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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대를 이은 봉사정신…‘나눔 가치’ 드높여

나눔축산운동 우수사례<12>/ 전남 광양 임마누엘 시온농

[축산신문 신정훈 기자]


양돈장에 들어서도 축사가 보이지 않는다. 봄에는 만발한 꽃과 푸른 나뭇잎으로 뒤덮이고, 가을이면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가득하다. 이렇듯 아름다운 풍경에 묻혀서 그런지 분뇨 냄새도 잘 풍기지 않는다. 이곳이 축산 현장이라는 것은 농장 입구에 설치된 간판과 차량용 소독 시설, 그리고 출입자용 전신 소독실을 통해 알

 수 있다. 


“깨끗한 농장 가꾸기부터”…환경개선 총력   

 노인복지센터 운영·장학사업 등 묵묵히 전개

 환경오염 무마용 봉사로 오해 땐 마음 아파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고 했다. 이웃을 보살피고, 나눔을 실천한 농장으로 소문이 자자한 만큼 농장을 대하는 첫인상 또한 예사롭지 않았다. 어쩌면 나눔의 실천은 깨끗하고 아름다운 축산을 통해 축산현장이 혐오시설이 아닌 정원 같은 인상을 이웃에게 심어주는 것이 그 시작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농장 경영주를 빨리 만나고 싶어졌다.

전남 광양시 진월면 차사리 산1번지에서 모돈 250두 규모의 양돈업(임마누엘 시온농장)을 하는 안한성, 병영 부자가 그 주인공이다. 

이 농장을 소개해준 김종인 순천축협조합장과 함께 농장을 찾았다. 안병영 대표가 부친 안한성 회장(사단법인 노경회)이 거처하는 집으로 안내했다. 거실에는 대통령 표창장을 비롯해 전직 대통령의 초청으로 만찬에 임하는 사진은 물론 각종 감사패, 공로패가 즐비하다. 

안 회장은 그동안 관련 공무원이나 기자의 방문을 많이 받은 듯 말끔한 자료집부터 내 놓는다. 언뜻 펼쳐보니 안씨 부자가 그동안 펼쳐온 봉사활동 일지가 사진과 함께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돼 있다. 안 회장의 이야기는 196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업축산을 하면서 당시 광양군 진월면 발전위원장에 임명된 이후 농협설립, 경로당 설립, 중학교와 지서 설립 기여 등 지역 사회 발전에 헌신해온 지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놨다. 

주목되는 것은 지역사회를 위한 많은 일을 하면서도 대가를 바라지 않았다는 것이다. 웬만하면 선출직 단체장 등을 탐낼 만도 한데 그렇지 않았다. 그가 마지막으로 이룬 것은 사비를 털어 노경회(노인을 공경하는 모임)를 설립한 것이다. 2002년의 일이다. 이후 2005년 사단법인 설립허가, 2008년 노인복지센터 개관으로 이어졌다. 2009년에는 조손가정, 모자 가정의 자녀들을 위한 장학사업도 실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주변 청년회 행사나 경노 행사, 송년 행사 등에 매년 돼지 70마리 정도 내놓는다고 한다.

더욱 강조되는 것은 이 같은 나눔을 대를 이어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 회장의 아들 병영씨는 부친이 그동안 추진해왔던 사업을 이어받아 더욱 활기차게 이어가고 있다.

안 회장의 아들 병영씨가 축산현장에 뛰어든 것은 1981년이다. 당시 직장생활을 접고 한우 샤로레 교잡종 5두로 시작했으나 소값 파동을 겪으며 부침을 거듭하다가 1986년 후계자 자금을 받고 돼지를 키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오늘의 양돈기반을 갖춘 것은 92년에서 95년 사이라고 한다. 현재 농장 HACCP 인증을 받고 보성 회천녹돈브랜드로 출하하며 안정된 양돈 경영을 하고 있다. 나눔의 기반인 셈이다.

그러나 안정된 양돈경영이라고 하지만 모돈 250두 규모의 양돈장에서 나눔을 실천한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온농장에서 그동안 꾸준히 나눔을 실천할 수 있었던 것은 큰돈을 벌어서 가능했다기 보다는 순전히 안씨 부자의 일상화된 봉사정신에 기인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안 회장은 아들 병영 내외를 볼 때마다 늘 미안한 마음이라고 한다. ‘남을 섬기는 것이 곧 나를 위한 것’이라는 철학을 갖고 있는 안 회장 자신은 이웃을 생각하고 봉사하는 마음이 몸에 뱄지만 아들에게까지 그것을 강요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들 병영씨 또한 양돈업을 하며 이웃을 살피고 남을 생각하고 봉사하는 일에 익숙해졌다. 

시온농장에서 사비를 털어 만든 노인복지센터를 찾아 노인들을 대하는 그의 모습이 말해줬다. 할머니 한 분 한 분 손을 잡아주며 건강을 챙기고 안부를 묻는 모습이 마치 친 할머니를 대하듯 다정하고 살뜰했다. 

이렇듯 시온농장 안씨 부자는 몸에 밴 모습 봉사와 배려의 마음으로 이웃과 함께 했다. 하지만 그들도 양돈업을 하는 이유 때문에 겪는 아픔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비가 오면 폐수 오염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는 것은 주위 사람들이 양돈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무마하기 위해 이런저런 봉사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안 회장은 남을 비방하기 전에 자신을 먼저 돌아보며 그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꾸준히 이웃을 살피며 하던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들 병영씨 또한 아버지의 그런 생각을 운명처럼 받아들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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