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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돈

과도한 방역정책에 양돈산업 ‘마비’

정부, SOP 넘는 강력 방역조치로 공포감 유발
광역지자체 지역 이기주의 편승…덩달아 남발
사육돼지 ASF 발생 14건, 일부지역 국한 불구
막연한 불안감에 소비절벽…거부감 해소 시급
살처분·이동제한 피해 막대…유관산업계도 ‘패닉’
수의전문가들 “방역당국 냉정함 찾아야” 주문

[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을 계기로 한국 양돈산업이 사실상 마비상태다.
지난달 31일 현재 사육돼지의 ASF 발생은 14건. 그것도 인천과 경기북부의 일부 접경지역에 국한된 상황이지만 연간 직접생산액이 7조원을 넘어서며 국내 농업 1위 품목으로 자리매김해 왔던 양돈산업은 그 생태계 마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9일 이후 20일이 넘도록 사육돼지의 발생소식이 없지만 고통의 수준만 다를 뿐 지금까지도 전국의 양돈현장이 ‘스탠드스틸’에 버금가는 통제에 묶여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고양에서 비육전문농장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 9월17일 국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처음 발생한 이후 50일 가까이 지나도록 한번도 출하를 하지 못했다”며 “비육돈 1천550두 가운데 600두가 과체중돈이다. 한 마리도 판매를 못하다보니 사료값에, 약값에 부채만 눈덩이처럼 불어나 이제 도산할 형편에 놓여있지만 관할 행정기관은 무작정 기다리라는 말 뿐”이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사정이 낫긴 하지만 한수이남의 다른지역 양돈농가들도 정상적인 농장경영은 기대하기 어렵다.
조금씩 풀리고는 있지만 장기간에 걸쳐 ASF 중점관리지역내 자돈반입을 금지하고 있는 정부의 방역정책과 별도로 광역자치단체들까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돼지의 반입과 반출 금지 조치를 내리며 기존 위탁장이나 출하처로 돼지를 보내지 못하는 농가들이 상당수인 게 현실이다.
비단 양돈장 뿐 만 아니다.
종돈장과 돼지AI센터는 물론 사료와 동물약품. 기자재, 육가공, 도축, 유통에 이르기까지 양돈관련 모든 유관산업계가 패닉에 빠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업 자체가 불가능해진 일부 경기도내 몇 개 유관산업체의 경우 경영난이 극에 달하며 조만간 부도처리가 불가피할 것이란 소식까지 들린다.
이들 유관산업계는 한결같이 “살처분과 이동제한에 걸린 농가들의 피해가 워낙 크다보니 드러내놓고 말을 못하고 있을 뿐 죽을 지경”이라고 하소연 하고 있다.  
ASF 방역에 모든 관심이 쏠려있는 사이 국내 돼지고기 시장도 마비됐다.
ASF는 인체건강과 전혀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 막연한 불안심리가 소비자들 사이에 만연하고 있다. 일부 교육기관의 경우 학부모들의 반발을 우려, 각급 학교급식에서 아예 돼지고기 메뉴를 제외하라는 지침을 내려 논란이 돼온 상황, 정부까지 나서 정상화를 권고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학교들은 돼지고기 메뉴를 기피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곧 경기침체와 회식을 줄이는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리며 돼지고기 시장을 빠져나오기 힘든 깊은 수렁 속으로 몰아넣었다.
도매시장의 한 관계자는 “중도매인들도 크게 위축됐다. 예를 들어 ASF 이전까지 하루 세점을 찍던 중도매인들이 지금은 한점 밖에 찍지 않는다. 도매시장 가격 하락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했다.
여기에 기존 거래처로 출하하지 못하는 양돈농가들의 출하가 특정 도매시장으로 집중되다보니 농가 수취가격의 기준이 되는 전국 도매시장 평균가격은 지육kg 당 2천원대로 폭락했다.
경북지역의 한 양돈농가는 지난달 31일 “접경지역 양돈농가들의 어려움에 비할바가 못된다는 생각에 참고 있지만 적자가 산더미다. 이대로 조금만 더가면 비발생지역 양돈농가들 역시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양돈업계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수의과학적 근거는 물론 뚜렷한 기준도 없는 정부의 과도한 방역정책이 근본 원인이라는데 이의가 없다.
이는 곧 일선 광역지자체에도 막연한 공포감을 던져주며 지역이기주의와 더불어 관내 양돈의 ‘쇄국’을 단행하는 단초가 되고 있다는 시각이다.
소비자들 역시 연일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정부의 방역정책 관련 보도에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의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정부와 지자체 등 방역당국의 냉정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ASF ‘조기종식’ 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다보니 현실과는 동떨어진, 무리한 방역정책이 잇따르고 있을 뿐 만 아니라 그 부작용으로 인해 ASF 발생이 일부지역에 국한된 지금 산업 전체가  마비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학교 주한수 명예교수는 이와 관련 “방역도 중요하지만 원활한 돈육생산과 생산성 유지 또한 중요함을 간과해선 안된다”며 “돼지를 모두 죽이고 농장을 통제함으로써 산업이 마비되면 무슨 의미가 있나. 수의과학과 방역의 취지를 다시한번 되새겨 볼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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