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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동물복지 연구자가 바라본 대한민국의 동물복지

우리 실정 맞는 한국형 동물복지 정립 필요

  • 등록 2021.05.12 09:50:12


김나연 박사(아태반추동물연구소)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가축을 집 마당에서 키웠다. 외양간은 작지만 깔짚이 부드럽고 깊어 어미와 송아지가 따뜻하고 편하게 쉴 수 있는 보금자리였다. 그 보금자리는 부엌 바로 옆에 있어 우리의 삶과 함께 했다. 들판이나 개울둑에 소를 몰아 풀을 뜯기고 겨울철엔 정성스레 여물을 쑤어 배불리 먹였다. 돼지들은 땅에 코를 박고 마음껏 뒹굴 수 있었다. 닭 무리는 낮엔 풀섶에서 실컷 놀다가 밤이 오면 횃대에 옹기종기 모여 잠들었다. 이들은 사람에게 이용되는 숙명을 타고났지만 사는 동안은 살뜰한 보살핌을 받았다. 동물복지란 사람을 위해 쓰이는 동물에 대한 고통을 최소화하고 물리적, 정신적으로 쾌적한 환경을 보장하는 개념이다. 용어는 서구에서 비롯되었으나 문화는 이미 우리 민족의 역사 속에 뿌리박혀 있다. 

우리나라의 집약적 축산, 생산성의 극대화는 과거에는 볼 수 없던 상품 경제 논리이자 서구사회로부터의 유입이었다. 그런데 집약적 축산 유입 후 50여년이 지난 지금, 서구에서는 ‘동물복지’를 선진화된 신개념이라며 다시 우리나라에 소개시키고 있다. 동물복지는 우리나라에 없던 새롭고 선진화된 문화가 아니라 오히려 아주 익숙한 과거 한민족의 축산 개념이었다.

2012년 산란계를 시작으로 돼지, 육계, 젖소, 한·육우, 염소, 오리까지 확대된 국내 동물복지 축산물인증제는 획기적으로 국내 축산 정책에 등장했다. 농장의 관심과 참여는 10여 년이 흐른 현재 닭을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축종에서는 아직 그 가치를 발휘하지 못하는 듯하다. 왜일까? 본래 영국을 비롯한 유럽 동물복지법은 닭 배터리케이지와 돼지 모돈 스톨과 같이 열악한 시설 사용을 금지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했다. 또한 동물복지 5대 자유를 대부분의 가축에 정책적으로 적용시켰다. 유럽인들의 가축, 환경, 시설, 운영에 맞는 인증기준을 만든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한·육우 인증기준이 만들어진 지 6여 년이 흐른 지금 인증농장이 1개소 밖에 없는 점은 무엇을 시사하는가? 물론 축종별 비교는 불가하나 단순히 수적으로 비교하자면 닭을 중심으로 한 동물복지농장은 260개소가 넘는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축종 중 ‘한·육우’의 동물복지 수준이 가장 열악하다는 의미인가? 문제는 사실이건 아니건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어 버렸다는 데에 있다. 본래 동물복지 인증제는 가축의 고통을 줄여준다는 기본 개념 아래 출범했다. 그런데 유럽에서는 축산물의 국가간 무역 조건에 있어서 동물복지인증제를 날카로운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내 축산물 가치의 질적 향상을 위해 유럽에서 동물복지축산물 인증제를 도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우리나라의 동물복지 수준이 낮다고 공식적으로 알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지 우리는 지금이라도 문제점을 짚고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 

첫째, 국내 동물복지축산 인증제도에 대한 홍보를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만약 부단한 홍보를 했다고 생각한다면 분명 방법이 잘못되었다. 업계, 학계, 관련계의 대표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는 탁상행정일 뿐 발로 뛰는 홍보가 필요하다. 

둘째, 충분한 홍보가 되었다면 다시 관련 종사자들의 다양한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 인증기준을 만드는 과정에서 국내사육 여건을 반영했다고 하지만 충분했는지 관련 종사자 다수의 의견을 가감 없이 수집, 반영해야 한다. 그들은 실제 산업을 운영하는 주체이므로 사양관리에서부터 여러 법령의 충돌까지 세세한 문제를 잘 알고 있다. 

셋째, 동물복지축산 정책 업무를 하는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현재 관련 업무는 수의학계에 너무 집중되어 있다. 동물복지는 동물 영양, 사양, 행동, 번식, 유전 등 동물에 관한 전반을 연구하는 동물과학 분야의 큰 그림이 필요하다. 

넷째, 동물복지축산 인증의 첫 문턱은 낮게 하고 인증체계의 단계와 세부 분야가 고려되어야 한다. 분야별 수준을 점수화하여 단계를 만든다면 농장마다 동물복지 수준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체계는 농장 복지 수준을 높이고자 하는 의욕을 자연스럽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축종별 인증 수준을 골고루 끌어올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에는 닭을 제외한 나머지 축종에 대한 인증은 매우 부진하다. 축종이 골고루 인증을 받지 못한다면 불균형적인 정책이다. 

마지막으로 여섯째, 우리는 ‘한국형 동물복지’가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심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동물복지 정책은 유럽의 기준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들이 많이 존재한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축산업의 형태는 동물 고유의 유전자원과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매우 다양한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동물복지의 형태도 당연히 한국형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 동물복지축산은 우리의 사정을 잘 반영하지 못하였다. 예를 들어 땅덩이는 작은데 공간을 많이 넓힌 가축 사양만이 동물복지라고 한다면 과연 우리나라의 동물들에게 복지를 제공할 방법은 없단 말인가?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고유의 행동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노력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카우브러쉬와 같은 행동자극물, 환경조절장치, 생리·행동 추적시스템 등으로 정밀가축사양을 실현시킴으로써 가축 삶의 질을 훌륭하게 유지해 나가는 방법도 있다. 

우리는 서로가 대한민국 축산이라는 한배를 탄 동료들이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더 나은 미래가 보이는 섬을 향해 부지런히 항해해야 한다. 정직하고 완성도 높은 국내 동물복지축산은 생산자, 소비자 모두에게 지속 가능한 식량산업이 되어 대한민국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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