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논단>축산 환경 문제와 심리학 : 축산의 저력

  • 등록 2020.01.22 10:32:11


박 규 현 교수(강원대학교)


환경문제는 한 사람 또는 한 농장의 문제라고만 할 수 없다. 그 사람 또는 그 농장이 포함된 사회와 그 외의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사회는 복잡하게 엮여 있는 구성원 및 집단, 그리고 그들의 (작은) 사회들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물리적(보이며 만질 수 있는 것; 물체 등)이며 비물리적(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는 것; 심리 등)인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 사람들은 변하고 그 사람들이 속한 사회도 변한다. 과거(지금)에는 용납되었지만 현재(미래)에는 용납이 안 될 수 있다. 우리 축산(경영/지속)에 큰 영향을 미친 환경의 예를 가지고 심리학과 연결하여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고자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은 심리학자는 아니다).
독일의 심리학자 링겔만(Ringelmann)은 줄다리기 실험을 했다. 줄다리기 팀에 속한 개인의 최대 힘의 크기의 합은 그 줄다리기 팀의 힘의 크기(기댓값)라고 가정했으나 2명, 3명, 8명으로 구성된 팀들은 각각 기댓값의 93%, 85%, 49%만을 보였다고 한다. 즉, 일을 했을 때 그 공헌도 또는 책임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을 때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집단의 성과에 대해 집단에 참여한 개인의 수가 늘어갈수록 1인당 공헌도가 떨어지는 현상을 ① 링겔만 효과라고 한다. 링겔만 효과에 의해 한 집단의 성과가 떨어졌다고 가정하자. 사람들은 그 결과에 대한 자신의 책임 또는 비난을 피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서 자신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는 현상이 발견되는데 이것은 그 성과에 관련된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그 일에 대한 책임감이 낮아지는 것과 같다. 이러한 현상을 설명한 것이 ② 책임감 분산이론(또는 방관자 현상)이라고 한다. 이러한 방관자 현상을 막는 방법으로는 책임을 명확하게 하는 것(③ 책임 부여)이 있다.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인공호흡을 할 줄 하는 사람은 인공호흡을 실시하기 전에 주변 사람에게 ‘도와주세요’를 외칠 것이 아니라 특정인을 지목하고 도움을 요청할 때 도움받기가 쉬운 것과 같다. 사람들은 다수의 의견에 동조하거나 분위기에 휩쓸리기 쉽다. 주변 사람들이 머뭇거리고 있으면 자신도 머뭇거리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④ 동조현상이라고 하는데 이 동조현상은 꼭 많은 사람이 있어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 현상을 일으키는 소수가 존재하면 가능하다. 미국의 심리학자 밀그램(Milgram)은 뉴욕 번화가에 실험참가자를 투입했다. 그 실험참가자는 걷다가 갑자기 멈추고 건너 편 빌딩 6층 창문을 바라보도록 했다. 한 명의 실험참가자가 그곳을 바라보았을 때는 약 42%가 걸어가면서 그 창문을 보았관심을 보였다. 세 명의 실험참가자가 올려보았을 때는 60% 이상이 보았다고 한다. 모스코비치(Moscovici)는 색깔감지를 위한 실험이라고 하며 색맹·색약 검사를 거친 2명의 도우미와 4명의 참가자를 모집했다. 실험에서는 파란색을 보여주지만 2명의 도우미는 매번 녹색이라고 말하도록 했다. 그러자 4명의 참가자들은 57% 정도 녹색이라고 말하게 되었다. 이렇듯 소수가 자신의 의견을 일관되게 주장하면 그 의견이 틀린 것이라고 할지라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 심리학자 짐바도르(Zimbardo)는 사람들은 한 명은 개인, 두 명은 복수의 개인이지만 세 명은 가장 작은 집단으로 인식하고 집단의 행동은 사회적 규범이 된다고 했다. 따라서 세 명으로도 사회를 움직이게 할 수 있다(⑤ 소수의 영향).
위 내용을 우리 축산 사례와 접목하여 풀어보려고 한다[사례: 미허가축사(또는 무허가축사) 적법화]. 정부는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개정(2015년 3월 24일 시행)하여 무허가 축사에 대해 축사규모에 따라 단계별로 행정처분(사용중지 또는 폐쇄명령)을 도입했다. 2016년 7월 18일 홍문표 의원이 주최한 ‘무허가축사 적법화 및 축산환경 개선방안 국회 심포지엄’에서 축산단체들은 이에 대해 축산물 자급률 하락, 영세 축산농의 몰락 등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것은 소비자들이 보았을 때 가축분뇨와 냄새 문제를 일으키는 축산농가들(① 링겔만효과)이 그 책임을 피하는 것(② 책임감 분산이론)이기 때문에 그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③ 책임부여)으로 인식하는 것과는 다르다. 소비자들은 축산이 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고 있으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④ 동조현상). 반면 축산 농가들은 정부의 정책이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는 공감대를 가지게 된다(④ 동조현상). 정부는 무허가축사 적법화의 동력을 얻기 위해 우선 2018년 3월 24일 대규모 농가 대상으로 행정처분을 도입하고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⑤ 소수의 영향). 하지만 정부는 1단계 행정처분(대규모 농가 대상) 유예기간이 2018년 3월 24일 종료될 때 적법화가 어렵다는 축산농가의 어려움을 반영하여 이행기간을 부여받아 그 기간을 연장하는 효과를 저는 부칙 개정을 했다. 그 결과는 축산신문의 기사를 발췌한다. [2011년 환경부 수질오염 감사 결과 불법 가축분뇨배출시설에 대한 행정처분을 요구한 것이 시작되어 지금의 미허가축사 적법화까지 이어져 왔으며 2019년 9월 적법화 이행기간이 종료, 적법화 대상 농가 중 약 92% 가량이 적법화에 성공했다.(축산신문 김수형 기자, 2019년 12월 24일 등록)].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미허가축사(또는 무허가축사) 문제가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앞선 심리학의 내용 설명의 순서에 따라 ⑤ 소수의 영향을 마지막에 썼는데 그 이유는 축산이 발전하기 위해 선발로 움직인 농가가 있고 그 과정의 문제점들을 보완하면서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경 문제는 ⑤ 소수의 영향이 먼저 발생하기 쉽다. 환경단체 등에서 그것이 맞던 맞지 않던 간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 사회가 그것을 받아들이는 일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앞서 예시한 짐바도르는 ‘다수를 바꾸는 소수의 심리학’에서 사회적 영향의 기능은 기존의 규범에 저항하는 소수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러한 소수를 사회체계 안으로 통합시켜 변화와 갈등을 통해 사회체계의 성장을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우리 축산인은 소비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그 갈등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음을 위의 무허가축사 적법화 정책 뿐 만 아니라 지난 2012년 1월 1일 가축분뇨 해양투기 금지 정책에서도 보여줬다. 2020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에도 많은 어려움을 경험한 축산이지만 그 미래가 어둡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저력이 있다는 것을 근거를 통해 주장한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