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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2020 신년 특집>유가공산업 전망 / FTA 파장 심화…지속가능 산업 ‘틀’ 바꾸는 원년 기대

  • 등록 2020.01.03 16:31:15

아시다시피 경기도 파주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으로 연천, 파주, 강화 등 민통선 접경지역에 위치한 많은 양돈장의 돼지들은 정부의 선제적 방역정책으로 살처분 되었다. 매년 낙농업계가 홍역처럼 앓던 구제역과 흡사한 치명적 바이러스성 질환이 국내 양돈업계를 강타한 사건이다. 만약 이 역병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면 국내 축산업은 아마 초토화되었을 것이다. 몇 해 동안 우리나라 경제는 수출 부진, 성장률의 둔화, 소비심리 악화 전망에도 불구하고 낙농산업은 소폭이지만 꾸준한 성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우유수급 불안과 악성 가축질병의 발생, 미허가 축사의 적법화, 착유세정수 처리, 국가잔류물질 프로그램 등 업계가 풀어야 할 과제가 수북이 쌓여있다.


윤 성 식  교수(연세대학교 생명과학기술학부)


음용유 소비 줄고 유제품 소비 증가 기조 지속
우유대체음료 성장·동물복지 부각…적극 대응을


국내 농업생산액 중 축산업은 40% 이상을 차지하는 농업의 핵심이며 축산업 중에서 낙농산업은 약 15%를 점유하는 큰 산업이다.
작년 국내에 사육중인 약 40만8천800두 젖소에서 약 206만 톤의 우유가 생산되었다. 낙농진흥회 자료를 보니 2019년 9월까지 원유생산량은 1천542천 톤, 원유사용량은 1천435천 톤으로 다행스럽게도 원유수급이 대체로 안정화되고 있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시유소비량 감소로 인하여 10만7천 톤의 잉여원유가 발생했고 그 양은 전년 동기간에 비해 25.9% 증가한 점이 솔직히 걱정스럽다. 2020년 국내 낙농산업은 어찌될 것인가.

수급안정불구 시유소비 감소…원유생산량 줄 듯
첫째로 음용유 소비의 감소와 외국산 수입유제품의 증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음용유 소비는 줄어드는 반면 총유제품 소비는 늘어나는 현행 국내 시장의 소비패턴이 당분간 유지될 것이다. 자료를 보니 2019년 3분기 가구당 음용유 구매 빈도는 전년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음용유 중 백색시유 구매 비중이 전년보다 더 감소했고 가공유가 백색우유를 대체하는 양상을 보여주었다. 가구당 음용유 구매량도 우유가격 인상으로 인하여 전년보다 2.9% 감소했다. 그러나 최근 음용유 소비 부진에도 불구하고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과 수요가 늘어나면서 유기농우유, 동물복지우유 등 차별화된 제품 수요가 2019년보다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 유제품 시장을 살펴보니 유럽과 오세아니아의 탈지분유는 수출호조로 재고량이 소진되면서 국제가격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지분유 가격도 소폭 인상되었다. 치즈 중 가장 교역량이 많은 체다치즈 가격은 톤당 3천609 달러로 0.6%정도 하락했으며 뉴질랜드 치즈수출은 4.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는 외국산 탈지분유, 유장분말, 버터의 수입이 늘어나는 추세고, 특히 치즈는 매달 1만∼1만2천 톤 정도 외국산 제품이 국내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요컨대 원유수급은 안정세를 보이지만 시유 소비량 감소로 인하여 목장의 원유생산량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며, 전체적인 유가공산업의 분위기가 침체될 것이다. 놀랍게도 미국인의 1인당 우유소비량이 1996년 96리터에서 2018년 64리터까지 떨어진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최근 발표된 IDF 소비트렌드 보고서를 보니 선진 낙농 10개 회원국에서 모두 자연치즈 소비가 늘어난 반면 시유 소비는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둘째는 우유대체음료의 성장과 동물복지 문제가 부상할 것이다. 현대인의 웰빙 생활방식 그리고 다이어트 열풍으로 인하여 채식주의 및 식물성 음료의 소비가 늘어나면서 두유(soymilk) 등 식물성 음료가 우유의 대체품으로 정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두유 외에도 커피, 차, 주스, 탄산음료를 포함한 다양한 음료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우유 소비가 감소하는 중이다. 두유 소비가 늘자 식물성 우유대체음료의 우유(milk) 명칭 사용금지를 요청한 낙농업계의 청원에 대하여 미국 연방정부 차원의 검토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친환경 낙농도 피할 수 없는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아일랜드, 네덜란드, 뉴질랜드 등 낙농 선진국은 농업부문의 온실가스 배출감소를 입법화했으니 우리 낙농업계도 이를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친환경과 동물복지는 바늘과 실의 관계다. 인간이 동물에 미치는 고통이나 스트레스 등의 고통을 최소화하며, 동물의 심리적 행복을 실현하고, 동물이 상해 및 질병이나 갈증, 굶주림 등에 시달리지 않고 행복한 상태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친환경과 동물복지가 축산업의 화두로 등장하면서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서 원유생산에서 동물복지 기준을 마련하고 있고, 이를 우유 마케팅에 활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그 외에도 채식주의자 단체를 중심으로 안티우유 선동이 거세어질 것이고, 전교조 단체, 채식주의 단체를 중심으로 학교우유급식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질 것이다. 실제로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학교우유급식을 폐지해 달라는 청원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러한 범사회적 분위기는 결국 우유소비 부진으로 연결될 것이다.


