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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조사료 자급화 과녁 맞히기 <4>든든한 척도<尺度>가 사료·가축 살린다

조사료 활용 위해 가치평가 정확한 잣대 필요


김동균 상지대 명예교수

한국가축사양표준제정위원회 위원


측정 분석장비 데이터 의미 통합적 판단 한계점


1. 정확한 자의 효과 

우리는 어려서부터 내내 ‘거짓말은 나쁘다.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고 지내왔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인류의 사술(詐術)을 발휘하는 소질은 사회의 사연을 복잡하게 만들면서 사회를 발전시켰으며, 진위를 가리기 위한 수단이나 방법으로 공익을 위한 기관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런데 지금보다는 월등히 순박할 것으로 생각되는 원시사회에도 사기술이 유행한 증거가 있었으니, 3만5천년전 원시인의 유적에서 사기꾼을 가려내는 점장이의 주술재료가 발견된 점은 흥미로운 일이다. 

예나 지금이나 제일 손쉬운 사기는 물건의 크기나 무게를 속이는 일이다. 속이지 않는다는 증거로 자나 저울을 썼으나 여기에도 함정이 있었다. 지역을 옮기면서 다른 도량형 기구를 사용하면 남들은 척도로 쟀으니 진실이라고 믿는다. 중국에서는 바로 이러한 수법으로 탐관오리들이 중앙정부가 주는 양곡을 체계적으로 빼먹음으로써 마지막 받아먹어야 할 백성의 식량이 절대 부족해 무수한 아사자를 속출시켰다. 이에 황제는 매우 간단하면서도 위대한 조치를 취했다. 도량형 기구들을 동일하게 만들어 전국에 시행하도록 함으로써 저울 눈속임을 뿌리 뽑았다. 이로써 수천만 굶어 죽을 사람들을 구했으니 길이와 무게의 정확성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다.    


2. 조사료 가치평가의 큰 흐름

조사료를 제대로 쓰려면 무게나 수분함량은 물론 정확한 잣대가 필요하다. 달리 이야기 하면, 조사료의 가치평가가 정말 공정하고 객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사료가치 평가 방법을 대충 말하면, 먼저 사료 중 영양성분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그 데이터를 이용해 여러 방식을 통해 최대 건물섭취량, 에너지값 또는 소화율을 추정하며, 특정 부위에서 빨아들이게 될 영양소의 흡수율도 계산할 수 있다. 조사료 가치 추정을 위한 공식만 연구한 전문 도서를 보면, 에너지 평가 추정 공식만 수 백 쪽에 달하고 있지만, 단 한 줄에 불과한 공식을 증명하려고 수 십 편의 연구업적들이 동원되며, 무엇이 더 필요한 지를 지적하는 것을 보면, 과학기술은 완전을 향한 끝없는 도전이다.  

그런데 요즈음 시간도 오래 걸리고 샘플도 제공해야 하는 사료분석을 짧은 시간에 간편하게 측정하는 장비들이 출현해 조사료의 영양성분 분석의 부담은 많이 줄었다. 그럼에도 사람이 해 주어야 할 일은 여전히 남아 있다. 기계가 읽은 데이터의 의미를 통합적으로 판단하거나 특정 공식에 대입해 그 사료가 가지고 있는 쓰임새의 범위와 사료배합비 설정 시 한계점 등을 판단하는 일은 분석 기계가 해 줄 수 없는 일이다.    


3. 기술연결의 스위치 역할-컨설턴트

사료를 아무리 정확한 척도로 나타내더라도 이것을 동물의 몸속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하도록 유도하려면 이른바 컨설턴트라고 부르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사료 정보를 알고 난 후에도 이것을 먹을 가축의 체중, 연령, 성별, 하루에 먹는 분량, 임신 여부, 사육환경, 온도, 바람의 속도, 피부의 털 밀생도, 분만 후 경과시간, 유즙분비 능력이나 증체량 등의 요소를 공식에 추가로 대입시킴으로써 해당 사료와 생산성의 관계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료의 성질이나 함께 급여하였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사료 상호간 관계 등을 생각하고, 짐승의 행동적 특징과 사료의 분해, 흡수 대사 과정도 따져서 먹기 좋고 영양만점인 식단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더 좋기로는, 가축을 직접 먹이는 양축가가 지식과 기술을 습득해 시행하는 것이지만 아무리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실천해도 ‘도통의 경지’에는 이르기 어렵다. 그러므로 거의 예술적 경지에 있는 기술을 적용하는 현장의 첨단에서 실력 있는 컨설턴트들이 배선 연결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4. 전업 컨설턴트가 겪는 애환  

그러나 아주 솔직하게 말하면, 아무리 뛰어난 현장 자문가일지라도 만물박사는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컨설턴트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르기까지 양축인은 여러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자기가 기르는 가축 집단이 심각한 곤경에 처하고서야 도움을 청하는 사례가 많아서 손을 쓸 수 없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런데 진정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단언컨대, 한국의 대가축 사양관리에 대한 자문체계는 올바르게 정립되어 있지 않다. 먼저, 20세기 중반까지는 대규모 목장에서 당대에 저명하다는 학자를 초청해 자문받았던 것이 목장 컨설팅의 효시였으나 시대가 흐르면서 새 기술을 터득한 신진 전문가의 견해에 재래기술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1980년대부터 기술지원의 흐름은 크게 변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20세기가 저물면서 신진 학자들의 배출이 급증하자 기존 공공기관들의 지원 체제가 다소 위축되었고, 새 기술을 접한 전문가들의 활동량이 많아졌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사료 또는 첨가제를 매개로 한 보상방안을 이용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이 분야의 정통성은 상당히 흔들렸다. 게다가 전문가의 도움에 대한 보상방식에 일정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 문제라면 큰 문제이다. 

공공기관들이 무상으로 지원하는 방법에 익숙한 양축 현장에서는 개인적으로 수고한 전문가에게 교통비조차 보상해 주지 않는 경우가 보편적이다. 실력만으로 현장 지도에 봉사하려는 사설 전문가들이 겪고 있는 고뇌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풍토는 국내에 실력 있는 전업 컨설턴트가 뿌리내리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동시에 조사료 산업이나 초지축산업의 발전도 소리 없이 저해하고 있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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