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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남성우 박사의 ‘相生畜産’ / 79. 군납 우유급식량 감축이 웬 말인가?

군 장병 체력은 군사력과 직결
‘완전식품’ 우유로 합리적 영양 공급 필수

  • 등록 2019.03.15 10:30:08


(전 농협대학교 총장)


▶ 우유는 우리 몸에 필요한 각종 영양소가 고루 들어 있는 소위 ‘완전식품’이라고 한다. 어린송아지가 어미의 젖만 먹고도 무럭무럭 자라는 것을 보면 분명하지 않은가. 우유에는 특히 청소년의 성장과 발육에 필요한 영양소가 많이 들어 있다. 그래서 학교우유급식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 그런데 지금 어이없는 일이 진행되고 있다. 국방부는 2018년도에 군 급양지침을 개편하면서 ‘흰우유’ 급식횟수를 연간 1인당 200㎖씩 456회에서 437회로 줄인 바 있다. 그런데 금년에 또 다시 비록 적은 양이긴 하지만 급식회수를 435회로 줄이고, 게다가 435회 중 24회는 흰우유 대신에 가공우유(초코, 딸기, 바나나)로 바꿨다. 장병들이 마시는 우유의 양을 줄이다니,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들이 알면 얼마나 실망이 크겠는가. 또 장병들이 선호한다는 이유를 들어 흰우유를 줄이고 가공우유를 급식하겠다니 이는 포퓰리즘 행정의 폐단이다.   

 
▶ 체력은 국력이라고 한다. 군 장병의 체력은 당연히 군사력과 직결된다. 그런데 ‘완전한 식품’이라 불리는 우유급식을 축소한다고 하니 어인 일인가. 장병들이 흰우유 취식을 기피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2017년 국방홍보원 주최 전우마라톤대회 참가 장병(1천3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급식우유의 용량 선호도를 보면 200㎖가 20.5%, 250㎖가 44.4% 그리고 300㎖가 35.1%로 나타났다. 용량이 큰 것을 원한다는 것은 현 용량이 부족하다는 것이고, 우유급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것을 말해준다. 설령 선호하는 장병이 있다고 해도 흰우유를 급식하는 게 맞다.  


▶ 군납우유는 전에도 수차례 수난을 겪었다. 군 우유급식은 국가경제 사정이 나아지면서 1982년부터 주 2회로 시작되었고, 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에는 주 7회로 확대되었다. 우유급식 용량은 1988년까지 180㎖이던 것이 1989년에 200㎖로, 2005년에는 250㎖로 늘어났다가, 2014년 11월부터 다시 200㎖로 줄어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국가경제가 더 좋아지고 장병들의 체격도 커졌는데, 우유급식 용량은 오히려 줄어들었으니 이치에 안 맞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주목할 사실은 2016년과 2017년에 ‘어머니 장병급식모니터링단’이 “장병의 영양균형을 위해서 200㎖는 적은 양이므로 증량이 필요하다”고 군 당국에 건의한 바도 있다는 것이다.


▶ 근년에 벌어졌던 일을 회고해 본다. 2012년에 국방부는 장병 1인당 연간 흰우유 250㎖씩 365회를 급식하던 것을 흰우유 250㎖ 293회, 가공우유 200㎖ 72회로 조정해서 급식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2013년에는 백색우유 용량을 250㎖에서 200㎖로 감량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농협은 우유급식 감량계획의 부당성을 설명하는 자료를 제출하고, 군납 조합장들의 현행유지 건의문을 국방부에 전달했다. 이와 함께 국회(국방위, 농해수위)에도 적극적인 농정활동을 펼쳤다. 그때도 낙농조합장들과 함께 낙농육우협회가 힘을 보태 연합전선을 폈다. 그 결과 국방부는 가공우유 급식계획을 철회하는 결단을 내렸다. 다만 용량은 2014년 11월 1일부터 200㎖로 변경하되, 급식횟수를 456회로 늘려서 급식총량은 당초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즉 종전 ‘250㎖ 365회’에서 ‘200㎖ 456회’로 하여, 우유의 1회 급식량은 줄이되 급식횟수를 늘려서 총 급식량에는 변함이 없도록 최종 결정한 것이다. 그런데 4년 후 2018년에는 급식횟수를 456회에서 437회로 19회나 줄이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 여기서 주목할 일은 금년에 처음으로 가공우유(딸기·바나나·초코우유) 급식이 도입된다는 사실이다. 과거 2012년에도 장병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백색우유를 줄이고 가공우유를 공급한다는 시도를 했었으나 낙농업계의 반대로 무산됐었다. 잘 아는 사실이지만 가공유는 과일 맛을 내는 화학물질 첨가제를 넣어서 제조한 음료로서 영양적인 면에서 보면 백색우유와 비교가 되지 못한다. 어떤 유업체는 분유를 물에 타서 가공우유를 만들기도 한다.


▶ 군에서 가공우유에 입맛이 익숙해지면 제대 후에도 평생 가공우유를 선호할 확률이 높다. 반면에 담백한 백색우유에 맛들이면 평생 백색우유를 마시게 될 것이므로 군에서 백색우유를 급식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가공우유를 선호하는 소수의 군인 때문에 다수의 군인에 대한 합리적인 영양공급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 학교급식에서도 아이들이 선호한다고 가공유를 공급하는 학교도 있다 하니 똑 같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군 급식당국이 “가공우유 급식은 취소하여 전량 흰우유로 급식해주고, 1회 급식용량은 현행 200㎖를 250㎖로 증량해줄 것”을 간곡히 건의한다. 현재 용량 200㎖는 성인(19~29세)의 1일 우유섭취 권장량(칼슘기준)의 27% 수준으로 크게 부족하다는 것을 감안해 달라는 말이다. 또 그렇게 하는 것이 장병들의 건강과 체력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수입 유제품의 범람으로 생존조차 어려워지고 있는 국내 낙농산업에도 큰 힘이 될 것이다.


▶ 2019 군 급식지침에 따르면 우유 이외에도 육류의 급량을 줄인다고 한다. 장병1인당 급식기준량을 한우고기는 23g에서 21g로, 육우고기는 12g에서 11g로, 돼지고기는 72g에서 68g로, 닭고기는 35g에서 32g로, 계란은 월 23개에서 22개로 줄이고 오리고기 급식은 연 17회에서 16회로 줄인다는 방침이라고 한다. 군인들의 체력과 건강 증진을 위해서라면 더 늘려야 할 텐데 오히려 줄인다니 크게 잘못된 결정이다. 다른 예산을 줄여서라도 군 급식량만큼은 절대로 줄여서는 안 된다. 농축산물 군 급식량을 당초대로 환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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