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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인형의 ‘황소 발자욱’<67회>

제4부 이인형 하면 고집불통?(11)

  • 등록 2007.08.09 11:41:49
5. 인제군 기린면 진동2리 개발계획을 (2)

북한강 수원 등 요지…개발땐 자연환경 훼손 우려
계획서 독촉 한달간 버티다 결국 개발 철회 이끌어

우리조사단 일행은 현장에 도착해 인제군청 직원들이 준비를 한 점심을 먹고, 이곳이 어떠한 곳인가 하고 개황(槪況)을 파악하고자 가장 걷기 좋은 산골짜기를 따라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눈이 허리까지 깊게 내렸고 한참을 가도 가도 오늘 가 보려고 하는 목적지가 아직도 많이 남았다고 해서 도중에 돌아서고 말았다. 늦은 시간에 내려오다가 첫날부터 길을 잃어 허둥지둥 대면서 추위에 변을 당할 수도 있는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그래서 다음 날부터는 길을 잘 아는 마을 사람을 앞세워 현지의 산세, 지질 등의 실태를 조사했다.
나는 1주일간의 현지 실태를 조사한 결과, 우선은 이곳이 한강의 상류(上流)이며, 북한강 수원(水源)의 근원지 일뿐만이 아니라 아름드리 참나무 등이 무성한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원시림(原始林)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누가? 왜? 이곳을 개발하자고 제의를 하고 다녔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실태조사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당시 산림청 경영과장이며 대학동기인 김영달 과장(산림경영국장, 임업연구원장 역임)과 오랜 시간에 걸쳐 이야기를 한 결과, 이곳은 우리 둘이서 지키지 않으면 후대에 두고두고 원망을 듣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로 결론을 내리게 됐다.
새마을중앙회연수원과 낙농단지로 개발하겠다는 곳이 단지 원시림이라고 설명해서는 실감이 나질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 이런 곳이 있었든가 할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는 오지(奧地)로 소문이 난 관광지로서 2000년대에 들어 각광을 받기 시작했고 현재는 이 지역을 보존하기 위해 등산을 자제하도록 하는 휴식년제가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이곳을 거쳐 점봉산과 남 설악산을 등산 코스로 하는 해발 1,164km에 자리한 천혜(天惠)의 산상화원(山上花園) 곰배령, 그 곰배령을 오르자면 설피마을을 지나 인제군 기린면 진동2리를 거쳐야 한다고 한다. 간단하게 설명했지만 그 당시 현재에 마지막 남았다고 하는 자연림이며 원시림인 이곳을 개발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대통령의 지시사항이었으므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은 시간을 고민하다 개발계획보고서를 올리지 않기로 마음을 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장관께서는 빨리 대통령에게 개발계획보고서를 올리라고 독촉을 했고, 나는 그때마다 “알겠습니다” 하고 대답을 하고 나와서는 또 주위의 돌아가는 상황을 점검해 보곤 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난 2월 하순경 어느 날, 친구인 산림청 김영달 과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전화 내용은 어제 보안사령관이 대통령에게 진동2리를 개발해서는 안 된다는 보고를 하니 알아서 처리를 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순간 이제는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축산국장, 차관보, 차관 그리고 장관에게 보안사령관이 대통령에게 진동2리 지역을 개발해서는 안 된다고 보고를 했다는 내용을 말씀드렸다. 장관께서는 그러냐고 하면서, 그러면 진동2리를 개발하지 않는 방향으로 보고서를 작성해 올리라고 지시를 하셨다. 이렇게 해서 개발하면 안 되는 내용으로 정리한 보고서를 작성해서 대통령의 재가를 받았으며, 나는 공무원으로서 또 한 번의 힘든 고비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이렇게 해 새마을중앙회연수원은 강화군 영종도에 건설됐다. 그 후 정권이 바뀐 후에 연수원의 건설과 건축허가를 해준 강화군수와 관계공무원이 처벌을 받게 됐다는 신문기사를 읽게 됐고, TV를 통해서 그 광경을 보면서 씁쓸한 웃음밖에 나오질 않았다. 무분별한 개발을 막기 위해 그 당시 일은 참 잘 처신한 일 이었다고 회상하면서 이젠 다 지나간 나의 인생여정에서 이뤄졌던 운명적인 사건으로 가슴깊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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