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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축산물에 대한 오해 풀어야겠지만

  • 등록 2019.03.27 10:35:38


윤 성 식 교수(연세대학교 생명과학기술학부)


식습관이 서구화하면서 축산물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는 중이다. 통계자료를 보니 지난해 국민 1인당 육류(소·돼지·가금) 소비량은 51.4 ㎏로 쌀 1인당 소비량 67.2㎏의 76%에 이른다. 영양과잉 때문일까, 사회 전반에 살빼기 열풍도 한창이다.
비만이란 체내에 지방조직이 과다한 상태. 식품을 통해서 섭취한 영양소 중에서 혈액으로 흡수된 포도당이 중성지방의 형태로 축적되면서 생긴다. 아시다시피 축산물이 현대인의 비만과 성인병의 원인이라는 이론이 영양학계의 오랜 통념이었다. 그래서 축산물이 인체의 건강 유지에 긴요하다는 점은 간과된 채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이 만연되어 있었다.
이러한 지방섭취의 오해는 1961년 미국의 생리학자 안셀 키스(Ancel B. Keys) 박사의 주장이 그 단초를 제공했지만 미국 정부가 저지방-고탄수화물식이, 저지방-콜레스테롤제한식이 등을 추천하면서 부정적 인식이 범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 그러나 2017년 미국의 생물학자인 타이숄즈(Nina Teicholz) 박사는 그의 저서 「지방의 역설」 (원저 The Big Fat Surprise: Why Butter, Meat and Cheese Belong in a Healthy Diet)을 통해 지방에 대한 누명을 반박했다. 그녀는 “심장마비를 예방하려면 포화지방 뿐만 아니라 식단을 통한 콜레스테롤 섭취를 피해야 한다”는 미국심장학회의 권고사항에 반기를 들었다. 
‘검은 삼겹살’이나 ‘육식의 반란’ 같은 프로그램을 시청한 적이 있는가. 몇 해 전 국내 지방 MBC 방송국이 제작한 특집다큐멘터리인데 마블링의 음모, 삼겹살 지방을 다룬 내용이다. 그 방송에서 하얀 지방이 마치 서리처럼 내려앉은 쇠고기를 의미하는 상강육(marbling)은 건강을 해치는 기름덩어리일 뿐이며 마블링의 정도로 판정하는 국내 쇠고기등급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고급 미국산 쇠고기인 프라임 등급은 지방 함량이 10%에 불과한데 우리나라 쇠고기 최고등급 1++는 무려 20%나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방함량이 높은 육류를 섭취하는 것은 건강의 적이라고 단정했으니, 환언하자면 지방과 단백질 함량이 높은 축산물을 섭취하면 건강을 해친다는 말처럼 들린다.
국내 축산업계는 즉각적으로 반발했다. 축산관련 학계 그리고 일부 의사들이 중심이 되어 고지방저탄수화물식(LCHF, low carbohydrate-high fat diet)이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공중파 방송에서도 ‘탄수화물의 경고’, ‘지방의 누명’이라는 스페셜 기획프로그램을 통하여 지방은 결코 다이어트의 적이 아닐뿐더러 고지저탄식이를 통해서 비만을 억제하고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 방송과 여러 학술행사에서 제시된 내용을 간추리자면, “탄수화물을 적게 먹고 좋은 지방을 많이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 비만의 주범은 지방이 아니라 탄수화물이다. 고지저탄식은 몸의 활력을 증진시키고 면역력을 높여주며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 대사성 질병도 막을 수 있다”로 요약할 수 있다(축산신문, 2017. 12).
저탄수화물식이 또는 탄수화물제한식이(저탄식)는 한마디로 말해 탄수화물 섭취를 극도로 제한하는 식단이다. 설탕, 밥, 빵처럼 탄수화물이 많은 식품을 줄이는 대신 지방과 단백질 함량이 비교적 높은 육류, 가금육, 계란, 치즈와 같은 축산식품, 생선 등 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저탄수화물식의 극단적 형태가 케톤생성식이(ketogenic diet)이고, 이는 간질병을 치료하는 병원식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저탄식이는 대략 탄수화물을 총 에너지섭취량의 20% 미만으로 섭취하는 것이다. 