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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인형의 ‘황소 발자욱’<63회>

제4부 이인형 하면 고집불통? (7)

  • 등록 2007.07.16 12:01:48
 
- 1981년 8월 5일 일간지에 게재된 돼지고기·닭고기 소비홍보 기사.
3. 언젠가는 짐이 될 것인데(2)
정부자금 투입 첫 돼지·닭고기 홍보사업 전개
결재안 삼수끝에 합격…장관 “실수말라” 당부
나는 돼지고기와 닭고기의 소비촉진홍보계획을 장관에게 결재를 받지 못하고 물러선 후 다음 날 다시 장관실에 들어가 장관 책상위에 서류를 올려놓았다. 무슨 서류냐고 묻기에 돼지고기와 닭고기 소비촉진홍보계획이라고 말씀을 드리며 보고를 드리려고 하자, 얼굴색이 변하시면서 가지고 나가라고 하시기에 또 다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참으로 답답하지 않을 수 없는 일, 어떻게 해야 하나 아무리 머리를 짜도 좋지 않은 내 머리에서 대안(代案)이 나올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하루저녁 잠을 설치며 보내고 나서 또 다시 세 번째 도전을 하기로 했다. 우선 이번에는 물러서지 말고 끝까지 보고를 드린다고 마음을 굳게 다지고 같은 서류를 ‘세 번째’ 들고 장관실로 들어 같다. 내가 결재서류를 펴서 책상위에 올려놓자 장관께서는 제목을 보시더니, “이 과장 이 일을 반드시 해야겠소? 이 사업을 처음 실행하게 되면 중단할 수도 없고 매년 실시하면서 언젠가는 이 과장에게 짐이 될 것인데 그래도 해야겠소?”하고 물으시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고 있는 상황과 필요성을 설명 드리자, 실수를 하지 말고 잘 하라고 하며 결재를 해주셨다. 이로써 정부에서 자금을 들여 처음으로 돼지고기와 닭고기 소비촉진홍보를 하는 사례를 남기게 된 것이다. 이 사업은 수입쇠고기 소비홍보와 같이 병행해 1981년 8월 5일부터 실시됐으며, 현재까지도 소비가 둔화 되던지 가축 값이 하락했을 때는 소비촉진홍보를 하고 있다.
그 당시에는 정부가 예산으로 축산식품의 소비촉진홍보를 하는 주체가 됐고, 그 후부터 가축별 과잉생산 또는 구제역 같은 질병발생으로 축산식품의 소비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정부가 앞장서서 홍보를 해왔다. 또한 자조금제도의 활기를 띠게 하는데도 일조를 했다. 현재에는 각 축종별 자조금제도가 실시돼 소비홍보의 일부를 부담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정치와 정책 등 모든 분야에서 책임자 또는 담당자가 1~2년이면 자리를 바꾸다 보니 이미 실시하던 사업은 아무리 중요한 것이라도 사장되기가 일쑤이며, 이렇다 할 전문가가 없고, 책임감도 없는 기현상(奇現象)이 연속돼 결국 산업발전의 악영향을 초래 한다고 생각한다.
그 당시 수입쇠고기 소비촉진홍보를 하다 보니 쇠고기의 품질을 판단하는 능력을 갖춰야하는 경우가 있었다. 어느 날 아침 8시경, 장관실에서 호출을 해 가 보니 축산국장이 이미 와 계셨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생각지 못한 사건이 전개된 것이다. 장관께서 내가 어제 집에 가는 길에 식육업소에 들려 수입쇠고기와 한우고기를 한 근씩 사 가지고 집에 가서 요리를 해 먹었는데, 앞에 고기는 이렇고 뒤의 고기는 저렇다면 어느 것이 한우 고기냐고 물으셨다. 국장에게 먼저 대답을 해 보라고 하자 국장은 앞에 것이 한우고기라고 했고, 나에게도 묻기에 나는 뒤에 것이 한우고기라고 대답을 했다. 그랬더니 수행 비서를 불러 어느 것이 한우고기냐며 확인을 하시니, 뒤에 것이 한우고기라고 해서 내가 쇠고기를 구분하는 면접시험에 합격을 한 것이다. 그런데 사실은 국장이 앞에 것이라고 했으니 나는 뒤에 것이라고 대답을 해야 둘 중에 한 사람은 맞춰 50점짜리 체면은 유지할 것 같아 국장과 반대 의견을 낼 수밖에 없었다. 장관이 현장을 매주 일요일에 순시를 하고 쇠고기를 맛으로 구분하면서 일을 해야 하는 실전에 가까운 위기상황을 맞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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