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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기류>사면초가 농협사료 이대로 주저앉나

농가소득 5천만원에 붕괴된 시스템

[축산신문 신정훈 기자]


발목 잡힌 사료가격연동제, 시장견제 기능 상실

비상경영에도 한계…벼랑끝 몰리면 농가에 파장


농협사료(사장 김영수)가 적자경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지만 좀처럼 실마리를 잡지 못하면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농협사료는 흑자 37억원으로 지난해 사업을 겨우 결산했다. 문제는 올 들어 두 달 사이 40억원 가까운 적자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농협사료 임직원들은 2008년과 2013년의 악몽이 재현될까 싶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농협사료에는 2008년 애그플레이션 당시 외부입김에 사료가격 인상 결정을 철회하면서 453억원의 적자를 내고 자본잠식 상태까지 갔던 기억이 남아 있다. 2013년에도 국제곡물가격 상승기조와 원-달러 환율불안으로 몸살을 앓으면서도 외부 압박에 떠밀려 상반기에만 40억원이 넘은 적자를 내기도 했다.

농협사료 직원들은 별다른 조치 없이 이대로 가면 올해는 220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농협사료가 지금처럼 벼랑 끝에 내몰린 것은 사실 농협중앙회 내부 사정 때문이다. 바로 농가소득 5천만원이 그것이다. 농협중앙회는 김병원 회장 취임 이후 최우선 목표를 농가소득 5천만원 달성에 두고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축산농가 소득증대를 빌미로 농협사료 가격을 내린 상태로 묶어두고 있는 이유이다.

농협사료는 2017년 11월 2.2% 사료가격 할인 조치에 들어갔다. 여기에는 농협중앙회의 의지가 반영됐다. 농협사료는 당시 국제곡물가격 상승 예측에 따라 인하가 아닌 할인을 선택했지만 당초 예정된 한 달 만의 할인기간은 연장의 연장을 거듭한 결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농가의 평균 소득은 2017년 3천823만9천원이다. 축산농가만 놓고 보면 7천151만7천원에 이른다. 농협중앙회가 추진하고 있는 ‘농가소득 5천만원’이라는 목표에 비춰보면 축산농가들은 이미 초과 달성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김병원 농협회장은 농협사료의 희생을 계속 강요하고 있다. 김병원 회장은 지난해 11월 5일 농협본관 대강당에서 열린 대한민국 축산업 진흥을 위한 입법공청회에서 “농가소득 5천만원 달성에 축산이 없으면 안 된다. 사료가격을 올려야 하지만 올리지 말라고 했다. 필요하면 내년에도 사료가격 할인을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이 말은 바로 현실이 됐다. 당초 2018년 12월 말까지 연장됐던 할인이 또 다시 연장된 것이다. 김 회장의 논리는 하위권 농가의 소득 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축산농가 소득을 끌어올려 전체 평균을 높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1인 주주(?)라고 하는 농협회장이 이런 식으로 계열사의 가격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 보다 더 큰 문제는 시장교란과 그로 인해 농가들에게 미칠 여파이다.

농협중앙회와 농협사료는 계속되고 있는 할인조치로 민간사료를 견제해 축산농가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말 그대로 주장에 불과하다. 농협사료가 대한민국 대표사료로 굳건하게 역할을 해내던 시절에는 실질적인 시장견제 기능이 작동했다. 그 것이 이번에 완전히 붕괴됐기 때문이다.

농협사료는 2005년부터 사료가격연동제를 적용해왔다. 그 당시 농협사료는 국제곡물가격이나 환율, 해상운임 등을 감안해 배합사료 가격 인상·인하요인이 발생하면 거기에 맞춘 가격정책을 써왔다. 이런 시스템은 시장에 정확한 신호를 주는 것에서, 한 발 더 나가 민간사료가 농협사료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농협 내부 사정으로 시스템이 붕괴되면서 이번 할인조치에는 민간사료의 동참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농협사료와 상관없이 가격을 올린 회사도 많다.

결국 농협이 사료가격연동제라는 강력한 시장견제 시스템을 버린 셈이다. 이는 바로 농가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높다. 경영압박을 못 견디는 상황까지 농협사료가 내몰리면 폭탄 터지듯 상당한 농가부담이 발생될 것이란 예측이다.

사면초가에 놓인 농협사료가 내세우고 있는 ‘마른수건을 쥐어짜는 식’의 비상경영에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농협사료가 존립위기에 처하게 되면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의 자립경영도 흔들린다. 일각에서 축산조직의 힘을 빼기 위해 농가소득 5천만원을 전가의 보도로 쓰고 있다는 한숨이 나오는 이유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특례조항의 취지를 축산경제가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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