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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2000년대 중반부터 질적성장 없이 몸집만 부풀어

농업생산액 2위 양돈산업, 식량산업 위상 높지만

[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박근혜 정부 출범 계기로 본 축산,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농업전망을 통해 올해 양돈생산액이 5조2천72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국내 농업 생산액의 12.1%에 해당하는 것으로 상위 10개 품목 가운데 미곡에 이은 두 번째 규모. 더구나 축산업만을 놓고 보면 그 비중이 이미 30%를 훌쩍 넘어서며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온 한국 농촌경제의 핵심산업이다. 식량산업으로서 입지도 더욱 공고해졌다.

 

국산돈육시장 10년간 정체…수입만 늘어나
후속대책 부재…정작 생산성 향상되니 ‘혼란’
내년 무관세수입 본격화…새틀서 동력 찾아야

 

지난해 국민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이 마침내 20kg대에 올라선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 1990년 11.9kg 보다 두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이는 그 소비량이 절반(69.8kg) 정도로 내려앉은 쌀의 약 1/3에 해당하는 것으로 양돈산업은  대표적인 ‘서민식품’ 수준을 넘어 국민들의 식탁을 책임지는 주요 단백질공급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처럼 위상을 한껏 드높여온 한국 양돈산업. 하지만 성장동력을 잃은채 당장 사육기반마저 흔들리며 10년 앞의 미래도 장담치 못하는게 화려한 치장속에 감춰져 있는 게 한국양돈산업의 현주소다. 

사육두수는 최고치 경신
전문가들은 “2000년대들어 양돈산업의 성장세가 급속히 둔화된데다 중반 이후엔 사실상 정체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 시기의 생산액 증가는 원가상승 및 도축수 감소에 따른 고돈가 기조가, 돼지고기 소비증가의 경우 수입육이 주도해 온 만큼 지금 상태에서는 국내 양돈산업의 성장기가 막을 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는 각종 통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돼지사육두수는 FMD 사태직전인 지난 2010년 990만두까지 늘어나며 정점을 찍었다. 표면적으로는 성장세를 구가한 것처럼 보일 수 도 있다. 그러나 그해 돼지도축두수는 1천460만두에 그치며 8년전인 지난 2002년의 1천533만두에 비해 오히려 5%가 감소했다. 당시 사육두수는 900만두가 채 되지 않았다. 생체중 증가를 감안하더라도 거의 정체 상태임을 알 수 있다.
2003년부터 국내 양돈현장에 큰 피해를 입히기 시작한 소모성질환으로 인해 생산성이 급격히 저하됐기 때문이다. 몸집만 부풀려졌을 뿐 국내 양돈산업의 성장이 사실상 멈춰져 왔음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고돈가 기조속 시장 내줘
이렇듯 성장없는 고돈가 기조속에 국내 양돈업계가 호황 단꿈에 젖어있는 사이 수입돼지고기는 관세장벽을 넘어 급속히 그 세를 불려왔다.
2002년 7만1천톤에 불과했던 돼지고기 수입량은 2010년에는 16만9천톤으로 무려 2배이상 늘었다. 광우병파동의 여파로 수입육 전반에 걸쳐 불신이 확산되면서 잠시 주춤하기도 했지만 한 때 그 규모가 25만톤(2007년)에 달하기도 했다.
이 기간동안의 국내 돼지고기 소비량 증가분을 사실상 수입돼지고기가 독식해 왔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로인해 2000년대 직전까지만해도 90%를 상회했던 돼지고기 자급률은 지난 2006년 마침내 70%대로 내려앉기도 했다.
그나마도 국민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이 19kg에 오른 지난 2007년 이후 1kg을 늘리는데 무려 5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될 정도로 돼지고기 시장의 성장 역시 극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각종 규제 사육기반 흔들
국산 돈육시장의 오랜 정체에도 불구하고 부풀려진 몸집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도축두수로 돼지가격이 지지되는 이상구조속에서 큰 탈(?)없이 유지돼온 양돈산업의 ‘틀’은 FMD 사태를 거치며 급격한 균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양돈현장의 생산성까지 회복되기 시작하면서 극한 공급과잉과 함께 돼지가격이 폭락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갖은 처방전에도 불구하고 6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생산비 이하의 불황은 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돼지사육두수가 FMD 직전과 큰 차이가 없지만 지금도 하루 도축량이 7만두에 육박하면서 10% 이상 많은 돼지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양돈이 산업화된 이후 끊임없이 생산성 향상을 부르짖어 왔지만 정작 후속대책은 전무, 결과적으로 국내 양돈산업이 대혼란에 빠져들게 하는 ‘독’으로 작용하는 ‘모순'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FMD 사태 당시 돼지가격이 사상 유례없는 수준으로 폭등한데다 정부의 무관세 돼지고기 수입까지 겹치며 무너져버린 국산유통기반을 수입돼지고기가 차지하면서 생산비 이하의 돈가에도 불구하고 돼지고기 수입은 오히려 늘어나는 기현상마저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다보니 단기적으로는 돼지사육두수가 큰 폭으로 줄지 않는 한 가격안정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그나마 사육두수가 줄더라도 거대 돼지고기수출국들과 연이은 FTA발효로 인해 내년부터는 무관세 돼지고기 수입이 본격화, 국내 돈가에 발목을 잡게 될 것인 만큼 지금대로 라면 예년과 같은 수익성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미국이나 유럽과 마찬가지로 저수익 구조로 본격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수년전부터는 돼지를 키울수 있는 입지마저 줄어들고 있다. ‘양돈=혐오산업’ 이라는 오명속에서 각 지자체들은 지방조례를 통해 가축사육제한구역을 확대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상당수 농가들이 신축은 커녕 시설개선을 위한 개축까지도 기대하기 힘든 시한부 양돈이 불가피한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를 부채질하는 권고안으로 논란을 빚었던 환경당국은 얼마전 가축분뇨를 공장폐수 수준으로 관리하는 가축분뇨법 개정까지 추진하고 있는 상황.
양돈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금만 버티면 좋아질 것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견고한 사육기반 구축과 함께 양돈산업의 새로은 틀을 짜지 않는 한 양돈산업의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반토막난 돈가 회복 새로운 로드맵 필요”

