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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최적이 경쟁력이다 / 강소농 명인을 찾아>경기 안성 홍원농장

육우와 한우 혼합사육으로 리스크 줄이고 유동성 확보

[축산신문 이동일  기자]


규모가 크지 않은 농가라면 경영을 유연하게 하는 것도 중요한 키 포인트가 될 수 있다. 경기도 안성에서 한우와 육우를 함께 사육하고 있는 홍원농장의 홍상운 대표는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한우 60두와 육우 100여두를 사육하고 있는 홍원농장은 한때 250두까지 사육규모를 늘린 적도 있지만 지금은 190두 내외를 유지하려 한다. 불필요한 장비나 인건비, 투자비를 줄이고 가족 노동력으로 농장을 운영하는 것이 홍 대표의 농장 경영방침이다.


현재 한우 60두, 육우 100여두 사육
적정 두수 유지해 가족 노동력만으로 운영
육우, 빠르게 잘 커 자금회전력 좋지만
가격등락 폭 심해 한우사육으로 상호 보완
소 잘 키우는 비법? 충실한 관찰에서 비롯
내 형편에 맞지 않는 장비 구입 자제해야


불필요한 투자비 줄이고 효율성 역점
홍상운 대표는“아내와 함께 농장 일에 매달릴 때는 250두까지 사육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일을 감당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판단했고, 아내도 하고 싶은 일이 있어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그 이후로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사육규모를 유지하면서 효율성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육우와 한우를 함께 사육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먼저 육우를 사육하기 시작했다. 사육기간이 짧아 자금회전이 한우에 비해 좋고, 많이 먹고 빠르게 자라는 것이 육우의 특징이라 키우는 맛도 있다”며 “가격의 등락이 심해 안정성은 좀 떨어지지만 한우와 병행해 사육하면 리스크를 줄이고, 유동성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지금처럼 한우송아지 가격이 비싼 시기에는 육우를 키우면서 숨 고르기를 하고, 한우 송아지가격이 안정화되면 한우사육비율을 늘려 수익률을 높이는 방식이다.
육우가격이 안정적으로만 유지된다면 농가에게 이 보다 좋을 수는 없다고 홍 대표는 강조했다.
1995년부터 소를 사육하기 시작했고, 1997년 현 위치로 농장을 옮기면서 최대 우방 50칸, 지금의 축사를 지었다. 당시로서는 큰 모험이 아닐 수 없었다. IMF시기에 큰 돈을 들여 축사를 새로 짓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주변에서는 모두 당장 그만두라고 아우성이었다.
“장모님을 비롯해 주변사람 모두가 걱정의 소리를 한마디씩 했다. 혹시나 하는 걱정이 없지는 않았지만 난 분명히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고, 오히려 그 때가 기회라고도 생각했다”며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지금까지 당시에 지은 축사에서 소를 잘 키워 먹고 살고 있으니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항상 좋은 선택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앞서도 언급됐지만 육우는 한우에 비해 가격 등락이 심한 편이다. 구제역 발생으로 이동제한에 걸려 출하시기를 3개월 이상 넘겨 시세의 반값도 못 받고 팔아버린 경험도 있다.
그는 “항상 좋은 결과만 있을 수는 없어요.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도 스스로 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역량을 넘는 과도한 투자는 매우 위험합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농장은 우사를 제외하면 여유 공간이 그렇게 넉넉한 편이 아니다. 관리사와 사료, 톱밥 등을 보관하는 장소를 제외하면 전부가 축사다. 장비도 볏짚을 자르는데 사용하는 절단기 말고는 특별하게 눈에 띄는 것이 없다.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정도에서 시작해야
“축사 치울 때 쓰는 스키드로더와 트랙터 한 대가 장비의 전부다. 육우에게 주는 조사료는 100% 구입해 사용하고, 한우에게는 태백사료(대표 조성용)와 팜스코가 함께 개발해 생산 공급하는 쇠죽이(TMR사료)를 급여하고 있다. 내 농장의 경우에서 효율성 면을 따져봤을 때 장비를 구입해 조사료를 생산하는 것보다 구입해 사용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축산농가를 비롯해 대부분의 농가들이 가지고 있는 빚은 결국 과도한 장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 농장의 규모에 대한 효율성 계산없이 무턱대고 큰 장비를 구입하게 되면 그 부채와 이자를 감당하기 위해 밀식사육이 발생되고, 그로 인해 농장은 성적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가장 나쁜 악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그는 후배들에게 ‘스스로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에서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너무 과도한 욕심으로 좋은 축사를 짓고, 좋은 장비를 갖추고 하다보면 결국 가장 중요한 소를 놓치게 되고 그것이 결국에는 자신의 피해로 돌아오게 된다고 말해주고 있다.
“소를 잘 키우는 법은 다른 것이 없다. 바로 관찰이다. 내 소가 불편한 곳이 없도록 보살피고, 사고가 나지 않도록 잘 관리하면 그것이 곧 소를 잘 키우는 비법”이라고 말한다.
20년 넘게 소를 사육하면서 그에게 생긴 확고한 철학이다.
축사에서 작업하는 시간을 따지면 아침저녁으로 1시간씩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그는 충분히 여유를 두고 사료도 주고, 소들을 관찰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작은 규모일수록 효율성이 높아야 하고, 그 효율성은 바로 사고를 얼마나 줄이느냐에서 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소를 키우는 것은 일반 논농사에 비해 작업시간이 1/4정도 밖에 안 될 것이다. 하지만 남는 시간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농장의 성공과 실패를 가른다. 예를 들어 농장에 아픈 소가 없이 모든 소가 잘 먹고 잘 자라준다면 작업시간은 아침저녁으로 1시간씩 사료주는 시간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어느 소 한 마리가 아프기 시작하면 작업시간은 3~4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거기다 이 소가 잘못돼서 결국 폐사라도 하게 되면 금전적, 시간적 피해는 물론이고 사기가 꺾여 더 이상 소를 키우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져버리게 된다”며 “이런 사고를 줄이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소를 잘 관찰하는 것이고, 이것이 내 농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쇠죽이는 홍 대표에게 매우 만족스러운 선택이다. 아직 쇠죽이를 급여한지 1년도 채 안됐지만 그는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태백사료의 조성용 대표는 “쇠죽이는 일반 사료와 달리 원료를 한차례 쪄서 유해균을 죽이고, 고초균 같은 유익균을 투입해 배양한 후 혼합해 완제품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일반 사료에 비해 유익균의 함량이 월등하게 높다”며 “분뇨의 상태가 확연히 달라지고, 소들이 먹는 모습 자체가 달라진다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사료 선택, 합리성에 초점 둬야
홍 대표는 “내가 직접 조사료를 생산해 자가 TMR로 비벼 급여한다면 물론 지금보다 사료비가 저렴해 질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 필요한 장비와 노동력, 추가 인건비 등을 생각하면 결코 합리적이라 볼 수 없다. 좋은 사료를 생산하는 좋은 파트너를 만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라고 강조했다.
무조건 한 가지 품목에 집중해야 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한우를 사육하면서 육우를 함께 키워 한우의 단점이라 할 수 있는 자금운용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면 굳이 한우를 고집해야 할 필요는 없다. 또한, 없는 자금에 무턱대고 돈부터 빌려 빚을 산더미처럼 짊어지고 축산을 시작하는 것보다는 임대축사를 통해 축산 경험을 쌓고, 어느 정도 익숙해 진 다음에 정식 축사를 지어 제대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그는 마지막으로 조언한다.
“누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가장 좋은 방식이 무엇이고, 어떻게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살릴 것인지를 깊이 고민하는 것에서 시작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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