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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지금이 다투고 있을 때인가?

 


윤봉중<본지 회장>

  오래 전 본란에 ‘순망치한(脣亡齒寒)’ 이란 제하의 글을 쓴 적이 있다. 그해 한 민간경제연구소가 국내 기업 최고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성공습관을 사자성어로 표현해달라는 설문조사를 한 결과 순망치한(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을 꼽은 응답자가 압도적 1위였는데 칼럼소재로 안성맞춤이었다.
그런데 필자는 지금 7년이나 지난 그 글을 다시 더듬고 있다. ‘리메이크(remake)’ 아니냐는 지적을 감수하면서까지 글을 쓰는 이유는 축산을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이 순망치한을 화두(話頭)삼아 이를 실천해야 한다는 믿음과 소망이 그 만큼 간절하기 때문이다.
순망치한의 정신이야 누군들 모르랴만 이를 실천하는 문제는 뜻을 아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처럼 보인다. 축산업계를 보면 더욱 그런 것 같다. 축산업계는 지금 축종별 단체와 협동조합, 축산농가와 축산기업, 축산과 후방산업, 그리고 사육규모별로 해묵은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뻔한 바닥이라 거론하기조차 민망하고, 그 양상은 전 방위적인 데다 고질적이기까지 하다. 심각한 병폐다.
이익집단과 이해가 엇갈리는 계층 간 갈등이야 세상사가 그렇듯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이를 조정하고 다스릴 수 있는 자정능력이 없어 갈등이 만성화됐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한국축산은 지금 대내외적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축산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갈등은 따지고 보면 모두 이해득실에서 비롯된다. 이익집단 간의 주도권다툼도 마찬가지다.
어떤 경우에도 갈등의 치료약은 배려와 상생의 정신이다. 이것이 순망치한의 교훈이다. 엄연히 존재하는 상대의 실체를 부정한대서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한 꺼풀 벗겨 보면 모두 ‘입술’과 ‘이’의 관계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 법인데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앙앙불락 하는 건 아집일 뿐이다. 순망치한의 정신이 갈등치료약이 되기 위해서는 리더십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도자가 분기탱천한 구성원들의 요구에만 부응하는 것은 리더의 덕목이 아니다.
지금 우리 축산이 당면한 현실은 하나같이 녹록치가 않다. FTA는 뉴질랜드를 제외한 축산선진국 모두와 체결했거나 타결됐지만 이에 따른 대책은 손에 잡히는 게 하나도 없으며, 여기에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마저 기다리고 있다. ‘안티축산’은 이제 사이버공간을 넘어 TV와 각종 출판물에까지 활개를 치는 세상이 됐다. 일부 지자체는 축사신축과 관련, 거리제한을 넘어 신규진입을 아예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하려 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면 이제 그만 다툼을 멈춰야 한다. 암울하기만 한 현실을 타개할 힘은 축산내부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전후방산업까지 포함한 구성원 모두가 지혜를 모을 때만이 축산인들의 목소리에 울림이 있을 것이고, 힘도 실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익단체들은 각기 설립목적과 조직유형에 따라 역할을 분담하고, 지도자들은 인기에 편승하지 말고 냉철한 자세로 나서야 한다. 정부도 이해집단간 갈등이나 조장하는 대표조직이니 뭐니 하는 어설픈 정책의 유혹을 떨쳐내길 바란다. 축산이 없으면 이익단체나 그 구성원, 나아가 전후방산업도 없는데 다툴 시간이 어디 있는가. 미세먼지로 요 며칠 뿌옇다 못해 회색빛이던 관악산의 신록이 모처럼 제 색깔을 찾았다. 순망치한의 교훈이 널리 퍼지기를 기원하는 모두의 마음이 담긴 것이라면 더욱 푸르게 보일 것 같은 부질없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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