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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용도별차등가격제, 소통의 원년 기대

[축산신문 민병진 기자]


우여곡절 끝에 올해 1월 1일부터 용도별차등가격제가 시행됐다.

음용유 소비량의 감소, 소비트렌드 변화에 따른 대체음료시장의 확대, 2026년 완전 개방을 앞두고 있는 유제품 시장 등 대내외적 위기 속에서 국내 낙농·유가공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낙농제도개편이란 과업을 완수해야 할 당위성은 모자름이 없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충분한 이해와 소통이 이뤄졌는가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1년여간 이어졌던 정부와 생산자간 강대강 대치는 정부가 ‘선 제도개편, 후 원유가격조정’ 기조를 고수하면서 결국 생산자가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로 정부안에 공감대를 형성하며 대승적 합의에 이르렀다.

날이 갈수록 사료가격이 폭등하는 가운데, 인상조건이 갖춰졌음에도 원유가격조정이 낙농제도 개편과 얽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심적 고통을 받고 있는 농가들을 위해서라도 생산자 대표들은 큰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어찌됐건 파열음이 끊이지 않았던 낙농제도개편을 둘러싼 갈등은 일단락됐다.

공전을 거듭해온 낙농제도개편 작업은 추진력을 얻어, 정부의 뜻대로 올해 용도별차등가격제가 도입됐으니 말이다.

그러나, 합의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이 길었던 탓일까. 올해 1월 1일 용도별차등가격제 시행이란 목표에 매몰된 탓일까.

낙농·유가공산업에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올 대대적인 제도개편임이 분명한데 세부시행방안을 마련하고 시행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3달 남짓에 불과했다.

물론, 3달이란 시간이 짧지만은 않은 시간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현장에서 용도별차등가격제가 절름발이식 제도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는 점을 비춰 볼 때 의견 수렴과 준비 과정이 충분했었는지 되짚어 볼 필요는 있다.

특히, 시장점유율 40%를 차지하는 서울우유협동조합을 비롯해 빙그레, 비락, 푸르밀 등 4개사가 용도별차등가격제에 동참하지 않으면서 정부의 의도대로 국산 원유의 경쟁력 제고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참여주체와 비참여주제 소속 농가는 똑같은 품질의 원유를 생산하더라도 유대서 차이가 발생하게 돼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유업체 입장에서도 정부지원을 받아 가공유용 원유를 리터당 600원에 구입하더라도 여전히 국제 원유가격에 비해 비쌀 수 밖에 없어 국산 원유로는 이익이 발생하는 구조가 아니다. 게다가 2026년 외산 유제품 관세철폐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국산 유제품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불투명성도 한계로 지적됐다.

제도 시행 첫해, 아쉬움과 불안감을 거두기는 힘들 것이다. 그렇기에 용도별차등가격제가 본래 목적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귀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취지로 농림축산식품부 김정욱 축산정책관은 지난 낙농진흥회 이사회서 이 같은 우려를 이해하고 있다며, 도입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줄이는데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생산자와 유업체의 협조를 당부했으리라 생각한다.

용도별차등가격제 도입을 주도한 정부가 이제는 제도의 연착륙을 위해 긴밀히 소통하는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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