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국은 구제역과 전쟁 중이다. 바이러스와 벌이는 치열한 전장에서 축산농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최전방에 서 있는 사람들이 있다. 구제역 상황에서 축산인, 공직자, 군인까지 고생하지 않는 사람들이 없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힘들고 궂은일도 마다않고 묵묵히 솔선수범하고 있는 전국의 142개 축협 직원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장기화된 방역상황에서 누적된 피곤도 잊고 사명감 하나로 방역현장을 지키고 있는 말 그래도 ‘축산지킴이’이다. 살처분 현장에선 가슴으로 눈물을 흘리면서 축산농가와 고통을 나누고, 백신접종 현장에선 소 뒷발에 차이면서도 언 손을 녹여가며 구제역과 사투를 벌이기도 한다. 한쪽에선 밤낮을 잊고 두눈을 부릅뜨고 방역초소를 지킨다. 또 다른 한쪽에서 축산과 방역이 생소한 공무원들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뛴다. 현장에 투입된 직원들은 방역수칙을 지키기 위해, 부족한 인력 때문에 가족과 생이별도 겪는다. 구제역 방역현장에서 축산지킴이들을 만났다. |
돼지 살처분 현장에 투입됐던 평택축협 김정석 팀장은 “방역활동이 장기화되면서 피로가 누적되고 있지만 직원들은 각자 맡고 있는 업무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두 눈을 비벼가며 전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다. 방역도 기존 업무도 모두 소홀할 수 없는 일 아니냐. 힘들어도 조합원들이 느끼는 고통만 하겠냐”고 말했다. 김 팀장은 “1차 백신접종 때 5일 동안 직원 30명이 투입됐다. 축협으로 백신이 도착하면 읍면동 단위로 나눠주는 일까지 도맡았다. 급여까지 모아서 방역성금도 만들었다. 그래도 직원들은 누구하나 힘든 기색, 싫은 기색을 보이는 일이 없다. 조합원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 아니냐”며 웃었다. 소독약 희석을 마친 정병대 상무는 “인력부족으로 피로감이 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축협 직원이 대충 대충하면 되겠나. 모든 축협인들이 사명감 하나로 버티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얘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고덕초소 옆 공터에선 도로에서 소독약을 한번 통과했던 사료차량을 비롯한 축산관련차량들이 들어와 운전석을 포함해 차량소독을 다시하고 소독일지를 작성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었다. 같은 날 늦은 오후 찾은 제천단양축협. 장재호 조합장은 지난달 13일 제천지역에서 구제역 예방접종이 시작되자 희망하는 직원 6명을 이끌고 예방접종반에 자원해 직접 솔선수범한 장본인. 장 조합장은 “직원들 고생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범용 대리는 백신 접종 과정에서 소에 차여 아직도 병원에 입원 중이다. 조합장 이전에 양축을 하는 농가 중 한 사람으로서 힘든 기색 한번 안 비추고 휴일도 없이 방역활동에 매진하는 조합 직원들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장 조합장은 구제역 상황이 끝나기 전에 집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각오로 아예 방을 따로 얻어 혼자 생활하고 있는 중이다. 제천단양축협은 구제역 양성판정이 나왔던 송학면에 사료하치장을 설치하고 두 명의 직원을 전담 배치해 사료운송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사료하치장에서 만난 김종문 대리와 윤경호 대리는 외부접촉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식사도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있었다. 김 대리는 “송학면에 10명의 양돈농가를 포함해 모두 400농가가 있다. 하루 1천500포 정도의 배합사료가 하치장에 들어와 별도의 차량을 통해 농가에 공급된다. 그동안 철저한 소독이 이뤄지는 것은 물론”이라고 말했다. 백신 접종에도 투입됐던 김 대리는 “공무원도, 젊은 군인도 소 잡는 것을 겁을 내곤 한다. 농가들도 소를 잡고 있는 일에 익숙하지 않더라. 결국 축협 직원들이 팔을 걷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대리는 접종이 끝난 후에도 하치장에 배치돼 한 달 동안 사무실에 못 들어가고 방역현장을 지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