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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아이를 건강하고 총명하게 키우려면

 

임경숙 교수(수원대학교·대한영양사협회 회장)

 

늘 활짝 웃는 우리 이웃의 순애씨. 처녀 적엔 미스코리아만큼 날씬했다고 주장하지만 이제는 듬직한 체형으로 변한 순애씨는 오늘도 씩씩한 초등학생 아들, 애교쟁이 유치원 딸과 함께 잡곡밥과 유기농 채소로 차린 저녁식사를 하고, 내일 아침에 먹을 시금치를 다듬으며 남편 김과장의 귀가를 기다리고 있다. 식탁에는 직접 뜬 하얀 레이스 식탁보가 덮혀 있고, 거실바닥은 반들반들 윤이 나며, 베란다 화분마다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상추, 깻잎, 치커리 등을 살펴보면 동네사람들이 붙여준 살림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다.
화목한 가정의 지혜롭고 알뜰한 주부로서 자부심이 드높은 순애씨는 가족의 건강이 무엇보다 최우선이다. 아이 둘을 직접 만든 이유식으로 키웠다. 밥상에는 인스탄트 음식은 물론 고기도 거의 올리지 않는다. 대신 싱싱한 샐러드와 참기름으로 맛을 낸 나물로 구성된 채소위주의 밥상으로 두 아이 모두 요즘아이 답지 않게 채소를 된장국과 나물을 좋아하고 채소 편식을 하지 않는 아이로 키우고 있다.
순애씨가 본격적으로 채식 밥상을 차리게 된 것은 몇가지 계기가 있다. 처음에는 둘째 출산 후 줄어들지 않는 체중을 줄이겠다고 순애씨만 채식을 하였다. 그러나 일 주에 두세차례씩 술냄새를 풍기며 귀가하여 건강을 우려하게 하던 남편 김과장이 드디어 직장인 건강검진 결과, 고지혈증에 지방간까지 있다는 소식을 전한 후 남편에게도 채식을 권유했다. 그러다가 이년전 어느날 새벽 남편과 입사 동기인 업무과 서과장이 심근경색으로 병원 응급실로 가 간신히 살아났다는 소식을 듣고나서는 고기 뿐만아니라 달걀마저도 밥상에서 없앴다. 대신 각종 잡곡과 채소가 풍성하게 올려진 밥상으로 가족 건강을 지키고자 실천하고 있다.
열성적인 엄마, 순애씨의 자녀 양육 목표는 두 아이를 똑똑하고 참을성 있도록 키우는 것. 공부도 잘하고 활기찬 아이로 키우는 것이 목표이다. 그런데 순애씨의 두 아이는 또래 아이보다 키가 한뼘은 작고 마른 편이다. 순애씨 부부가 대한민국 성인의 평균 체격을 지닌 점을 고려해보면 아이들의 성장 발육이 더딘 것으로 보인다. 두아이 모두 감기도 자주 앓는 편이다. 순애씨는 아이들을 위해 보약이라도 지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자, 그러면 보약을 먹어야만 순애씨의 자녀들은 키도 크고 면역력도 높아지고 학습능력이 높아질까? 보약을 구매하기 전에 밥상을 우선 바꾸어보는 것을 제안한다. 
아이들이 제대로 성장하고 면역력도 갖추고 지구력과 학습능력을 키우려면 동물성식품 섭취가 필수적이다.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달걀 등 동물성 식품에는 공통적으로 필수아미노산이 골고루 들어있어서 질이 좋은 단백질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단백질은 사람의 근육을 만들어줄 뿐만아니라 뼈를 구성하는 필수 물질이어서 성장 발육에 꼭 필요한 주요 영양소이다. 그뿐만아니라 글로블린 등 면역물질을 만들어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해준다.
또한 동물성식품에는 철분도 듬뿍 들어있다. 철분은 혈액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의 주요 구성분으로서, 빈혈을 예방하는 무기질이다. 부족하면 산소 공급에 차질이 생겨 두뇌발달이 지연되고 성장도 둔화된다. 2011년 최신 영양 저널에 실린 미네소타 대학의 프레탐 박사팀 연구에서도 빈혈 증세가 있는 어린이는 정상 어린이보다 학습능력이 부진하고 산만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두뇌는 우리가 생각하고, 학습하는 모든 활동을 총괄하는 기관이며, 그런만큼 산소와 에너지를 끊임없이 받아야 하고 부족하였을 때 부작용이 큰 것이다.
육류에는 어린이 성장과 면역에 필수적인 아연도 풍부하게 들어있다. 아연은 생체막의 정상적 기능을 유지하는데에도 필수적이며, T-세포 등 전반적인 면역기능 강화 역할을 한다. 비타민도 풍부하게 들어있다. 에너지 대사를 활성화시켜주는 비타민 B1 뿐만아니라, 세포 건강을 지켜주는 비타민 A도 듬뿍 들어있다. 특히 혈액구성에 필수적이면서 동시에 두뇌 신경세포를 감싸는 수초의 정상적인 기능 유지에 필수 영양소인 비타민 B12도 육류를 섭취해야만 제대로 보충받을 수 있다. 수초가 파괴되면 신경세포를 퇴화시켜 감각 기능이 손실되고 보행 이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동물성 식품을 섭취해야만 어린이들의 성장 발육에 필요한 필수아미노산, 무기질, 그리고 비타민을 모두 섭취할 수 있다. 채식만으로는 성장기 어린이에게 필요 영양성분을 모두 제공하기 어렵다. 따라서 순애씨 자녀가 건강하게 쑥쑥 자라고, 학습능력이 좋도록 하려면,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또는 달걀요리 중 적어도 한종류 이상은 순애씨 가족 밥상에 매 끼니 올려보는 것이 중요하다. 채식 위주의 식생활이 성인의 다이어트나 생활습관질환을 예방하고 치료에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결코 바람직한 균형 밥상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성장기 아이에게는 채소 편식보다 더 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제 아이를 총명하게 키우기 위한 ‘똑똑한 밥상’ 차리기는 순애씨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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