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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인형의 ‘황소 발자욱’<65회>

제4부 이인형 하면 고집불통? (9)

  • 등록 2007.07.25 11:45:27
4. 당신은 선택된 사람이요 (2)

“인사조치 명단 달라” 장관 독촉에 끝까지 버텨
장관 교체직전 관련사건 처리 결재받고 ‘안도’

내가 젖소수입관계로 사직권고를 받기 시작한지 2개월이 지나고 있는 어느 날 1985년 2월 초순쯤의 일이다. 하루는 장관께서 나를 부르셨는데 대하시는 태도가 그 전과는 완전히 바뀌어 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장관께서는 “내가 조사를 해보니 이 과장은 그 사건이 전개될 때 병원에 있었고 잘못이 없다고 하던데, 그 일을 저지른 농림부와 기관의 관련자들을 인사조치하겠으니 명단을 적어 내시오”라고 말씀을 하셨다. 이제는 됐구나 하는 생각이 뇌리(腦裏)를 스쳐가는 동시에 순간적으로 나도 돌변하여 “장관님 그 사건은 제가 잘못한 것입니다”라고 대답을 했다. 하지만 장관께서는 이 과장은 병원에 있었고 서류에 서명을 한 적도 없었다는 데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며 더 이상 말을 들으려고도 하질 않으셨다.
그래서 나는, 제가 병원에서 계장에게 지시해서 일이 이뤄지게 됐다고 설명을 했지만, 그 일에 관련된 관계자의 명단을 제출하라는 말씀만 계속 들어야 했다. 나는 장관실을 나와서 누구에게도 그 말을 하지를 않고 혼자서 삭이면서 참고 지냈다. 물론 명단을 제출하라는 독촉(督促)은 계속됐지만 2월이 지날 무렵에는 일체 말씀이 없어서 나도 모른척하며 가급적 장관실을 들어가지도 않았다.
그때에 나에게 새로운 소식을 전해준 사람이 있었다. 그 내용은 장관이 다음 주에 바뀔 것이니 1주일만 더 참으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차관이 나에게 사직서 독촉을 한 후 국장, 차관보, 차관 모두가 관여하지 않고 오직 장관 한 사람만이 계속해서 사직서를 독촉을 했다는 사실은 지금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누가 비정상적인 정보를 장관에게 보고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그 때마다 나는 어머니께서 지어주신 별명 그대로 정말로 무서운 ‘쇠귀신’이었다.
그렇게 힘든 고충을 겪고 있었지만 나는 곧 장관이 바뀌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다시 고민에 빠지게 됐다. 그 일을 결말내지 않고 새 장관이 부임을 하면 틀림없이 문제가 돼 몇 사람이 다치거나, 감사원 감사에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을 했기 때문에 힘이 들더라도 장관의 결재를 받아 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첫 번째 서류는 당시의 ‘낙농현황분석과 전망’, 두 번째 서류는 ‘앞으로의 낙농산업대책’ 그리고 세 번째 서류는 문제가 된 ‘젖소 수입 건에 대한 실상(實狀)과 대책’으로 구분해 2일 간격으로 결재를 올렸다. 앞의 두건은 무사히 장관의 결재를 받았다. 그 사이에는 사표이야기도, 관련자의 명단 제출을 독촉하는 말씀도 없었다. 그런데 세 번째 서류를 보고 드리게 되면 불씨를 지피는 일로 발전될 수가 있어 무척 고민이 됐지만 어찌하겠는가? 직접 부딪치는 길밖에 없었다.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세 번째 서류를 장관에게 보고를 하기 위해 국장에게 설명을 드렸다. “이 과장, 이 서류는 왜 결재를 서두르려고 하는가?” 하기에 “장관이 바로 바뀐답니다” 하고 말을 하니 어디서 들었느냐고 묻기에 대답도 하지 않고 빨리 서명이나 해 달라고 독촉을 했다. 그렇게 해 오전에 차관까지 무사히 서명을 받고 점심식사를 한 후, 곧바로 장관실로 가서 비서실 옆방에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비서가 오후 1시 50분경에 결재를 받으라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오후 2시 이전에는 결재를 피하는 것이 관례이나 나는 한시가 급한 상태였다. 그래서 부지런히 들어가 보고를 드리니 한마디 말씀도 없이 결재를 해 주시는 것이 아닌가? 나는 ‘휴’하고 한숨을 내쉬며 장관실을 나와 결재 도장을 받는 순간 2시 뉴스에 장관이 황인성 장관으로 바뀌었다는 방송을 듣게 됐다. 이것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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