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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인형의 ‘황소 발자욱’<50회>

제3부 내 인생에 승부를 걸었던 사건들(29)

  • 등록 2007.03.14 11:25:19
7. 시험연구체제의 개선인가? 개혁인가?(7)

연구원들 실패 두려워 설계심의 조사항목 제외
“모든책임 내가 진다” 과감한 연구주문 큰성과

내가 역점을 두고 추진한 시험연구체제의 전환 및 시험연구절차의 개선은 보수적인 사고와 내가 최고라는 두뇌를 보유한 조직에서 볼 때 매우 못 마땅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 연구원들의 표정은 굳어 있었고, 웃음 또한 사라지고 있는 이때의 일이다.
1993년 9월 28일로 기억이 나는데 그 날은 강당에서 대학교수, 타 연구기관 연구원, 산업계 기술자 및 행정공무원과 축산시험장 연구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우의 시험연구 프로젝트화를 위한 시험연구방향에 대해 담당과장이 발표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누가 요새 별난 짓들을 하고 있다며 한우 개량연구는 다했는데 무슨 새롭게 한우개량연구를 하겠다고 떠드느냐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나는 뒤를 돌아다보니 전임 장장께서 서 계셨다. 나는 “한우개량에 대한 연구를 한 것이 있으면 말씀을 해 보십시오. 한우개량 목표를 산출 근거도 없이 600kg로 정해 놓은 것 외에는 무엇이 있다고 그렇게 말씀을 하십니까”라고 말했더니 전임 장장께서는 내가 말을 잘못한 것 같다며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시기에 휴회를 했다가 다시 발표 진행을 했다.
다음날 명예연구관들에게 그 해 5월경에 청장의 결재를 받고 농림부 장관에게 보고한 한우 시험연구방향을 설명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후부터 나를 외면하던 연구원들이 일을 하겠다고 호응(呼應)을 하면서 냉랭하던 분위기가 급전환됐다.
그렇게 되도록 도와주신 전임 장장에게 감사를 드린다. 나는 항상 이렇게 도와주는 사람이 있기에 보람 있는 일을 할 수가 있었다. 한 순간의 포착이 그렇게 중요한 것이다.
연구과제의 프로젝트화는 시험연구 과제를 대형화해 축산시험장에 전문연구원이 없으면 학계, 타 연구기관 및 산업계의 기술자를 모셔다 공동으로 실시하는 시험연구체제로 전환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한우 고급육생산에 관한 연구를 하기위해 영양, 육질, 골격, 대사 및 육종을 전공한 학자와 연구원들이 공동으로 참여함으로써 한 번에 종합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또한 각 전문분야별로 연계해 공동연구를 수행하면서 사각지대의 연결고리를 점검해 현실에 적용할 때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연구자가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전혀 생각지도 못한 연구 과제를 발굴할 수도 있는 장점도 있다. 그래서 과감히 추진한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 해 8월 어느 날 설계심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H항목이 없는데 추가를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질문을 하니 그 항목은 조사하기도 힘들고 분석하는데 현재 예산으로는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분석에 실패하면 감사원 감사때 지적당해 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예산을 더 확보해 주겠으니 조사항목을 추가하도록 하고 분석이나 조사를 실패했을 경우 나에게 보고해 결재를 받으면 내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해 많은 과제들을 보완한 경우가 있었다.
그 후 감사원 감사를 실시할 때 감사관들에게 사전에 양해해 달라는 부탁을 했더니 실패한 시험연구과제나 항목에 대해 장장의 결재를 받은 것은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 시험연구체제는 정립이 됐으나 연구원들을 너무 고생하도록 강요한 일, 공직생활 중에 항상 왜 남들과 같이 편안한 길을 택하지 못하고 고되고 힘든 길을 택하였는지를 자문해 볼 때 나의 고집불통(固執不通)인 성격이 크게 일조를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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