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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일선 교육청, 채식의 날 지정 어떻게 봐야 하나

편향된 식습관…성장기 영양 불균형 조장


최 윤 재  명예교수(서울대학교)


최근 일선 시·도 교육청에서 학교 급식에 ‘채식의 날’을 도입했다. 일부 지역 시청의 직원 메뉴에 월 2회 채식 식단을 도입한데 이어,  교육청 역시 초·중·고교 학생들에게 월별 일정 횟수 이상 채식 급식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요지이다. 구체적으로 서울, 인천, 부산, 울산 교육청은 월 1~2회 모든 초·중·고교에 채식 급식을 제공하고, 광주와 전북은 시범학교를 대상으로 주 1회 이상 채식 급식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채소로만 이루어진 식단은 ‘균형 잡힌 영양소 섭취’라는 식사의 궁극적 목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성장기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채식 식단은 학생들에게 편향된 식습관을 갖게 할 수 있거니와, 이런 식습관은 결국 신체를 성장시키고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영양분의 공급을 가로막는다. 최근 옥스퍼드대학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채식인들의 뇌졸중 위험이 채식을 하지 않는 일반인들에 비해 약 20% 높았다. 일찍이 채식인들에게 가장 결핍된 영양소로 알려진 비타민 B12 부족 현상과 낮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출혈성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는 여러 차례 보고된 바 있다. 이는 채식이 건강에 좋다는 세간의 인식과는 상반되는 결과이다. 

또한, 미국 앨라바마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의 공동연구 결과에 따르면 육류 섭취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우울증과 불안감 등의 정신 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증가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성장기 학생들에게 ‘채식 급식’을 시행함으로써 그들에게 육류를 멀리하고 채식을 실천하는 것이 건강한 식습관이라는 편향된 메시지가 확산된다면, 자칫 미래의 주역인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건강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축산물과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고착화되어 국민건강을 해치는 악순환을 반복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서는 구체적으로 채식이 건강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는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하면서 균형 잡힌 학교 급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첫째, 채식만을 유지할 경우 철분 흡수율이 감소해 빈혈이 자주 생기고, 건강에 필수적인 비타민 B와 D 및 칼슘 등의 영양소가 결핍되어 여러 질환이 발생할 비율이 높아진다. ‘빈혈’은 채식인들 사이에서 매우 흔하게 나타나는 질환인데 이는 채식인들이 비채식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철분 섭취량이 더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상한 현상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동물성 식품에 헴(Heme) 형태로 존재하는 철분과 달리 식물성 식품에 비헴(Non-heme) 상태로 존재하는 철분은 체내 흡수 효율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동물성 식품 섭취 비율이 높은 식사를 섭취하는 사람들의 철분 흡수율은 약 18%에 달하는 반면, 락토-오보 베지테리언 (고기와 생선은 제한하고 유제품과 난류는 허용하는 채식)과 비건(모든 동물성 식품을 제한하는 채식)의 철분 흡수율은 각각 10%와 5%로 낮아 철분 결핍에서 기인하는 빈혈 발병률이 매우 높은 것이다. 이외에도 주로 동물성 식품에 많이 존재하여 채식만으로는 충분히 섭취하기 어려운 비타민 B12의 부족 및 결핍률도 락토-오보 베지테리언은 32%, 비건은 43%에서 최대 90%까지 보고되어 문제가 많다. 칼슘 및 비타민 D의 섭취량도 권장량보다 미달되는 경우가 많아 골감소증 및 골다공증 발생 비율이 높아지고, 이는 특히 성장기 어린이의 경우 성장 지연의 원인으로 지목되어 주의가 필요하다. 

둘째, 채식 위주의 식단은 필수 영양소를 불균형하게 섭취하게 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신체 발달을 저해시키고, 면역 기능에 장애를 일으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20년 이상 채식을 유지한 국내 락토-오보 베지테리언과 비건 성인 45명을 대상으로 영양소 섭취 현황을 대조한 결과, 채식인들의 탄수화물 섭취량은 일반인들보다 유의적으로 높았는데, 이는 보건복지부에서 권장하는 1일 탄수화물 섭취 비율 55-65%보다 높은 수치였다. 또한 채식인들의 지방 섭취량은 보건복지부 권장량인 15-30%의 최소 값에 도달하는,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결국 채식 위주의 식단은 영양소 불균형과 결핍을 초래하여 신체 발달 및 조절 면역 기능 등에 장애를 발생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성장기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에게 채식만을 권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특히 채식으로 인해 결핍될 영양소를 한정된 식단 내에서 보충할 수 있는 방법이 충분히 밝혀지지 않은 현실 속에서 각 학교에 채식 식단 실천을 의무화한다면, 이는 불명확한 득보다 명확하게 예상되는 실이 더 많은 제도가 될 것이다. 일선 교육청은 급식의 영양학적 가치와 청소년들의 올바른 성장을 고려하여 채식 급식 도입을 재고해야 하고, 동물성 식품과 식물성 식품의 균형 잡힌 식품 정책을 통하여 영양 균형이 올바른 식사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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