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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남성우 박사의 ‘相生畜産’ / 94. 네덜란드 국제낙농경영과정 연수 (1)

한독목장 근무 4년만에 네덜란드 연수과정 발탁
현지농업 본산 와게닝겐 연구기관서 교육

  • 등록 2019.05.24 13:22:46


(전 농협대학교 총장)


▶ 필자가 안성 소재 한독낙농시범목장에 근무하던 중 해외 선진 낙농기술을 배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 1980년 가을 네덜란드 정부가 주관하는 국제낙농경영과정(International Diary Husbandry Course)에 지원했는데 교육대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선정통보서를 받고 나는 매우 고무되어 있었다. 한 해 전 FAO 콜롬보 플랜에 의한 호주 연수과정에 지원했지만 아쉽게도 탈락했던 뒤여서 이때 기쁨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목장 현장에서 카우보이로 근무한 지 4년 만에 드디어 선진 낙농기술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나는 연수 참가에 필요한 출국 절차를 마치고, 마침내 1981년 3월 1일 KLM(네덜란드 국영항공사) 비행기에 올랐다. 난생 처음 타보는 비행기였고 첫 해외여행이었으니, 출국 전날까지도 흥분과 감격에 들떠 있던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 출국 전 나는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에 들러서 외국 연수생에 대한 안내를 받고 체재기간 중 유의사항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 교육과정은 모든 비용을 네덜란드 정부가 부담하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의 하나였으므로 왕복 비행기 티켓까지도 네덜란드 정부가 제공했다. 첫 해외여행이란 설렘 속에 비행기에 오른 나는 이륙하는 모든 과정을 창밖으로 관찰했다. 그 육중한 비행기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게 그렇게 신기할 수가 없었다. 구름을 뚫고 햇빛 찬란한 창공 위를 날아가는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뭉게구름은 마치 솜털을 펼쳐놓은 것처럼 포근해 보였다. 마음이 날아갈 듯 들뜬 나는 비행기에 비치되어있는 항공사 매거진 등을 읽으며 지루함도 잊은 채 비행을 즐겼다.

▶ 김포공항을 이륙한 후 비행기는 동경 나리타공항과 알라스카 앵커리지공항을 경유해, 장장 18시간여 만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스키폴(Schiphol)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지금은 중국 상공을 가로지르므로 시간이 훨씬 적게 걸리지만 그 때는 정말 먼 거리를 날은 거였다.   

▶ 스키폴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암스테르담 중앙역(central station)까지 갔다. 가는 도중 거리의 큰 건물 위에 우뚝 서있는 ‘Gold Star’라는 광고판이 눈에 들어왔다. 가슴이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꼈다. 당시 금성사에서 텔레비전과 냉장고 등을 제조해서 수출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역만리 해외에서 우리나라 제품의 광고판을 보게 되니 한국인으로서의 뿌듯한 자부심이 저절로 샘솟았다. 이런 게 애국심인가보다. 

▶ 암스테르담 중앙역에서 목적지인 와게닝겐(Wageningen)행 기차에 올랐다. 기차역이 얼마나 큰지 플랫폼이 너무 많아서 신경을 써가며 찾아야 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유럽은 각 나라 도시가 유럽철도(Eurail)로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어서 정시에 정해진 플랫폼에서 기차를 타지 않으면 엉뚱한 곳으로 갈 수 있다고 했다. 내가 탄 기차는 한 쪽은 창 쪽으로 긴 통로가 있고, 승객이 앉는 자리는 칸막이로 나뉘어 8명 정도가 마주보고 앉을 수 있는 구조였다. 이걸 그들은 콤파트먼트(Compartment)라고 부른다. 영화에서 보던 그런 기차였다.

▶ 차창 밖에는 평탄한 토지가 끝없이 이어지며 지평선을 연출했다. 산이 없는 게 신기했다. 그저 땅이 평평했다. 땅은 검은 색을 띠어 매우 비옥해 보였다. 농지 중간 중간에 수로가 많이 있는 것을 보면서 바다를 메워서 땅을 만든 나라, 국토의 1/3이 바다보다 낮은 나라라는 게 실감났다. 이른 봄인데도 군데군데 초지에는 홀스타인 젖소가 파란 풀밭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광경이 자주 눈에 띄었다. 그건 달력 사진에서 접하던 모습과 흡사했다. 이런 환경이니 네덜란드가 낙농의 선진국이 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여기 농부들은 참 행복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이내 사육규모도 적고 사육환경도 열악한 한국의 낙농가들과 오버랩이 되었다. 멀리 수로 제방 위에는 역시 사진에서나 보던 풍차의 모습이 끊이지 않고 스쳐 지나갔다. 댐과 풍차가 있는 풍경, 네덜란드였다.

▶ 와게닝겐역에 도착해 시내에 위치한 국제농업센터(IAC : International Agricultural Center)로 가는 버스를 탔다. 거리가 놀랍도록 아름다웠다. 집집마다 거리마다 꽃들이 가득했다. 정원에, 베란다에, 창가에, 길가에 온통 꽃이다. 과연 꽃의 나라다. 네덜란드는 전 세계에서 꽃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튤립의 나라다. 버스는 저상버스인데 매우 깨끗하고 세련된 디자인이어서 인상 깊었고, 승차감도 아주 안락하게 느껴졌다. 선진국은 버스부터 다르구나 하는 생각조차 들었다. 

▶ IAC에 도착해서 안내를 받고 방을 배정 받았다. 한 방에 두 명이 함께 쓰는 줄 예상하고 있었는데, 뜻밖에 한사람씩 쓰는 방이었고, 침대 옷장 책상 등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7층에 있는 내 방은 동쪽으로 창문이 나있어서 아침에 해가 뜨면 밝은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창문을 열면 바로 아름다운 공원이 보이고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매일 새벽이면 종을 울리는 교회 종탑도 인상적이었다. 

▶ 와게닝겐은 인구 6만의 아담한 도시이지만, 네덜란드 농업의 본산이라고도 불리는 곳이다. 와게닝겐 농과대학, 농업관련연구소, 국제농업센터, 농업훈련센터(PTC) 등 농업관련 교육·연구기관이 집중되어 있다. 서울대 농과대학(지금은 관악캠퍼스로 이전), 농촌진흥청, 농업과학원, 축산과학원, 농업기계연구소 등이 있었던 우리나라의 수원시 서쪽 정도로 생각하면 맞을 것 같다. 지금은 와게닝겐 농과대학과 연구기관이 통합되어 농업분야 종합연구교육기관(Wageningen University & Research)으로 탈바꿈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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