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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가축질병 방역전선 이상 없나

 


윤봉중 본지 회장

모든 산업재해 ‘세월호’ 처럼
사전 경고·징후 간과해 발생
축산현장 가축질병도 마찬가지

정말 어이가 없다. 대한민국을 청정국으로 인정한 세계동물보건기구(OIE)가 찍은 스탬프 잉크도 마르기 전에 그것도 한 여름 삼복더위에  FMD라니 할 말이 없다. 어디 그뿐인가, AI도 방역당국이 종식선언을 카운트다운 하는 와중에 연이어 발생하고 있으니 할 말이 더더욱 없을 수밖에. 도대체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되었기에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산업재해를 얘기할 때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이른바 ‘하인리히법칙’이란 게 있다. 1 : 29 : 300 법칙이라고도 하는데 1931년 미국의 한 보험회사에 근무하던 허버트 하인리히가 사고(事故)의 인과관계를 계량적으로 분석해서 발표한 이론으로서 미국 보험사들의 손해사정에 활용된다고 한다. 큰 사고로 중상자가 1명 발생하면 그 전에 같은 이유로 29명의 경상자가 발생했고, 또 그 전에는 역시 같은 이유로 사고를 당할 뻔 한 아찔한 순간이 300회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29명의 경상자가 발생한 사고는 경고이며, 300회의 아찔했던 순간은 징후라고 봐야 한다. 하인리히는 큰 사고의 이면에는 언제나 이러한 경고나 징후가 있었지만 그걸 알아차리고 막지 못한데서 불행을 겪는 것이라고 했다.
수 백 명의 아까운 목숨을 앗아 간  ‘세월호 참사’도 사고가 일어나기 까지 숱한 경고와 징후들이 있었을 것이다. 부도덕의 극치를 보여준 선사(船社)는 그렇다 쳐도 감독당국이라도 제 역할을 했더라면 불행은 막거나 최소화할 수 있었다. 기본적인 기업윤리의 실종과 일부 감독당국자들의  태만이 대형참사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나라 전체가 혼돈을 겪고 있다.
연이어 발생소식이 전해지고 있는 FMD나  AI도 세월호 참사처럼 경고를 무시하고, 여러 징후들을 간과했기 때문이 아닐까. 전문성이 결여된 현장방역의 누수와 백신접종 누락과 같은 그동안의 지적들은 분명한 경고와 징후를 뜻하는 것이었다. 이런 경고와 징후들을 간파해 방역을 조이며 다잡았더라면, 축산현장이 한층 긴장했더라면 막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인리히는 같은 맥락에서 2 : 10 : 88 법칙이란 것도 내놓았다. 모든 사고의 88%는 인간의 불안전한 행위(실수 등), 10%는 안전하지 못한 기계적, 신체적 상태에서 비롯되며 2%는 인간의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불가항력적 이유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이다. 불가항력적 이유 2%를 뺀 나머지 98%는 당사자들의 긴장과 기계적 결함해소 등의 노력으로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어볼 때가 아닐까. 눈앞의 결과만 놓고 볼 때 이에 대한 대답은 아무리 후해도 ‘글쎄’쯤 이다. 백신접종 누락사례가 적지 않다는 데도 어떻게 해볼 수단이 없고, 방역현장에는 전문가가 태부족이다. 축산국에 수의심의관을 두어 방역컨트롤타워를 보강하자는 지적에는 수의직 일자리 늘리기 아니냐는 비아냥과 함께 안행부 벽을 넘을 수 없다는 메아리만 들려오는 상황에서 과연 물샐 틈  없는 방역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체 농업생산액의 40%를 점하는 산업에 이처럼 심각한 위기가 닥쳤는데도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축산현장 마저 긴장이 풀렸다면 축산과 농촌경제의 앞날은 캄캄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어이없는 일이 도대체 얼마나 더 일어날지 두려운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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