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9 (일)

  • 구름많음동두천 22.4℃
  • 구름많음강릉 23.7℃
  • 맑음서울 24.0℃
  • 구름많음대전 24.7℃
  • 구름많음대구 23.5℃
  • 구름조금울산 24.7℃
  • 구름많음광주 25.8℃
  • 구름조금부산 27.9℃
  • 구름조금고창 26.8℃
  • 구름조금제주 27.7℃
  • 구름조금강화 23.1℃
  • 구름많음보은 23.4℃
  • 구름많음금산 24.8℃
  • 구름많음강진군 25.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맑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연재

상당수 노후화 축사 사실상 ‘시한부’

기획시리즈/ 지방조례, 축산 근간을 흔든다

[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증개축까지 제한 지자체 확산…3조 규모 시설현대화사업 ‘그림의  떡’
부여군의 한 축사시설현대화사업자
축사신축 법적 절차·민원 해결 불구
조례 개정에  무산…막대한 피해만 

충남 부여에서 양돈장을 운영하던 J씨는 요즘 통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가축사육제한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부여군의 개정된 지방조례가 지난 9월22일부터 본격 발효되면서 2년여간 준비해온 모돈전문농장 신축사업을 중단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그가 매입한 양돈장부지가 민가(주택 5가구 이상)에서 직선거리 500m이내에 위치, 부여군의 개정된 조례에 따라 신축이 불가능해 진 것. 적정한 자격심사를 거쳐 지난해 정부의 축사시설현대화사업자로 선정된 J씨로서는 황당하기 그지 없는 노릇이었다.
J씨는 “부지선정 당시만 해도 지방조례의 저촉을 받지 않았을 뿐 만 아니라 사전환경성 검사 등 허가 취득을 위한 법적 절차는 물론 주민 설득까지 끝낸 상황이었다”며 “그러나 지방조례가 개정되면서 이 모든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버렸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2년간 축사신축 추진에 올인해온 J씨가 받은 정신적 충격은 말할 것도 없는 상태. 더구나 부지와 진입로 매입을 비롯해 사전환경성 검토 및 지구단위 용역비에 이르기까지, 들어간 돈만도 1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져 막대한 유무형의 피해가 불가피하게 됐다. /관련기사 6면

◆800m까지 사육제한도 
각 지자체들 사이에 마치 경쟁하듯 이뤄지고 있는 지방조례 제·개정의 폐해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얼마전부터 최대 800m거리까지 가축사육을 제한하는 지자체까지 속속 출현하면서 양축농가들이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일단 가축사육제한지역에 포함되면 축사신축은 꿈도 꾸지 못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여기에 증축은 물론 개축까지 규제하는 지자체들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상당수 지자체들이 가축사육제한지역내 축사의 증개축이 필요할 경우 주민동의를 받도록 한 것이다. 
충북 C군의 한 산란계농가는 “가축사육제한지역이 아님에도 기존 축사의 개축작업까지 반대하는 주민들의 민원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이러한 상황에 주민들의 동의를 받아오라는 것은 하지말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들 지역의 경우 실낱같은 가능성이라도 있으니 그나마 사정은 나은 편이다. 부여군 처럼 아예 증축자체를 불허하는 지자체도 출현하고 있는 만큼 곧 타 지자체로 확산될 소지가 높다.
그러다보니 J씨의 사례에서 나타나듯이 당장 정부의 축사시설현대화 사업부터 제동이 걸리고 있다.  

◆빛바랜 FTA 핵심대책
축사시설현대화사업은 정부가 FTA의 최대 피해자인 축산업의 경쟁력제고를 표방하며 내놓은 이른바 FTA 핵심대책. 
정부는 한-EU FTA 발효에 이은 한-미 FTA 비준과정에서 축사시설현대화사업 지원 규모를 당초 1조5천억원에서 3조원으로 확대했다. 내년에만 4천885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올해보다 무려 3배 가까이 늘어난 액수다.
이 뿐 만이 아니다. 이 사업이 사육규모 확대로 이어지는 것을 철저히 경계해왔던 것과는 달리 앞으로는 신축과 증축까지 허용하겠다며 의욕을 보이는 정부지만 지방조례라는 예상치 못한 ‘장벽’에 부딪히게 게 됐다. 
수조원에 달하는 정부사업이 지자체와의 철저한 엇박자로 인해 실효성 자체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주관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내에서도 많은 농가들이 지방조례로 인해 축사시설현대화사업을 포기할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지자체에서 가축사육제한구역을 거주지에서 1km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정부의 시설현대화사업을 통해 노후화된 시설을 개선하려 했는데 이로인해 차질을 빚게되지 않을까 걱정”이라는 전남 J군 소재 한 종돈장 운영자의 고민은 양축현장의 분위기를 짐작케 한다. 
경기도의 한 양축농가는 “양축농가들이 사용할수 없는데 수조원을 풀면 무엇하느냐”고 반문하면서 “결국 정부에서는 양축농가들을 기만하고 있는 셈”이라고 날을 세웠다.    

◆‘시한부 삶’ 불가피
이러한 현상은 비단 정부사업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FTA를 넘어 한국 축산업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될 것이라는 게 축산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FTA에 따른 전면시장 개방시대하에서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노후화 축사의 경우 개축없이는 유지가 어려운 상황. 하지만 지방조례를 통해 축사개축까지 제한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는 만큼 기존의 축사라도 노후화되면 농장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시대가 점차 도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시한부 축산'이 불가피하다는게 양축농가들의 반응인 것이다. 실제로 축사시설현대화사업에 나서고 있는 정부 추정 축사의 내구연한이 10년이다. 단순계산이기는 하나 지금과 같은 지방조례 제·개정 추세라면 10년후 부터는 급격한 농가수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나마 국내 모든 축사가 개축을 완료했다는 가정하의 계산이지만 실상은 큰 차이가 있다.
축사시설업계에서는 국내 축사 가운데 지금 당장 50% 정도는 시설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는 만큼 그 시기는 훨씬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은 게 현실이다.
축산단체의 한 관계자는 “수입 축산물과 경쟁도 일단 국내 사육기반이 있어야 가능한 것 아니겠느냐”며 “앞으로는 농장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자체가 문제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