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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토종가축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면서


양창범 석좌교수(제주대학교)


농업에서 종자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는 것은 늘 잊어서는 안 되는 불변의 진리와 같은 것이다. 우리 조상은 ‘농부는 굶어 죽어도 씨앗은 베고 죽는다’라는 정신으로 종자를 지켜왔다. 특히 21세기 들어서 세계 각국은 종자의 경제적 가치의 무한한 잠재성 등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탄생한 것 중의 하나가 ‘나고야의정서’이다. 나고야의정서는 생물자원에 대한 보유국의 주권적 권리를 인정하고, 접근과 이익공유의 원칙(Access to genetic resources and Benefit Sharing)을 분명히 했다. 특정 국가가 보유한 동식물, 미생물 등의 생물자원뿐만 아니라 생물자원 관련 전통지식을 해당 국가의 허가 없이 이용할 수 없다. 그리고 연구개발(R&D), 상품화 등 자원의 이용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을 자원 제공국과 공유해야 한다. 공공재처럼 모든 국가가 자유롭게 사용해왔던 생물자원에 대해 자원 보유국의 배타적 소유권을 인정한 것이다. 

이러한 국제적인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도 농업유전자원을 수집·보존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고, 식물유전자원의 경우 3천33종 26만여 자원을 보존 관리(농진청)해 오고 있어 양적으로는 세계 5위권 수준이다. 그리고 가축유전자원의 경우는 식물자원보다 수집과 보존에 더 어려운 여건을 갖고 있으며,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많은 유전자원을 약탈당했거나 소멸에 이르게 된 점도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간 국가기관 및 민간의 협조와 노력으로 현재 5축종, 14품종(46계통)의 가축유전자원을 보존·관리(국립축산과학원)하고 있고, 특히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FAO) 가축다양성정보시스템(DAD-IS)에 15축종 123개 품종 또는 계통을 등재해 국가적 위상 제고 및 국익을 지키는데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양적인 면에서나 자원의 활용 확대 측면에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히 토종가축 자원을 활용해 가축을 개량하는 등 경제적 가치를 높이려면 인적·물적자원의 투자가 지속적이고 과감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토종가축은 개량(수입)종과 비교해 선천적으로 생산성이 낮아서 단기적으로 경제적 가치만 생각을 할 경우 불리한 점이 많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토종가축을 활용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신품종(고온적응성 품종 등) 육성, 질병에 강한 내병성 가축을 육종하는데 모본으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그 나라의 소와 돼지, 닭 등 여러 가지 토종가축을 활용해 부가가치가 높은 축산물을 생산해 소비자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외국의 사례도 다양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우는 이미 토종가축이면서 민족의 맥을 이어서 국내시장에 깊이 자리를 잡고 소비자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고 있으나, 흑우와 칡소는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는 데는 생산성과 규격 출하의 어려움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을 내포하고 있다. 토종돼지의 경우 수입종에 비해 사육 기간이 길고, 산자수가 적은 것 등 유전적인 단점을 갖고 있으나, 이를 보완해 산업화에 이르고 있는 것이 우리흑돈과 난축맛돈(국립축산과학원 개발) 등이 있다. 하지만 보급체계 개선 등 여러 가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시장점유율이 미약한 실정이다. 닭의 경우 기존의 토종닭 혈통을 활용해 시장을 확대하려는 노력과 함께 토종닭 고유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토종닭과 토착종을 결합해 만든 우리맛닭 등이 시장 확대에 힘쓰고 있으며, 국가기관 및 민간·단체 등이 협력해 토종닭 개량 연구는 지속 추진되고 있다. 재래흑염소의 경우도 다른 가축과 유사하게 생산성이 낮은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순종 개량 및 교잡 등을 통해 소비자와 마주하고 있는 실정에 있고, 정부에서는 개량지원 대상가축에 염소를 포함(2018년) 시켰고, 최근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충남 등 3개 지방 축산연구기관에서 추진하고 있는 흑염소개량사업을 위해 흑염소 자원을 분양해 관련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제주마의 경우 경주용, 승마용과 식용 등으로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으나,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경제적 가치 제고와 수요의 확장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그 밖에 농진청과 문화재청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제주마, 제주흑우, 제주흑돼지, 개(동경이, 삽살개, 진돗개)와 연산오계 등에 대해 항구적인 보존과 문화재적 가치를 알리는 노력도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가축유전자원 특히 토종가축은 품종 하나하나가 매우 중요한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간 몰랐던 유전적 특징과 기능을 더 깊게 구명하고, 소비자 트렌드 변화와 기후변화 대응 등 다양한 미래 이슈를 선점하고 해결하는데 토종가축의 잠재적 가치를 잘 발굴해야 할 것이다. 또한 토종가축의 보존과 사육에 애쓰는 농가에 대해 소득 창출 확대를 위한 기술개발과 정책지원에 더 많은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한다. 문익점선생의 목화씨 교훈을 다시 한번 생각하면서…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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