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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축산 법률칼럼>수억원 들여 계사 지어도 가축사육업 등록 거부되는 경우


이 형 찬 변호사·수의사


축사·가축분뇨배출시설 건축허가 내준 행정청, 공적견해 표명

공적견해 반해 사육업 불허가 처분은 신뢰보호원칙 위반


최근 축산농가로부터 ‘축사를 완공했는데 가축사육업 등록이 되지 않아 가축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는 문의를 종종 받는다. 이는 닭, 오리 등 가금류 농가로부터 받는 문의인데, 행정청에서 가축사육업 등록을 받아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축사육업, 종축업 등 축산업을 하려면 축산법 제22조에 의해 관할 행정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축산농가는 매몰지, 시설, 장비, 가축사육규모 등의 현황을 적은 서류, 가축분뇨법에 따른 배출시설의 허가증, 가축분뇨처리 및 악취저감계획서, 축산업 허가자 등의 교육이수 증명서류 등을 구비하여 관할 행정청에 가축사육업 허가 신청을 한다.

그런데 축산법 제22조 제2항 제6호는 ‘닭 또는 오리에 관한 종축업, 가축사육업의 경우 축사가 기존에 닭 또는 오리에 관한 가축사육업의 허가를 받은 자의 축사로부터 500미터 이내의 지역에 위치하지 아니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2018년 12월 31일 축산법의 개정으로 신설된 조항으로 닭, 오리 축사가 좁은 지역에 몰리는 것을 막아 가축전염병의 급속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다. 이 때문에 닭, 오리 축사를 완공하였다고 하더라도, 해당 부지로부터 500미터 인근에 닭, 오리 등 축사가 있다면 가축사육업 허가를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즉, 축산 농가가 수 억원을 들여 닭(오리) 축사를 완성하였음에도 축사 부지로부터 500미터 이내에 닭, 오리 축사가 있는 경우 가축사육업 허가를 받을 수 없어 가축을 키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정청의 가축사육업 등록 불허 처분은 행정법의 대원칙인 신뢰보호의 원칙상 위법하다. 신뢰보호의 원칙이란 행정청이 국민에 대하여 행한 언동의 정당성 또는 계속성에 대한 보호가치 있는 개인의 신뢰를 보호하는 법원칙을 말한다. 

신뢰보호의 원칙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행정청이 공적인 견해표명을 해야 하고, 개인이 그 견해표명이 정당하다고 신뢰한 데에 귀책사유 없이 어떠한 행위를 하였는데, 행정청이 기존 견해표명에 반하는 처분을 해야 한다. 

또한 행정청의 처분을 통해 개인의 이익이 침해되어야 하고, 공익 또는 제3자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없어야 한다.

그런데 축산 농가는 행정청에 축사 건축허가 및 가축분뇨배출시설 설치허가를 신청하며 축종을 특정한다. 행정청은 닭, 오리 건축허가를 검토할 때 이미 해당 부지 500미터 이내 축사의 축종, 인허가 사항을 모두 파악하고 있다. 

행정청은 축사허가 신청 당시부터 해당 부지에서 가축사육업 허가가 가능한지 여부를 인지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애초에 닭, 오리 축사 건축허가 신청이 들어왔을 때, 해당 부지로부터 500미터 이내에 닭, 오리 축사가 있다면 해당 부지에서는 가축사육업 허가가 불가능하므로 축사 건축허가 허가를 내어주지 않아야 한다. 

만약 축사건축을 허가한 이후 ‘500미터 이내에 닭, 오리 축사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가축사육업 허가를 불허하는 것은 신뢰보호의 원칙상 위법하게 된다.

물론 행정청은 축사건축허가시 건축법에 의해 의제되는 인‧허가 사항에 ‘축산업 허가’는 포함되지 않으므로 가축사육업 허가와 축산업 허가는 별개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축사건축 허가 과정에서 행정청은 해당 축사에서 닭 또는 오리의 사육이 가능함을 전제로 축사건축 허가를 한 것이고 이는 행정청의 공적인 견해표명이라 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를 통해 축산 농가의 이익이 과도하게 침해되는 것은 명백하다. 따라서 축산농가의 신뢰를 해하여 위법하다는 것이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등 국가 재난형 가축전염병이 발생하는 경우 축산농가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 큰 손해가 발생한다. 가축사육업 및 종축업 등의 밀집을 방지하기 위한 이러한 규정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행정청의 축산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조차 축산법 제22조 제6항을 인지하지 못하고 축산 농가에 가축사육업 등록이 가능하다고 잘못 안내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실제로 축사 예정 부지에서 닭 또는 오리를 사육할 수 있는지 행정청에 문의하고, 행정청의 축사 건축허가를 신뢰하고 축사의 건축에 나아갔음에도, 이후 500미터 이내에 닭, 오리 축사가 있다는 이유로 가축사육업 등록을 거부한 경우가 있었다. 이러한 행정청의 가축사육업 등록 거부는 신뢰보호원칙에 반하여 위법하다는 이유로 취소되었다.

지자체 공무원의 사소한 부주의로 축산 농가는 수 억원의 피해를 볼 수 있고 원치 않는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 지자체 축산 담당 공무원은 닭, 오리 축사 허가시 ‘가축사육업 가능 여부’를 사전에 검토하여 축사 건축허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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