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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철저한 예방으로 삶의 터전 지켜야죠”…자율방역 의지 ‘활활’

■동행취재/‘일제 소독의 날’방역현장을 가보니

[축산신문 이재형 기자]
 
- 2인1조 7개 차량으로 편성된 이천 호법지역 공동방제단원들이 관내 농장 입구, 도로 주변 등 지역 곳곳을 빠짐없이 돌며 소독작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천 호법지역 공동방역 활동은 시와 이천축협의 물심양면의 지원 속에 활발히 이뤄졌다. 사진은 방제단원들이 관내 소독활동을 위해 자신들의 차량에 소독장비를 질서정연히 실어 나르고 있다.
매주 수요일은 ‘일제소독의 날’이다. 이 날이면 축산현장은 내 농장, 내 주변을 소독하느라 분주하다. 예고도 없이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질병’이란 불청객으로부터 금쪽같은 가축들을 보호하기 위한 축산인들의 자구 노력이다.
이중 투철한 공동체 의식으로 자율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이천시 호법지역의 소독 현장 을 찾아가 보았다.

시·축협 등과 유기적 협력…지역농가 똘똘 뭉쳐 공동방역 총력
2인1조 축사 주변 곳곳 소독 일사불란…정지된 방역시설 ‘옥의 티’

오전 10시경 이천축협을 방문, 윤두현 조합장으로부터 관내 소독활동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윤 조합장은 현재 이천지역에는 읍면별 11개 공동방제단이 운영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공동방제단은 대부분 축협 조합원들과 축산계원들로 구성돼 있다는 설명이다.
윤 조합장은 이어 이천축협은 악성가축질병으로부터 조합원들의 피해를 예방하고 안전한 축산물 생산을 위해 이천시와 함께 소독장비와 소독약품 등을 지원 하고 있으며 특히 맛드림한우작목회 조직을 동원해 소독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전 12시경 호법지역 공동방제단을 총괄하고 있는 이천축협 호법축산계 이창근 계장을 만났다. 한우를 비육하고 있다는 그는 검게 그을린 얼굴에 허연 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으며 기자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공동방제단의 소독 활동은 오후 1시부터 시작됐다. 이유는 방제단 구성원이 농가들이다 보니 아침 일찍 자신의 농장부터 철저히 소독하고 점심 이후 모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후 1시 윤두현 조합장, 이창근 계장과 함께 호법면사무소로 이동했다. 면사무소 마당에는 모든 방제단원들이 일찌감치 집결해 있었다. 이천시 호법면장을 비롯해 시청 축산임업과 방역담당 계장도 나와 방제단원들을 독려하고 있었다.
단원들은 총 7개조로 편성, 2인 1조로 나뉘어 자신들이 몰고 온 차량에 물탱크와 소독기를 질서정연하게 실어 날랐다. 특히 소독약을 희석시킬 물은 면사무소 내 위치한 이천소방서 호법파출소에서 공급받았다. 1톤 용량의 물탱크에 소독약을 가득 채운 방역차량들은 곧바로 정해진 코스로 출발했다.
기자는 이 계장과 함께 주박리로 향하는 방역차량 뒤를 따라갔다. 방역차량은 농장 입구, 주변 도로 곳곳에 빈틈없이 소독약을 분사하며 좁은 비포장 길을 내달렸다.
기자는 이동하면서 이 계장으로부터 이천축산계 호법공동방제단이 그동안 펼쳐온 활동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2002년 인접지역인 안성, 용인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경기도 일대 축산농가에 초비상이 걸렸다고 회상했다.
“구제역 유입을 막기 위해 호법지역 축산인 모두가 두 달 가량 밤낮을 가리지 않고 차단방역에 총력을 다했죠. 구제역이 코앞까지 확산된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내 농장을 지키기 위한 필사의 몸부림이었습니다. 다행히 우리지역에는 피해 없이 구제역을 막아 냈고 그로 인해 모두가 방역 불감증에서 깨어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는 “그해 4월 ‘우리지역 농장은 우리의 힘으로 지키자’는 취지에서 이천축산계를 중심으로 공동방제단이 발족됐고 지역 내 170개 농가 대다수가 공동방역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는 동안 이 지역 농장 몇 곳을 방문했다. 농장 입구마다 발판소독조가 눈에 띄었다. 소독일지도 꼼꼼히 기록돼 있었다.
취재차량이 주박리의 한 양돈장 입구에 도착했다. 입구에는 무인소독시설이 설치돼 있었지만 고장인지 작동되지 않았다. 무용지물이었다. 이 계장은 “농장주들이 겨울철에 소독약이 얼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작동을 정지시키거나 고장 나는 경우가 더러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아쉬운 대목이다.
취재차량은 다른 방역조를 찾기 위해 송갈2리로 향했다.
그곳에서 만난 방역차량 위에서 한 방제단원이 구슬땀을 흘리며 희뿌연 소독약을 농장 곳곳에 살포하고 있었다.
부친과 함께 젖소 30두를 사육하고 있다는 주미목장의 진연길씨는 “매주 수요일마다 공동방역작업을 하는 일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하던 일을 잠시 멈췄다.
“힘들다뇨, 예방만이 우리가 살 길인걸요. 생산비 폭등으로 가뜩이나 힘든데 몹쓸 질병이라도 터지는 날에는…. 매주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세 번이라도 해야죠”라며 다소 쑥스러운 듯 말했지만 그의 눈빛에선 투철한 방역의지가 넘쳐났다.
총 7대의 방역차량으로 나눠 일사불란하게 치러진 이날 공동방역 활동은 오후 4시가 조금 넘어서 종료됐다.
이 작업에 참여한 송영규씨(이천축협 전 이사)는 “지역 내 농가 모두가 유기적인 협력으로 매주 실시하는 소독작업의 효율성을 보다 높일 수 있었다”며 “공동방역 작업을 통해 우리지역 내 종종 발생하던 우결핵 등도 사라졌다”고 힘주어 말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열 명 중 한 명만 잘못해도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는 게 질병이란 놈이죠. 소중한 내 삶의 터전인데 누구의 손에 맡기겠습니까”라며 너털웃음을 짓던 한 방제단원의 말이 다시금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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