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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남성우 박사의 ‘相生畜産’ / 87. 신선한 육가공품을 정육점에서 - 식육즉석판매가공업 확대

저지방·비선호부위 소비 촉진…육가공품 활로 창출
업계 인사들과 합심…정부에 제도 정비 건의 ‘결실’

  • 등록 2019.04.26 10:48:13


(전 농협대학교 총장)


▶ 2013년 11월 25일 ‘농협안심축산전문점’인 동원시장점(중랑구 면목동)에서 식육 즉석가공 판매전문점 출범행사가 있었다. 이제 정육점에서도 햄, 소시지, 떡갈비, 돈가스 등 가공제품을 간단한 제조설비만 갖추면 직접 가공하여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동안 식육 판매업은 농림축산식품부가 관리하는 축산물위생관리법의 적용을 받고, 즉석제조 판매가공업은 보건복지부가 관리하는 식품위생법의 적용을 받도록 이원화돼 있었다. 따라서 식육판매업 신고와 즉석제조 판매가공업 신고를 별도로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고, 특히 즉석제조 판매가공업은 시설기준, 위생조건 등 까다로운 기준이 적용되어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축산물위생관리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이제 정육점이 육가공품을 즉석에서 제조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부와 국회에서 업계의 건의를 적극 수용해 정책에 반영시켜준 결과였다. 


▶ 우리나라의 육류 도매 형태를 보면, 소비자의 취향이 극히 일부 부위에 편중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돼지고기의 경우 삼겹살 목살 등 구이용 부위는 많이 소비되는 반면, 앞다리 뒷다리 등심 안심 등은 소비가 잘 되지 않아서 삼겹살 목살의 가격은 비싸고 다른 부위는 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따라서 식육을 가공 판매하는 업체들은 잘 팔리지 않는 부위의 재고 체화로 경영상 큰 어려움을 겪어 왔다.


▶ 이러한 상황에서 축산물위생관리법의 개정으로 전국 4만8천여개의 정육점은 식육판매업에 추가해서 햄·소시지 등 식육가공품 제조판매와 가공품의 분할 판매도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이제 독일의 메쯔거라이(Metzgerei), 미국의 부처샵(Bucher Shop), 유럽의 델리카트슨(Delicatessen), 호주의 빅터처칠(Victor Churchill) 등의 매장처럼 국내에서도 즉석 제조한 다양한 육가공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되었고, 소비자들은 주거지 인근의 판매장에서 신선한 육가공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 관련법 개정으로 제도개선이 실현된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다.  2012년 10월 15일 11시, 정부 세종로청사 회의실에서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 주재로 물가 관계장관 회의가 열렸다. 회의가 열리기 전, 농림수산식품부 이천일 유통정책관이 “소비가 잘 되지 않는 저지방, 비선호부위의 소비활성화를 위해서 정육점에서 손쉽게 육가공품을 즉석 가공해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한다면 물가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는데, 오늘 회의에서 건의하면 좋겠다”고 필자에게 제안을 했다.


▶ 평소에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던 나는 이 제안에 공감하고 회의석상에서 기재부 장관에게 “정육점에서 비선호부위를 활용하여 손쉽게 육가공품을 즉석에서 제조 판매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 달라”고 건의했다. 우리나라 육류 생산과 소비추세, 문제점, 개선방안 등에 대한 설명과 함께 물가안정에 기여할 수 있음도 강조하면서 정육점의 즉석가공판매 간소화를 위한 제도개선을 건의하자, 독일 유학을 했다는 보건복지부 차관이 “독일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다. 좋은 방안이다”라며 찬성 의견을 보탰다. 소비자단체협의회 김연화 회장도 부처 간에 밥그릇 다툼 하지 말고, 소비자후생 개선을 위해서 자유롭게 가공,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지발언을 했다. 말미에 박재완 장관 역시 이 안건에 대하여 추진하는 게 좋겠다는 결정을 내리고, 농림수산식품부와 보건복지부가 협의하여 관련법규 개정계획을 수립해 11월 16일까지 보고토록 주문했다.


▶ 한 달 뒤인 11월 16일 11시, 물가관계 장관회의에서 기재부 장관이 주문한 ‘식육가공품 제조유통 활성화방안’을 당시 국립동식물검역검사본부 권재한 부장이 보고했다. 그 결과 농식품부와 보건복지부의 중복규제를 해소함으로써 정육점이 식육판매업 신고만으로 식육가공품의 즉석 제조 판매가 가능하도록 영업범위를 식육 가공품 판매업으로까지 확대했다. 이어 정부는 축산물위생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11월 28일 입법예고했다. 그러나 12월 대통령 선거와 신정부 조직 등으로 법령 개정이 지연되다가 드디어 이듬해인 2013년 10월 16일 축산물위생관리법 개정안이 공포되었고, 12월 19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 축산물위생관리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육가공협회 김실중 부회장의 역할이 컸다. 그는 SPN 사업추진 계획을 입안하여 농식품부와 기획재정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련부처에 법령의 개정을 건의했다. SPN은 ‘Supply Protein to the  Nation’의 머리글자를 딴 것으로, 국민에게 단백질 공급을 확대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고 했다. 법 개정 직전 3년간 우리나라 육가공품 소비량을 보면 2010년 19만5천톤, 2011년 20만3천톤, 2012년도 20만3천톤으로 소비가 정체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여건에서 육가공품 소비확대를 위한 SPN사업계획의 일환으로 식육 즉석가공 판매업의 절차 간소화를 위한 법개정을 추진했던 것이다.


▶ 법 개정이후 즉석판매가공업소는 2014년 4천818개소가 생긴 이후 매년 늘어나 2018년에는 1만3천89개소까지 증가했다. 앞으로 식육즉석가공 판매점이 늘어나면서 육가공품의 소비촉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무쪼록 우리나라 식육 소비형태의 개선을 통하여 축산물 유통개선과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동시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이 사업이 더 빠르게 확산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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