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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인형의 ‘황소 발자욱’<57회>

제4부 이인형 하면 고집불통? (1)

  • 등록 2007.05.14 11:03:28
1. 나의 자화상은 (1)
신세지기 싫어 부모님 도움도 번번이 거절
자립심 강한 성격은 고집불통의 산물인 듯
나와 같은 세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했듯이 나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러나 남들과 다른 면이 있다면 태어날 때에 네 세대 18명이 같이 살고 있는 대가족이었으며, 그 환경 속에서 넷째 아들로 태어나 눈칫밥을 먹고 자랐다는 것이다. 또한 내가 태어나던 해에는 워낙에 살기가 어려워서 어머니께서는 가을과 겨울 내내 죽으로 끼니를 때우는 날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한 생활환경에서 내가 어머니의 태반에서 자라는 것이 부담이 되었던지 태어나자마자 맥박이 뛰는 것 같았으나 숨을 쉬지 않아 방 출입문 옆에 포대기를 덮어 두고 3일간을 보냈다는 이야기를 어머니로부터 몇 번 들은 기억이 있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고행(苦行)의 길을 거쳤고 4일 만에 숨을 쉬기 시작해 기적과도 같은 삶의 행운을 얻었다. 그래서 몸이 약했던 것인지 어려서 하루거리 병이라고 하는 마라리아병에 자주 걸린 기억이 생생하다. 어머니께서는 항상 인삼을 다린 인삼탕을 지겹도록 먹이려고 애를 쓰셨고, 나는 가끔 인삼탕을 먹기가 싫어서 인삼탕 그릇을 앞마당에 내 던지기도 했다.
또한 성장을 하면서도 별로 말이 없는 아이,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였으며, 초등학교를 들어가서는 하늘이 청명하고 맑은 날, 학교를 가면서 우산을 달라고 고집을 피워 결국 우산을 들고 가는 고집쟁이였다. 특히 내가 넷째 아들로 태어났으나 위로 두 분이 어려서 세상을 작별한 관계로 둘째 아들이 됐으나 열 살 차이가 나는 종손인 형과의 차별대우를 받아서 그런 것인지 항상 형에게는 사고를 일삼는 못마땅한 아이였다.
또한 고등학교 3학년 때의 한 예를 들면 1953년부터 1955년까지는 6.25 전쟁 직후여서 집과 통근기차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은 시절, 공부를 한다고 촛불을 켜 놓고 책상에 팔을 베고 잠이 들면 마루에서 바느질을 하시던 어머니께서 언제 발견을 하셨는지 방으로 들어오셔서 머리를 쥐어박으시면서 “이 놈아 초가 아깝다. 성적도 올리지 못하면서 매일 공부를 한다고 촛불을 켜 놓고 잠만 자냐”며 꾸지람을 듣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항상 잠이 많아 졸리면 일찍 자라고 구박을 받던 아이로 성장을 하면서 도저히 사람 노릇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아이였기에 일찍이 아버지께서 하시는 일을 이을 농민후계자로 지목된 아이였다.
그런데 지금도 내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왜? 어려서부터 형과 부모에게 반항아로 변했는지? 왜?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아니하고 혼자서 어떻게 하든지 살아가려고 애를 써 왔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예를 들자면 대학을 졸업할 때에 아버지께서 네가 축산과를 졸업하니 평택에 목장을 할 땅을 사 주겠다. 결혼하고 살림을 차릴 때에 어머니께서 가구 등을 새로 마련해 주시려 하니 누구의 신세도 지지 않고 살 것이라면서 거부해 어머니께서 눈물을 흘리게 했던 일. 축산시험장 등 연구기관 관사 생활을 하다가 서울에 있는 농림부로 전근돼 새 집을 장만할 때에 아버지께서 네가 준돈 170만원으로는 집을 살수가 없으니 보태서 살만한 집을 사주겠다고 하시는 제안을 거부하고 내가 모은 돈으로 장만을 한 청운동의 11평짜리 청운아파트에서 서울 생활을 시작한 일, 모두가 고집불통의 산물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많은 고통과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편안한 삶을 누리고 있으니 사람팔자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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