>>인터뷰/ 한돈협회 이 병 모 회장

 

 

식량기반 위협…정부 적극적 개입 불가피
자급률 85% 목표 공격적 실행전략 수립
외부 교섭력 강화…양돈 ‘우군’ 확대 절실

 

“지금은 돈가안정이 최우선입니다. 이대로라면 살아남을 농가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렇다고 이후를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겠죠. 양돈산업의 새로운 ‘틀’ 이 필요합니다. 안그러면 최근과 같은 불황은 계속 반복될 겁니다.”
국내 양돈산업이 사상 유례없는 위기라는 대한한돈협회 이병모 회장. 그는 협회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돈가안정을 위해 정부와 농가가 할 일이 무엇인지 명확히 제시한 바 있음을 설명하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지금이라도 적극적인 개입을 하지 않는다면 나중에는 식량산업이 날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수천억원을 투입해도 부족할 상황이 도래할 수 있음을 정부는 직시해야 한다”는 이 회장은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거둔후에는 보다 공격적인 시각으로 양돈산업의 장기적인 로드맵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내 양돈산업 현실의 냉정한 분석을 토대로 생산과 소비 모든면에서 자급률 85%에 맞춘 실행전략이 수립, 실행에 옮겨져야 한다는 것이다. 수출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는게 그의 지론.
이 회장은 우선 지속적인 생산성 향상 노력을 강조했다. 양돈선진국의 경우 30%의 추가비용이 투입돼야 수출이 가능한 만큼 생산성만 끌어올린다면 국산돈육 역시 충분히 가격경쟁력을 갖출수 있다는 분석이다.
산, 학, 관, 연이 참여하는 새로운 조직(가칭 종돈개량위원회)를 발족, 실질적인 종돈개량 사업을 주도해 나간다는 계획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대책의 일환이다.
저지방부위소비 활성화를 위한 범양돈업계 차원의 노력도 강조했다.
이들 부위의 소비와 가격을 끌어올림으로써 국산돈육시장의 ‘파이’를 키우되 삼겹살에 집중된 매출비중을 낮춰 수입을 견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네 제과점에서 식빵을 사는 것처럼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토록 해 육가공품이 많이 소비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는 이병모 회장은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는다면 20kg에 머물고 있는 국민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을 25kg까지 끌어올리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단 소비증가분의 대부분이 반드시 국산으로 대체돼야 한다는 것.
한계에 도달한 농가에 퇴로를 열어주는 정책적 배려 역시 해당농가는 물론 보다 탄탄한 양돈산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정부 차원의 결단을 촉구하는 이병모 회장.
“앞으로 한돈협회의 외부교섭력을 강화하는데 주력하면서 한돈학회 설립 등 양돈산업의 우군을 보다 많이 만드는데 주력해 나갈 것”이라는 그는 “양돈은 이제 ‘경영'이 필요하다"며 양돈농가도 자금운영과 기술, 시설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미래를 내다보는 양돈경영인으로서 거듭나야 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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