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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성대에서>인공육 문제 본질을 살필 때다

명칭 문제, ‘천연’과 ‘인공’ 확실한 구분 필요


이상호 본지 발행인


축산 ‘탄소 주범’ 누명 불식·배양육 실체 규명

업계, 사활 걸기 절실함에도 한가로운 모습


두유의 역사는 대략 반세기 쯤 된다. 1973년 소아과의사가 창업한 정식품의 ‘베지밀’이 그 효시다. 시장규모는 대략 5천500억원(2020년 기준) 선이며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다.

정확히는 콩즙(汁)이라고 해야 할 두유가 영양음료로 자리매김하면서 낙농업계는 한동안 두유(豆乳)라는 명칭이 부당하다며 불편한 목소리를 내기도 했지만 유가공업계 마저 앞다퉈 참여하고 급기야는 두유가 국어사전에까지 오르게 됐다. 이제 ‘콩즙’이라고 목청을 높이는 건 언감생심이다. 버스가 떠나버린 것이다.

최근 탄소중립문제가 이슈화되면서 육류에도 이런 일이 벌어질 공산이 커 보인다.

정부가 탄소중립을 꺼내자마자 배출량이 전체의 1.5%에 불과한 축산을 온실가스의 ‘주범’으로 내몰며 식물성 단백질을 활용한 식품생산과 동물세포를 배양하는 연구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식품 대기업들이 신제품 출시와 함께 전문 레스토랑 사업에 잇따라 나서는가 하면 정부와 축산학계 일각에서도 소위 ‘배양육’ 연구가 필요하다며 연기를 살살 피워 올리고 있다. 수입관세철폐와 각종 규제에 허덕이는 축산업계에는 설상가상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식물성 단백질식품이나 인공배양육은 천연육과 혼동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현재 식물성 단백질식품은 이른바 대체육류, 단백질대체식품, 비건미트 등등 온갖 명칭이 난무하고 있다. 식물성 단백질 가공식품과 인위적으로 세포를 배양한 배양육이 천연육과 같은 고기로 불리고 같은 대접을 받아서는 곤란하다. 이를 두고 축산업계는 고기라는 단어나 육(肉)자(字)가 쓰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며 정부 또한 이를 고심하는 눈치다.

그러나 명칭 문제의 본질은 단순하다. 천연(天然)인지 또는 인공(人工)이나 인조(人造)인지 여부를 확실하게 구분하면 된다. 조미료는 천연조미료와 인공(또는 화학)조미료로 구분되고 감미료나 섬유도 마찬가지다. 인견(人絹)을 실크(silk·비단)로 부르지는 않는다.

축산업계로서는 가짜고기라는 표현이 ‘딱’이겠지만 이런 주장만 고수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다. ‘가짜’에 목매다가 지루한 논쟁으로 빠질 수 있으며 이럴 경우 식품업계의 가공(可恐)할 마케팅 능력을 무슨 수로 당하겠는가.

길이란 원래부터 있던 게 아니다. 많은 사람이 밟고 다니다 보면 그게 바로 길이 되는 것이다. 명칭이나 표현도 많이 불리고 쓰이다 보면 앞뒤 아귀가 다소 어긋나더라도 그대로 고착(固着)되는 경우가 허다한 게 세상사다.

명칭 문제는 이제 천연이냐 인공이냐의 차원으로 접근하고 보다 본질적인 문제를 파헤치는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 축산으로 인한 탄소배출이 실제보다 부풀려진 점, 식물성 단백질 가공식품이나 세포배양육이 과연 탄소중립에 부합하고 식품으로서의 안전성은 담보되는 것인지를 과학적으로 규명해야 한다.

이 문제는 축산업계가 사활을 걸고 죽기 살기로 매달려도 힘이 부칠 텐데 지금의 모습은 그저 한가롭게만 비쳐지고 있다. 시간이 많지 않을뿐더러 축산 편도 아닐 텐데 말이다. 이것이 소심한 비관론자의 넋두리라면 천만다행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아 보인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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