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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인형의 ‘황소 발자욱’<70회>

제4부 이인형 하면 고집불통? (14)

  • 등록 2007.08.22 11:42:14
6. 왜 번번히 NO를 합니까? (3)

‘정권 실세’ 전경환 애완동물협회장 나에게 호의적 태도
해외출장 동행 제의 매번 거절…비서관 “무슨 배짱인가”

나는 정부예산 중 애완동물보호운동에 필요한 예산을 경제기획원에 제출했다는 설명을 하기 위해 전경환 회장을 만나러 새마을운동중앙회를 방문했다. 면회실에서 대기를 한지 10여분이 지나서 비서관의 연락을 받고 회장실로 들어가니 전 회장은 이 과장 왔느냐며 환대해 주는 것이었다. 나는 지원금을 정부예산에 추가로 요청 했다는 설명을 하면서 경제기획원에서 얼마를 책정할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그러냐고 하면서 그 자리에서 경제기획원장관께 전화를 걸어 잘 살펴달라고 부탁을 하는 것이었다.
통화를 마친 후 나에게 외국의 애완동물보호운동 상황도 살피고 세계애완동물복지재단에도 들리기 위해 다음 달 영국에 가기로 했으니 같이 출장을 가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일 때문에 출장을 갈수가 없다며 사양을 하자, 다시 출장비가 없어서 그러느냐면서 그러면 장관에게 말해주겠다면 전화를 하려는 것이었다. 나는 곧바로 회장님의 말씀을 장관께 전하겠다는 말로 통화를 무마시키고 사무실로 돌아 왔다. 그리고 장관께 전경환 회장으로부터 영국 출장을 같이 가자는 제의를 받았다는 것을 보고 드리고 없었던 일로 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 뒤 한 달 쯤 지나 또다시 회장께서 찾으셔 방문을 했더니 이번엔 애완동물축제가 개최되는 멕시코로 출장을 가자고 하는 것이었다.
그 후 일곱 번째 방문을 했을 때도 회장께선 다음 주에 가는 일본출장을 함께 가자고 제의해 나를 계속 당혹스럽게 했지만 그럴 때 마다 끊임없이 이유를 들어 사양을 했다. 1987년 여름부터 돼지 값이 폭락하는 등 어려운 일이 산적해 있어 자연스럽게 이유를 대며 사양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왠지 전경환 회장과 가깝게 지내는 것이 나의 생리에 맞지 않는 것 같기도 했다.
생각해 보니 나는 전경환 회장이 애완동물협회회장으로 선출된 후 애완동물협회 임원들과의 만찬 초청도 거절했고, 그 후 세 번의 해외출장 제의도 모두 거절 한 것이었다. 만약 이런 제의를 모두 받아들였다면 친분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됐겠지만 마음이 내키지를 않아 모두 거절을 한 것이다.
일곱 번째 면담을 마치고 일본출장을 사양하고 나오는데 비서관이 좋지 않은 얼굴로 나에게 와 잠깐 이야기 좀 하자더니, 장관을 발령받은 사람은 우선 제일먼저 전경환 회장을 방문해 인사를 드리는 것이 관례(慣例)가 됐고, 그 장관들도 회장님께서 부탁하시는 일에는 한 번도 거절 한 예가 없는데, 이 과장은 무슨 배짱으로 네 번씩, 아니 번번이 NO를 합니까? 하며 핏대를 세우는 것이었다. 그 후에 1987년 12월 17일 대통령선거가 있었고 정권이 바뀌면서 여러 가지 잘못된 일로인해 전경환 회장은 애완동물협회장을 사직하게 됐다. 나는 그해 1년 사이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보면서 권력의 무상(無常)함을 실감하게 됐다.
전경환 회장이 애완동물협회와 관련이 없는 다른 일로 구속되면서 세계애완동물보호재단에서 지원하겠다는 보조금 20만 달러를 누가 받아서 사용 했는지, 좋지 않은 말들이 전해지면서 전경환 회장이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됐다. 나도 담당과장으로서 어느 토요일 오후 4시에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고 대검찰청으로 출두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래서 나는 생전 처음 검찰청을 방문하게 됐으나 기분이 유쾌하지는 않았다. 그러한 나의 기분을 이해하고 있었는지 담당검사가 친절이 맞이하면서 과장님을 오시라고 한 것은 책임을 질수 있는 분이 세계애완동물협회의 보조금 20만 달러에 대해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분명한 답변이 있어야 이 사건을 종결지을 수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조서를 작성해 줄 것을 요구했다.
나는 몇 차례의 수정을 거쳐 보조금 20만 달러는 농림부는 물론이고 애완동물협회 및 전경환 회장 등 누구도 받지 않았다는 조서를 작성 해 제출했다.
나는 정치를 할 줄 모르고, 사교적인 성격도 아니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그 당시에 권력자인 전경환 회장에게 접근할 수 있는 몇 번의 좋은 기회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모두 멀리 한 것은 야망도, 출세욕도 없었던 탓이었는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겁도 없이 내 마음이 내키는 대로 행동을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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