하루 500 kcal를 줄이면 체중이 1주일에 약 0.5kg 감소할 수 있다니 체중조절을 위해서는 열량을 줄이는 식사가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필자는 고지저탄식이가 단기적 체중감량을 위해서는 저지고탄식에 비해서 효과가 더 우수하다는 의견에 찬성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건강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해롭다고 본다. 그 이유는 체중조절은 운동 이외에 결국 칼로리 제한에 있는 것이지, 결코 식단의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같은 영양소 의 상대적 구성에 달려있는 게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지면상 제약으로 상세한 내용은 생략하겠지만 탄수화물 대사에는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의 작용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학계는 저탄식이가 인체 내에서 대사적으로 유리하다는 주장을 실험적 오류라고 판단했다. 저탄식이는 심혈관건강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제기되었으나 오히려 사망률의 증가와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식습관, 운동, 휴식, 흡연, 음주 등 생활습관에 따라서 생기는 병적상태를 묶어서 ‘생활습관병’이라 부른다. 요즘 이와 관련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지만, 고지저탄식은 고혈압, 당뇨병, 비만, 고지혈증, 동맥경화증 등 현대인들에게 흔한 생활습관병과 높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입냄새, 조기사망, 두통, 변비는 저탄식의 잘 알려진 부작용들이다.
이 분야 전문가인 폴란드 바나치(M. Banach) 교수는 저탄식이를 하는 사람들에게서 조기사망, 관상동맥경화증, 심장마비, 암 발생의 위험성이 증가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동물성 단백질 특히 적색가공육은 발암 위험성의 증가와 높은 관련성이 있으며, 이는 섬유질과 과일류를 적게 섭취하고 동물성 단백질, 콜레스테롤, 포화지방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는 경향 때문이라는 논리를 폈다. 그 외에 미네랄류, 비타민류, 식물성화합물을 적게 섭취하면 발암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에서 실시된 NHANES 조사연구(1999~2010) 결과도 매우 인상적이다. 저탄식이와 사망원인, 관상동맥질병에 의한 사망, 암과의 상호관계를 24,825명을 대상으로 평균 6.4년 동안 추적 조사한 결과, 탄수화물을 가장 적게 섭취하는 사람들의 사망률이 평균 3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률의 증가는 55세 이상 정상체중인 노령층에서 더 높은 관련성을 보였다는 것이다.
요즘 국내에서 고지저탄식, 절식, 소식, 간헐적 단식 등 음식의 선택과 조절이 만성 성인병의 예방과 치료에 도움을 준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을 자주 본다. 그들은 고지저탄식이 체중감소 효과뿐만 아니라 염증저하, 암, 치매나 심장병 치료, 노화예방, 혈중콜레스테롤 저하에 탁월하므로, 지방이 많고 탄수화물이 적은 식사는 인체 내 적폐를 청산하는 핵심전략이라는 주장까지 펼친다.
대표적 고지저탄식품인 축산물 섭취가 건강에 해롭다는 오해는 반드시 풀어야 하고, 국내산 축산물의 소비 증대는 축산업 발전의 원동력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축산물의 소비를 홍보하기 위해서 그 영양학적 효과를 극단적으로 과장하거나 불확실한 학설을 마치 과학적 진실인 것처럼 홍보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득(得)보다 실(失)이 많을 것이다. “고지방 다이어트가 단기간에는 체중감량 효과가 있지만 영양 불균형과 몸의 염증반응을 불러일으켜 결국 중단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장기적으로는 체중감량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평가한 대한비만학회, 한국영양학회의 의견을 참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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