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논단>규제없는 스페인산 돈육 수입

  • 등록 2019.02.27 10:36:21


김유용 교수(서울대학교)


2011년 우리나라에서 역대로 가장 피해가 심각했던 FMD가 종식되고 수입되는 축산물의 양이 급격히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국내산의 보조개념으로 외국산 축산물이 수입되다가 점차 물량이 증가하더니 2018년 돼지고기 수입량은 46만톤을 넘었다.  외국산 축산물의 수입이 증가하면서 국내 쇠고기시장에서 수입육이 차지하는 비율은 이미 60%를 넘어섰고, 돼지고기도 수입산 점유율이 30%를 넘어서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국내 축산업은 점차 붕괴되기 시작하며, 연관되는 사료산업, 첨가제산업, 도축산업, 시설기자재산업 등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아 축산업계 전반에 심각한 불황을 넘어서 폐업이 속출할 것이다.   

이 시점에서 한가지 궁금한 것은 정부에서는 그렇게도 많은 규제일변도의 정책을 펴면서도 축산물 수입이 무분별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방치하고 있다.   

국내 축산물 소비자들에게 신선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는 매우 중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나 농림축산식품부는 수입축산물에 대해 아예 손을 놓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최근에 밝혀진 스페인산 이베리코 돼지고기 파동이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정부기관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단체에서 문제를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담당부처에서는 아무런 책임감도 못 느끼는 것 같다.  

스페인에서 이베리코 돼지고기는 뒷다리(후지)를 가지고 하몽을 만드는 경우에만 적용하는 명칭이며, 뒷다리 이외에는 상품성이 없어서 모두 잡육으로 처리되는 돼지고기로 알려져 있다.  스페인산 이베리코 돼지는 모두 도토리를 먹이는 돼지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일반 배합사료를 먹이다가 비육후기 2개월 동안만 도토리를 먹이는 돼지는 베요타(bellota)라고 해 두당 1만m2 사육면적이 필요하다. 따라서 스페인에서도 베요타 100%는 전체 생산두수의 약 6.19%인 23만두밖에 생산되지 못한다. 여기서 뒷다리를 제외하고 생산되는 잡육인 돼지고기가 연간 9천200톤밖에 생산되지 못하는데, 우리나라는 어리석게도 스페인에서 수입된 돼지고기가 모두 이베리코로 둔갑되어 팔리는 한심한 나라가 되었다. 

국내시장에서 뒷다리는 우리나라에 수입도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번에 소비자단체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은 검은색이냐 백색이냐를 가지고도 문제가 되었지만, 이베리코 중에서 듀록을 사용해 교잡종 이베리코까지 검은색 돼지품종을 이베리코에 교잡한 경우까지 밝혔으면 훨씬 더 많은 비율의 스페인산 돼지고기에 문제가 많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베리코 돼지에 듀록을 교잡한 50%이베리코가 훨씬 많은 양이 생산되기 때문이다.  

스페인에서 베요타, 세보데깜보(cebo de campo), 세보(cebo) 등을 모두 합쳐서 하몽을 만드는 이베리코 돼지는 연간 330만두를 도축한다고 한다. 그런데 하몽을 만드는 경우를 제외하면 실제 상품성이 없는 스페인산 돼지고기가 현지에서는 잡육으로 처리됨에도 불구하고 수입업자들에 의해 최고급 돼지고기인양 국내시장에 소개된 것은 스페인 현지에서도 웃음거리가 되었다는 것을 국내 소비자들이 아는지 모르겠다. 이는 국내 양돈산업에 종사하는 생산자들은 물론, 한돈협회와 육가공업체들이 모두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심각한 문제이다. 무엇보다도 외국의 경우는 정부가 나서서 수입축산물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관리하면서 식품의 안전은 물론 수입되는 물량의 조절에도 나서는 것이 일반적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축산물을 수입하는 업체들에 대한 관리가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에서는 FTA가 체결되어 수입산 축산물을 법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고 변명을 하지만, 실제로 식품의 안전성이란 측면에서 정부차원의 관리가 들어가면 쉽게 통제가 가능한 일이다. 2011년 우리나라에서 FMD가 종식된 후 국내산 축산물이 소비량을 충족하지 못해 외국에서 무분별하게 수입된 축산물의 부패도를 분석한 경험이 있다. 그때 기가막혔던 것이 냉동창고에서 1년이상 보관되어 산패가 많이 진행된 식용불능의 수입육까지 국내에 들어와 무한리필이나 양념육으로 팔리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 식품정책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축산물의 산패정도를 알 수 있는 방법은 TBARS라는 산패도 측정인데, 실험실에서 쉽게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다.  TBARS의 수치가 2가 넘으면 이는 식용으로 사용하는데 매우 조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2011년에 수입되었던 축산물의 TBARS 수치는 5.0이 넘어서 포장지를 뜯었을 때 부패한 악취가 날 정도였다.  

긴급상황이긴 했지만, 2011년 식품위생에 대한 개념조차 없이 돈벌이에만 급급했던 일부 돈육수입업자들은 돈은 벌었겠지만, 그로 인한 피해가 아직도 국내 축산물 소비자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로 남아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겠다.  

국내산 돼지고기가 외국산에 비해 신선하고 안전하다는 것을 국내 소비자들에게 실력으로 보여줘야 하는 시점에 와 있는 것을 양돈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자각하고, 더욱 분발해야 하겠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