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3 (토)

  • 구름조금동두천 16.0℃
  • 구름조금강릉 11.1℃
  • 구름조금서울 16.9℃
  • 구름많음대전 18.7℃
  • 구름많음대구 22.2℃
  • 구름많음울산 14.2℃
  • 구름많음광주 20.9℃
  • 구름많음부산 16.8℃
  • 구름많음고창 15.2℃
  • 흐림제주 16.1℃
  • 맑음강화 14.8℃
  • 구름많음보은 18.4℃
  • 구름많음금산 18.8℃
  • 흐림강진군 18.9℃
  • 구름많음경주시 12.2℃
  • 구름많음거제 18.4℃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논단>미래시대 속의 축산업 운명

  • 등록 2019.06.19 10:37:57


김동균 이사장(前 상지대교수, 강원도농산어촌미래연구소)


인류의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문명의 변화속도가 증가될수록 어려운 일이다. 얼마 전 우리 업계는 변화무쌍한 기술의 발전과 상황의 변화를 고려하여 이를 좀 더 편하고 정확하게 다루어보려는 모임을 가진바 있다. 이름하여 ‘ICT기술’을 축산업에 도입하는 문제가 어느 경지에 이르렀느냐를 살펴보고, 이 기술은 앞으로 어떻게 펼쳐지겠는가를 생각해 보는 자리였다. 여러 연사들이 현 주소를 짚었고 미래를 상상했다. 사실 필자는 35년 전에 이 문제를 축산경영학회 창간호에서 다루었기 때문에 아마도 이론적 생소함이 가장 적은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에 충실하면서 지내온 사람들에게는 괴리감을 주기에 충분하지 않았나 싶었다.
그러나 인류에게는 무한한 잠재력과 적응력이 내재되어 있다. 굳이 비유하자면, 휴대폰이 처음 나오던 시절, 나이 든 사람들은 그 물건의 사용법을 배우려고 고심한 것에 비할 만하다. 도대체 ‘뭣에 쓰는 물건인고?’를 반복하면서 쓰다듬고 만져보아야 별 뾰족한 수가 없어서, 젊은 사람의 도움을 받고나서야 간신히 여는 법부터 배운 기억이 나지만, 요즘은 산골의 아낙조차 다양하게 가지고 놀고 있는 물건이 되었다. 
세상일의 다양성을 논하자면 끝도 없겠지만, 단편적이나마 손쉽게 느껴보려면 대형서점을 가보면 대충 그림이 들어온다. 이메일 시대여서 종이책 시장이 망했다더니 도대체 이 많은 책들은 어디에서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가? 놀랄 지경이다. 돌고 돌아 해외 책자코너를 가보면 각 학문분야의 세력을 짐작할 만하다. 비교할 수 없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문학 코너를 건너뛰어 자연과학 분야의 서적이 꽂혀 있는 장소에 도착하면, 생물, 물리, 화학, 공학 등 기초과학 분야의 큰 틀을 지나야 응용기술서적을 발견할 수 있다. 그나마 순수 농학 분야의 서적은 상대적으로 매우 희귀한 편이며, 축산학 전문도서는 더 귀하다. 보고 싶은 책의 대부분은 주문조차 되어 있지 않은데다가 실물은 존재하지 않고 목록에만 나와 있는 경우도 많아서 내가 종사해 왔던 분야의 위치가 상대적으로 얼마나 협소하게 다루어지고 있는지를 절감하게 된다. 이 상황은 상대적으로, 현대사회의 관심사가 크게 팽창되면서 동물자원 생산과학 분야의 서적들이 풍족했던 시대는 사라지고 유전공학 및 응용설비학 분야로 스며들어 다른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그러나 책방의 변화만 보고 축산업이 소멸되어간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인류의 생존과 미래를 다루는 쪽을 살펴보면, 역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먹이와 자원이었다. 먹는 일은 모든 생명체에게 가장 먼저 해결되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이 점은 지구인류가 필요한 단백질의 40%가량을 동물성 식품이 감당하고 있으며, 그 중심권이 축산업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소름 돋는 ‘호모데우스 적’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미래에는 3D 프린터로 우주기지도 건설하게 될 것을 예언하는 주장에서 시작된 논리가 축산물조차 이 방법을 응용하면 설계도를 만들어 원소(또는 원료)를 투입하면 해결하게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이 땅위에서 가축도 사라지고 이를 다루던 축산업이라는 산업도 소멸될 것인가?
미래를 예단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그 순간까지 가 보아야 알 일이지만 이제 인류는 ‘신의 경지’에 다가서면서 마음먹은 대로 사물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확산된 것은 부인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아무 것도 없는 무(無)에서 유(有)를 만드는 재주는 없기 때문에 원료 없이 새로운 물건을 만들 수는 없다. 질량불변의 법칙을 진리의 한 부분이라고 볼 때, 아무리 복잡한 물질을 만들어 낸다고 하여도 어디에선가 원소를 끌어들여 짜 맞추기를 한 것이지 전혀 없는 것을 있게 한 일은 아닌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같은 물질이라고 하여도 과연 자연물과 인공합성물이 주는 느낌도 같을 것인가? 이쯤에 생각이 미치면, 분명 한계가 있다. 느낌의 원천을 만들기도 어렵겠거니와 어떻게 타인의 정신 속에 그 느낌까지 심을 수 있겠는가? 바로 이 목적으로 매체를 통한 광고가 이용되는데, 거의 모든 광고들은 집단 최면적 목적을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더 생각해 볼 점은, 과연 인류로부터 식도락을 배제하고도 인생이 성립될 수 있을 것인가?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면, 축산물을 비롯한 자연식품 생산업은, 외형에는 변화가 오더라도 본질은 (당분간) 소멸되지는 않을 것 같다(마치  양초공장이 오늘날에도 존재하는 것처럼).
축산의 추세를 큰 틀로 보면, 날짐승의 흰 살코기와 알의 소비는 빠르게 증가해 온 반면, 네 발 짐승에서 얻는 붉은 고기의 소비는 조금씩 늘거나 일부에서는 오히려 줄었다. 그런데 의외로 젖과 유제품의 소비는 꾸준히 증가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축산물 소비는 급증하다가 완만해지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더 많이 먹는 추세다. 그러나 구해먹는 방법은 달라져서 그 전 같으면 구하기 어려우면 줄여서 먹거나 좀 참고 기다렸다가 먹기도 했지만 지금 사람들은 먹고 싶다면 ‘참지 않고’ 먹어치우고 있다. 이 유행이 온 지구에 확산되는 한 축산업이 망해 없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미래는 역사의 축적위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미래를 밝게 바라보고 노력한다면 탄식과 비관에 빠져 손 놓고 포기하는 것보다 좋은 결과를 맞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현상은 오랜 세월동안 나라의 흥망에서도 여실히 증명되었다. 역사드라마들을 살펴보면, 대업이나 패권을 얻기까지에는 무수한 우여곡절이 작용하였다. 그 주인공들은 생각하지도 못했던 사건이 터져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가도 또 예상하지 못하는 변수로 그 장애에서 벗어나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우여곡절이 곧 인생이요, 역사인 것이다. 무형의 생각조차 시간과 공력을 들여야 한다는 점에서 볼 때, 농장운영이란 실로 대업임과 동시에 거대한 게임이다. 우리는 지금 복잡계(통합적인 표현임)에 살고 있지만 도도히 흐르는 시대조류에 적응하면서, 하고 있는 일의 값어치를 높여서 남들이 사 줄 때 비로소 생존이 가능한 국면에 와 있다. 인기는 곧 권력이고 돈이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