다.
그 이튿날 장장의 지시대로 동이 트지 않은 어두컴컴한 6시전에 계사 앞에 나가있었고, 잠시 후 장장이 자전거를 타고 계사 앞에 나타났다.
장장은 미리 준비해둔 쇠갈퀴, 싸리 빗자루, 닭똥을 담는 싸리 삼태기를 주면서 계사 10동 중 2동(동당 5실, 실당 100수, 산란계 1천수) 수용계사의 사양관리 및 청소 임무를 부여하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양계주임과 직원(관리일부)에게 물어보며 차질없이 업무를 수행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일은 이렇게 진행된다. 우선 사료주기 전 계사 청소작업(닭 통 치우기 등)은 닭이 저녁에 회로 올라간 아래를 손전등으로 비추어 닭 통의 배분상태의 이상 유무를 먼저 관찰한다.
동이 튼 다음 닭이 회에서 내려오면 운동장으로 내몬 후 계사 2동 방 10개(1천수 수용)의 청소와 사료주기의 작업이 9시경 끝나면 자동사료 급이기를 통해 사료를 주면 아침 작업이 완료된다.
그 이후에는 계사 운동장의 청조 사료주기 및 사료배합 작업이 매일 같이 반복되는 일과였다.
대학까지 나온 자를 단순작업(닭똥 치우기 등)을 시켜놓고 1주일에 한 두번 계사에 예고 없이(6시 작업 전) 나타나 아침 작업을 준비하는 나를 데리고 다니며 양계 사양관리에 대해 직접 지도해주기도 했다.
계사에는 항상 유리접시(사례)를 준비했다가 흰곱똥상태, 불근곱똥상태, 물똥상태 또는 회충약을 급여한 그 다음날 아침 닭통에 섞여 나온 회충을 사례에 수거하도록 지시하고, 똥의 상태별 원인과 회충의 암수 구분, 암수 비율을 조사함과 동시에 회충 감염의 경로와 산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리포트를 작성해 보고토록 했다.
이듬해(1957년) 1월말까지 닭똥 치우기, 계사운동장의 눈 치우기 등 계사 닭 관리에 대한 작업을 하면서 산란계에 대한 관리요령과 시기별로 어떤 문제가 일어난다는 것을 책이 아닌 체험으로 체득할 수 있었다.
1957년 2월부터는 여자 고용원이 하던 산란계의 산란기록 조사를 내가 담당하게 됐다. 산란계사 10동에(50실, 5천수) 수용돼 있는 산란계의 개체별 산란능력을 조사, 기록하는 작업으로 업무가 바뀐 것이다.
지금의 산란계는 고도로 개량 선발된 인브리딩 원종계를 이용한 4원 교잡 산란계이지만 그 당시에는 가계선발된 산란계가 케이지에 한 마리씩 수용되어 있기 때문에 개체별 산란능력 조사에는 큰 문제가 없다.
당시에는 계사 내의 회(닭이 저녁에 올라가 자는 자리) 밑에 설치된 산란상에 산란함으로 집단계군의 능력을 조사할 수는 있었지만 개체별 산란능력 조사는 불가능했다.
그러므로 개체별 산란능력의 조사를 위해서는 집란자가 몸을 계속 구부려 산란상의 문을 열어 닭에 부착돼 있는 링밴드 및 내그밴드의 개체번호를 보고 개체별 산란기록 조사로 고능력 산란계를 선발해 개량하는 육종체제였다.
계사 10동 50실을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5~6회에 거쳐 조사하는 일은 계사청소 및 관리보다 몇 십 배의 고통스러운 작업이었다.
계사관리 및 집란 개체별 산란기록 작업으로 얻어진 체험은 60 성상의 축산 길을 걸으면서 모든 사항을 다각적으로 분석해 대응방안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일처리의 훈련시기였다고 생각한다.
육종학적으로 산란능력을 좌우하는 위전인자는 초산일령, 조숙성, 산란 강도, 취소성, 산란 지속성 이렇게 5개가 있는데 이를 한 개체에 집결시킨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웠다. 가능하면 고산란능력의 백색레그홍 산란계를 개체 및 집단 선발, 상호교배 하는 것이 당시 산란계의 육종방법이었다.
집란기록 중 산란지속 30일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산란하는 닭과 5일 산란하고 1~2일 쉬는 닭의 번호가 자연스럽게 내 머릿속에 입력되다보니 닭의 균형 잡힌 체형, 볏의 크기와 윤택성, 치골과 치골의 넓이 등에 차이가 있는 것을 체험적으로 느끼게 됐으며, 운동장에 무리를 지어 있는 닭 중에서도 고산란성 닭과 저산란성 닭을 어렴풋이 시각적으로 구분할 수 있게 됐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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