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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귀를 기울이면…

  • 등록 2019.10.25 10:32:09


박 규 현 교수(강원대학교)


악마의 대변인은 카톨릭 교회에서 사용되는 공식적 자리이다. 악마의 대변인은 카톨릭 교회에서 성인(聖人)을 시성(諡聖)하기 위해 논의할 때 그 대상자에 반대하는 입장을 가지고 참여하기 때문에 그 대상자의 흠결에 대해 주로 주장하게 된다. 하지만 현대에서는 실제로는 어떠한 관점에 동의하고 있지만, 토론을 활성화하기 위해 그 관점에 대해 동의하지 않거나 다른 관점을 가지고 참여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실제 반대자에게 악마의 대변인 역할을 맡기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은 대다수가 놓치고 있는 문제를 발견하기 위한 방법으로 유용하다. 어떠한 가치를 공유하는 조직 안에서는 조직원들 사이의 갈등을 최소화하려 노력하고 같은 의견을 갖고 조직에 대해 비판적 생각을 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기 쉽기 때문인데 이것을 집단사고라고 한다. 집단사고가 발생하면 생각을 공유하지 않는 집단 또는 다른 생각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며 한 쪽으로 기울어진 사고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불합리한 의사결정을 하기 쉽다. 집단사고의 문제를 보여주는 예로 자주 등장하는 것이 첨단기술인 로켓기술이다. 1986년 1월 28일 발생한 챌린저호의 발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폭발했다. 고무재질의 고체연료 로켓 오링이 추운 날씨에 탄성을 잃을 경우 부품 사이를 완벽히 막지 못할 경우가 생기는데 기술자가 로켓 디자인 당시 그 문제를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한다. 2003년 2월 1일에는 지구로 귀환하던 콜롬비아호가 대기권 진입 중 폭발했는데 이 역시 날개에 있던 작은 구멍이 원인이었고 그 위험성을 제기한 엔지니어의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따라서 악마의 대변인은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집단에서 더욱 필요한 자리이며, 악마의 대변인은 그 집단(정보), 그리고 그 반대되는 집단(정보)에 대해 능통해야 한다. 우리가 악마의 대변인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면 발생할 수 있는 많은 가능성에 대해 미리 준비할 수 있다.
2019년 농림축산식품부의 6개 중점추진과제는 ① 청년 일자리 창출 ② 스마트 농업 육성으로 농식품산업 혁신성장 견인 ③ 공익형 직불제 개편 ④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농촌소득 증대에 기여 ⑤ 로컬푸드 활성화 그리고 ⑥ 농축산물 안전 및 관리강화로 안심 소비체계 구축이다. ①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제시된 것 중 축산과 관련된 것은 동물간호복지사, 가축방역위생관리업(신고업종)에 대한 자격과 직종의 도입이다. 가축방역위생관리업은 축사의 청소, 소독, 해충 방제를 하며 가축전염병예방법을 시행하며 진행하려고 계획하기 때문에 업무 수행을 위한 매뉴얼이 필요하게 될 것이지만 다양한 축산 환경으로 인해 업무 지침이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축산의 발전을 위해 시행되겠지만 지침(매뉴얼)이 만들어지게 되면 그것은 관점에 따라 최소한의 규제로 볼 수도 있다. 우리 축산인들은 이러한 변화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가? ② 스마트 농업 육성으로 농식품산업 혁신성장 견인에 제시된 방법은 온습도관리와 먹이 공급 등을 자동화하는 스마트 축사 확대 등이다. 우리 축산인들은 스마트 농업 기술의 이용을 위한 투자와 교육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가? ③ 공익형 직불제 개편은 쌀 직불제가 중심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환경보전, 공동체 유지, 경관 등 공익적 기능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우리 축산인은 수질·토양·대기오염과 관련한 공익적 요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가? ④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방법은 태양광이 중심이다. 하지만 우리 축산은 농촌 재생에너지 활성화를 촉진하는 제도와 조직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축산의 유기자원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생산에 대해 목소리가 나오는지 귀를 기울이고 있는가? ⑤ 로컬푸드 활성화라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가? ⑥ 농축산물 안전 및 관리강화로 안심 소비체계 구축을 위해 진행되고 있는 축산 사육환경 개선 방향으로 축산은 조류인플루엔자, 구제역 등 가축질병예방에 힘쓰고 사육환경 개선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 축산인은 사육기준 강화, 그리고 그 점검체계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가?
나 또는 내가 속한 집단(우리)과 다른 의견을 가진 타인 또는 타 집단(남)과 협상을 할 때에는 그 쪽의 주장과 그 근거에 대해 많이 이해하고 있을수록, 그리고 그 대응책을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남에 비해 유리한 조건으로 또는 최소의 피해로 협상을 마칠 수 있다. 우리 축산업에 해당하는 일들과 관련한 상대방의 전략에 대해 많이 알고 있을수록 우리 축산이 유리한 조건에 설 수 있거나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 하지만 우리 사람들은 본래 나에게 불리한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고 나에게 유리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기 마련이다. 이를 통해 점점 확증편향이 생기고 그 방향만이 우리의 나아갈 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우리 축산이 잘 되도록 노력하는 협회, 축산을 도와주기 위해 노력하는 농림축산식품부와 유관기관들의 조직 내에 축산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으며 또한 축산에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조직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는 악마의 대변인을 임용하면 어떨까? 우리 모두 같은 목소리를 내기 전에 악마의 대변인을 통해 듣는 다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첫 발이 되지 않을까? 우리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하기 전에 우리가 귀를 기울이고 있었는가에 대해 자문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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