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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성대에서>가짜고기의 습격

[축산신문]

이상호 본지 발행인

최근 신문사 근처에 패스트푸드점이 하나 생겼다. 처음 본 브랜드지만 노란색으로 치장한 독특한 외관이나 점포 크기로 미뤄 볼 때 프랜차이즈 가맹점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가맹본부가 유명대기업의 계열사였다.

그렇지만 별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며칠 전 이 앞을 지나다가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소녀들이 치킨너깃을 먹으며 자기들끼리 맛 평가를 하고 있었다. 귀가 번쩍 뜨여 잠시 귀동냥을 해봤다.
이들은 갈아낸 닭고기를 밀가루와 계란 물에 반죽해 튀겨낸 진짜 너깃과 콩을 주원료로 한 말하자면 유사 너깃을 번갈아 먹어 보며 자기들끼리 의견을 주고받았다. 콩으로 만든 유사 너깃이 맛도 괜찮지만 건강에 좋을 것이라며 재잘거리는 소녀들에게 닭고기가 안 들어간 건 가짜가 아니냐며 말을 걸었더니 아뿔싸 “이건 노(NO) 치킨너깃”이라며 쏘아붙이고는 서둘러 자리를 떠버렸다.
머쓱했지만 내친김에 가게로 들어갔다. 아르바이트생에게 다짜고짜 진짜 너깃과 가짜 너깃을 하나씩 달라고 주문하며 눈치를 살폈더니 아닌 게 아니라 치킨과 노-치킨이 있다며 둘 다 드실 거냐고 물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신용카드를 내미는데 가격표가 눈에 들어왔다. 치킨너깃 100g이 2천500원, 노-치킨너깃은 70g이 2천900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깜짝 놀랐다. 어떻게 유사제품이 더 비싸냐고 물어보려 했으나 ‘노-치킨’을 가짜라고 말하는 필자를 한심하게 바라보던 아르바이트생의 얼굴을 보자 말문이 열리지 않았다.
사무실로 돌아와 두 제품을 놓고 따져 봤지만 유사 너깃이 치킨너깃에 비해 66%(100g 환산)나 비쌀 이유가 없었다. 유사 너깃은 포화지방이 1.4g으로 치킨너깃(3g)의 절반 수준이었으며 나머지 열량이나 당류, 나트륨은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단백질은 치킨너깃이 1.6배나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사 너깃이 60% 이상이나 비싸게 팔리고 있다면 이건 예삿일이 아니다.
치킨너깃만이 아니다. 이름난 패스트푸드점에서 고기패티가 아닌 햄버거를 출시한 지 오래됐으며 일류호텔 양식당에서 유사 스테이크도 팔린다. 이쯤 되면 가히 ‘가짜’의 습격이라 할만하다.
사실 이 문제는 좀 난감한 면이 없지 않다. 고기가 아닌 걸 고기라고 속인 것도 아니고 주원료도 분명히 밝히고 있으니 무턱대고 가짜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다. 낙농업계가 수십 년간 반대 목소리를 내왔지만 콩 음료는 여전히 두유(豆乳)로 불리며 국어사전에도 올라 있다.
이젠 축산업계의 접근방법이 달라져야 한다. 이런 유사제품이 나오는 바탕에는 축산업과 축산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이를 심화시키는 다양한 종류의 ‘프레임’이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른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지만 우리 축산업계의 대응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자며 호기롭게 출범했던 자조금연합은 불과 2년 만에 좌초된 채 제각기 소비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범 축산계의 에너지를 결집해야 할 축단협의 결속력도 생각처럼 강고(强固)하지도 않다.
우리 축산이 이런 모습에서 탈피하지 못하면 콩으로 만든 유사 너깃이 진짜보다 더 비싸고, 더 많이 팔리는 게 당연한 일이 되고 이것이 전(全) 방위적으로 번져 갈지도 모른다. 축산을 향한 ‘가짜의 습격’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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