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7 (일)

  • 흐림동두천 7.6℃
  • 구름많음강릉 13.2℃
  • 박무서울 8.7℃
  • 흐림대전 9.9℃
  • 흐림대구 12.9℃
  • 구름조금울산 13.2℃
  • 흐림광주 10.9℃
  • 구름많음부산 12.9℃
  • 구름많음고창 9.4℃
  • 제주 13.2℃
  • 구름조금강화 7.3℃
  • 흐림보은 8.9℃
  • 구름많음금산 11.1℃
  • 구름많음강진군 10.0℃
  • 구름많음경주시 8.3℃
  • 흐림거제 12.7℃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논단>양돈산업 불황 극복 방안

  • 등록 2019.08.09 20:01:50


김 유 용 교수(서울대학교)


중국은 전 세계 돼지의 약 50%를 사육하고 있고, 돈육생산량이 전 세계 생산량의 약 48%를 차지하는 나라다. 
이런 나라에서 2018년 8월 랴오닝성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 (ASF, african swine fever)이 10개월이 채 되지 않은 짧은 기간에 중국 전역으로 전파됐다. 국내에서 수입 돈육을 취급하는 사업자들은 2010~2011년 우리나라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였을 때와 같이 국내 돈육가격의 폭등을 기대하고 역대 최고로 많은 양의 돈육을 해외에서 수입했다.
그러나 국내 돈육시세는 2018년 11월부터 폭락수준으로 떨어지더니 매년 돈가가 상승하는 3월에서 8월까지의 기간에도 예년에 비해 약 20%나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한 원인들은 여러 가지 지목되고 있지만, 국내산 돈육소비가 줄어든 것이 무엇보다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근 국내산업의 불경기, 52시간 근무, me-too운동의 여파로 많은 회사들이 저녁회식을 가급적 자제하는 분위기로 인해 국내산 돈육을 구워먹는 소비량이 급감했다.  하지만, 간편식이나 소포장 식재료를 선호하는 최근의 사회분위기에 따라 수입 돈육들은 간편도시락이나 배달음식의 식재료로 들어가서 소비량이 오히려 늘고 있다.  우리나라 사회의 변화되는 모습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해당 산업이나 회사는 사양길에 접어드는 것이 자명한 일이므로 지금의 현실에서 국내산 돈육의 소비를 늘리는 방법을 국내 축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해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우선 국내산 돈육의 소비는 여전히 구이문화로만 인식되고 있고, 다양한 요리법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는데, 시급히 변화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생각된다.  최근 젊은 요리사들이 방송을 통해 자주 소개되고 있으므로, 신선하고 안전한 국내산 냉장돈육을 이용하여 유명한 요리사들이 일반 소비자들도 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들을 개발해야 한다.  사회가 변하고 있는 만큼, ‘돼지고기는 구워서 먹는다’는 개념은 이제 버려야 한다. 지금까지 삼겹살과 목살위주의 소비패턴에서 벗어나 다양한 부위의 소비를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후지(뒷다리살)를 껍질을 포함한 요리방법으로 소비자들의 호응을 받아 맛집으로 알려지는 식당이 생겨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두 번째로 국내산 돈육은 냉장육이므로 돈육내 육즙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것에 비해 수입 냉동돈육은 냉동과 해동과정 중에 세포가 파괴돼 돈육내 육즙이 유출되는 문제가 있다. 식당에서 고기를 불판에 구울 때, 맑은 기름만 흘러나오는 것이 아니라 콧물같이 엉켜진 육즙이 흘러나오는 돈육은 100% 냉동육이므로 실제 냉장육과 비교할 때 맛과 풍미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처럼 과학적인 접근방법으로 국내산 냉장육이 수입 냉동육에 비해 돈육의 품질이나 맛이 월등히 좋다는 것을 소비자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시각적인 소비홍보광고를 했으면 한다. 
한돈자조금을 사용하여 소비, 홍보를 하고 있는데, 유명한 연예인 모델 보다는 방송에 많이 노출된 전문요리사를 등장시켜 국내산 냉장돈육의 우수성을 알림으로써 돈육에 대해 전혀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시각적인 방법을 통해 차이점을 직접 보여주는 방법도 매우 효율적일 것이다.  국내 소비자들의 이해를 높여 국내산 돈육의 소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된다면 적극 수용, 시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현재 국내산 돈육의 가격에도 견딜 수 있는 양돈농가들의 자구노력이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다른 지면을 통해 이미 여러 번 주장을 했지만, 양돈선진국들이 모여있는 EU와 우리나라는 여러가지가 다른 상황이긴 하지만 국내 양돈산업에 적용해야 하는 것들 중에서 생산비와 관련된 것들을 강조하고 싶다.
유럽에서는 후보돈가격이 국내의 약 1/4수준에 불과하고 모돈 도태시에도 그 가격이 비육돈가격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모돈갱신율을 높이면서 생산성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을 쓰고 있다.
따라서 단기간동안 최대의 번식능력을 기대하면서 3~4산까지만 사용하고 도태하여 연간도태율이 50~60% 되는 양돈장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모돈가격도 EU에 비해 훨씬 비싸고, 모돈을 도태할 경우 양돈장 입장에서는 경제적 손실이 적지 않다. 모돈 1두 도태시 약 150만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음을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외국에서 우수하다는 종돈들이 매년 많이 수입되고 있는데, 비싼 가격에 도입된 종돈이나 후보돈(F1)을 빨리 도태하는 것은 국가적 낭비일 뿐 만 아니라, 요즘처럼 국내 돈육시세가 낮은 경우 양돈장 경영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현재 국내산 돈육시세는 지육 kg당 4천원 안팎에 형성되고 있지만, EU의 돈육생산비는 2천400원 내외라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의 국내산 돈육시세라도 EU에서 보는 관점에서는 매우 높은 가격이며, 2021년부터 수입 돈육의 관세가 모두 철폐된다면 본격적으로 국내산 돈육은 수입 돈육과 피할 수 없는 경쟁관계에 돌입하는데, 끝없는 생산비경쟁은 이미 예고되어 있다.  양돈업계에서 생산비를 줄이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하는 이유다.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라는 말처럼 급변하는 상황속에서도 살아남는 양돈장으로  자리매김 하고, 국내 양돈산업이 지속가능한 산업이 되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