원유기본가격 인상 전망
셋째로 새해에는 원유기본가격의 인상이 예상된다. 원유기본가격을 결정하는 ‘유가연동제’는 지난 2013년부터 시행된 후 2년 주기로 조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18년 인상되었고 2019년에는 통계청 생산비가 2018년에 비해 1.1%(8.29원) 인상되었으나 기본가격은 유보되었다. 그러나 현행 수입사료 가격, 우유생산비 등을 고려했을 때 새해에는 그 인상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새해 원유기본가격이 인상된다면 유업체는 유성분(유지방, 단백질), 위생등급(세균, 체세포) 인센티브를 합쳐 원유 Kg당 1천100원을 상회하는 비싼 원유를 구입해야 한다. 지금도 국내산 우유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표출되고 있지만 만약 원유기본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면 유업체는 음용유 가격의 인상 또는 저렴한 환원유 생산으로 영업 전략을 바꿀 것이다. 결국 기본가격 인상은 국내산 원유 소비감소로 귀결될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우리나라가 세계무역기구(WTO)로부터 농업부문 ‘개발도상국’ 지위를 잃어 농업 분야에서 큰 타격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보조금 축소는 물론 핵심 농산물의 특별품목 지정이 해제되면서 수입 관세율을 대폭 인하해야 하기 때문이다. 낙농업계는 원유자급률 50%선이 무너졌다고 아우성이지만 2023년부터는 다자간 FTA 협정에 의해 외국산 유제품이 완전 개방되기 때문에 국내 낙농산업의 타격은 당장 새해부터 심화될 것이다.
넷째는 현행 ‘가공유지원사업’과 용도별차등가격제(milk price by the intended use)의 실시 문제다. 낙농진흥회는 지난 2년 전 이사회 의결로서 낙농제도개선소위원회를 운영했다. 지난 2년간 생산자 대표, 유업체 대표 그리고 농식품부 총 7인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현행 유가연동제 문제점 개선, 유제품 수입에 따른 농가 피해구제방안, 전국단위 쿼터 일원화 등을 포함한 국내 낙농관련 현안을 논의했으나 합의사항이 거의 전무한 상태로 끝나고 말았다. 생산자와 유업체가 상생의 길을 찾지 못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미국의 용도별차등가격제는 원유를 4단계 즉, Class I(음용유용),  Class II(요구르트, 아이스크림용 등),  Class III(치즈용), Class IV(버터 및 분유용)으로 구분하여 유대를 지급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유대결정 방식으로 합리적인 제도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비싼 원유가격 때문에 유제품 소비가 감소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으니 그저 답답한 심정이다.
그간 정부가 운영 중인 가공원료유지원사업은 경영압박에 허덕이는 유업체에 다소 도움이 되었지만 이 제도가 우유 비수기에 발생하는 잉여원유에 국한하여 지원되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가 있겠으나 이 제도가 실효적으로 운영되려면 유업체로 하여금 가공유지원사업을 통한 계획생산이 가능하도록 잉여원유를 배정하는 시스템으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벼랑위의 유가공산업을 살리려면 용도별차등가격제가 전면적으로 실시되도록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NRP제도, 생산비 증가·소비 감소 이중고 우려
다섯째는 ‘국가잔류물질프로젝트(NRP)’ 실시에 따른 제품가격 인상이 걱정된다. 새해 7월부터는 원유 중 잔류물질검사 프로그램인 즉 NRP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국민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축산물의 안전성 및 위생성을 확보하려는 취지의 관리제도가 도입되는 것은 마땅하다.
항생물질, 살충제, 호르몬제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는 포지티브(positive)리스트제(허용물질)이기 때문에 사용이 금지된 케미컬의 사용 여부를 검사하는 이른바 사후검사의 성격을 가진다. 목장지도, 홍보, 원유검사항목 지정 등 예방적 준비작업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에서 정부가 졸속으로 처리하는 느낌마저 든다. 유업체는 NRP제도를 이행하기 위해 수의사에 의한 자체검사 외에 추가검사가 불가피할 것이다. 결국 이러한 검사비용이 제품가격에 반영되면 그 비용을 선량한 소비자가 부담하는 꼴이 된다. 따라서 추가 인력과 관리 비용을 지불하는 낙농업계는 비용증가, 우유소비 감소라는 이중고에 시달릴 것이다.
마지막으로 2020년은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국내 낙농의 틀을 바꾸는 원년이 될 것이다. 현대 농업은 친환경, 지속가능성 그리고 정밀농업을 향하여 질주하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중 지속가능낙농은 국제낙농연맹이 주도하는 글로벌 축산업의 빅트렌드다. 유럽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글로벌 낙농지침(2009), 지속가능낙농(2013), 로테르담선언(2016) 등을 통해 지속가능 목표를 이행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들을 경주하고 있다.
축산업이 하나뿐인 지구의 청정자연 환경을 보전하는 동시에 젖소로부터 안전하고 영양적으로 우수한 우유와 유제품을 생산·공급함으로써 일반 소비자까지 만족시킬 수 있는 포괄적인 산업이 지속가능한 낙농업이다. 국내 낙농업은 각종 환경규제, 낙농가의 고령화, 유제품의 소비둔화와 경쟁심화 등 난제가 쌓여 있어 해외에서 개발된 지속가능낙농 프로그램을 당장 도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유엔(UN)이 설정한 지속가능개발 목표(SDG)를 실현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에 능동적으로 동참하는 것이 장래를 위한 현명한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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