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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농협 주최 가업승계·축산창업 우수사례 공모전 ‘우수상’>가업승계 / 강원 철원 준성원농장(이명식·이석현 부자)

‘석전경우’ 정신으로 3대가 이어가는 학업과 낙농의 길

[축산신문 신정훈 기자]


‘石田耕牛(석전경우).’ 자갈밭을 가는 소라는 뜻을 지닌, 황해도 사람의 부지런하고 인내심이 강한 성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강원 철원 준성원농장의 이명식 회장은 실향민이다. 그는 ‘석전경우’를 가슴과 머릿속 깊이 새겨 넣고 낙농을 가업으로 일으켰다. 준성원농장은 지금 새로운 미래비전을 찾아 항해를 시작했다. 남다른 교육열로 똘똘 뭉친 3대가 근면, 성실, 정직을 근본으로 삼아 튼튼한 삶의 터전을 가꿔가고 있다. 이명식(85)·손숙자(83) 회장부부에 이어 가업을 승계한 이석현(55)·이금자(52) 대표부부, 그리고 그 뒤를 잇기 위해 농장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준원(25)·성원(23) 형제까지 준성원농장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근면 성실 정직…튼튼한 가업 일궈내
여섯식구 모두 정위치서 충실한 역할
밑바닥부터 창의적 도전 계속 이어가


이명식 회장은 황해도 출신이다. 전북 김제로 피난을 내려온 이 회장은 56년 군 입대 후 여러 지역에서 사회생활을 했다. 그는 낙농을 가업으로 삼아 34년 전 철원에 농장을 창업했다. 철원을 택한 이유에 대해 이명식 회장은 “남양주 마석에서 돼지와 소를 조금 키웠는데, 본격적으로 농장을 시작하면서 돌아가신 어머니의 산소가 있는 곳으로 오게 됐다”라고 했다. 열둘 식구 중 여섯 명이 피난을 나왔는데, 고향도 그립고 어머니 옆에 있고 싶었다고 한다.
이명식 회장은 1983년 지금의 농장 부지를 16가구로부터 매입했다. 그 중에 당시 400~500만원하던 젖소 다섯 마리가 들어 있던 우사도 포함돼 낙농의 밑바탕이 되어줬다. 여기에 150만원씩 젖소 송아지를 사들이면서 규모를 늘려 나갔다. 반야농장으로 시작해 우여곡절을 겪은 준성원농장은 30년이 지난 시점에는 낙농진흥회 쿼터 2톤104리터를 가진 농장으로 발전했다.
이명식 회장이 낙농을 가업으로 삼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1985년 이석현 대표가 군 입대를 하게 됐다. 이 회장은 논산훈련소 앞에서 아들과 약속을 한다. “군에서 전역하고 나오면 젖소를 30두로 만들어 놓겠다. 너는 군대에서 나는 농장에서 함께 땀방울을 흘리자.”
실제로 이명식 회장은 이 약속을 지켰다. “3년 동안 33두로 늘렸다. 송아지도 사고 새끼도 낳고, 목부 두고 열심히 일했다. 당시 빙그레에 깡통에 담아 납유할 때였다.”
한양공고를 졸업 후 군 복무를 마친 이석현 대표는 남양주시청 환경과를 거쳐 남양주축협, 철원축협에서 근무했다. “아들이 철원축협을 퇴직할 무렵 며느리가 본격적으로 농장을 이어받겠다고 나섰다.” 중등학교 교직원으로 근무하던 이금자씨는 이석현 대표와 결혼하면서 직장을 그만둔 전업주부였다.
사실 준성원농장은 착유를 그만뒀을 때였다. “힘들어서 IMF 시절 착유를 그만뒀다. 그런데 며느리가 후회하지 않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2년 휴업 상태였던 반야농장이 준성원농장으로 거듭났다. 이 때가 2003년도, 전년도 납유실적이 없어 낙농진흥회 쿼터 200kg로 다시 시작했다.
이석현 대표는 그 후 일곱 농가에서 쿼터를 매입해 경영규모를 확보했다. 이 대표는 이 때를 회고하면 가슴 속엔 석전경우란 격언만이 있었다고 했다.
이석현 대표는 “아버지도 경험이 없어 젖소를 사육하는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성공한 농장을 만들어 가업으로 승계시키고 싶어하셨다. 남다른 열정과 끈기가 대단했다”고 회고했다. 이석현 대표는 공무원으로, 축협 직원으로 직장생활을 할 때 낙농을 잇겠다는 생각은 깊게 해보지 않았다고 한다. 아버지가 후계얘기를 해도 그리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러던 이석현 대표는 아내와 숙고 끝에 가업승계를 결정했다. 처음 1년은 이명식 회장에게 낙농기술을 배우면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확인하는 시간을 보냈다. 석전경우를 되새기며 낙농서적을 보고, 선배, 관련단체, 기관을 찾아다니며 배움의 길을 걸었다.
“먼저 젖소 사료를 어떻게 할 것인가 연구한 결과 조사료 자급을 결정했다. 옥수수를 재배해 사일리지 랩으로 보관하고 건초, 사료와 함께 배합해 사용하면서 착유우의 하루 평균 유량이 1.5~2kg 늘었다. 처음에는 농장 인근 유휴농지를 임대해 약 2만평에 옥수수를 재배했다. 지금은 자가 농지 2만평과 임대 7천평을 확보해 조사료를 자급하고 있다.”
이석현 대표가 조사료 자급부터 축사환경개선까지 차근차근 준성원농장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동안 그의 옆에는 든든한 동반자가 함께 했다. 바로 아내 이금자씨다.
“며느리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못 왔다”고 이명식 회장이 단언할 정도로 이금자씨는 전후방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역할을 해냈다.
준성원농장의 현재 착유우는 66두, 육성우와 송아지까지 합치면 모두 140두에 달한다. 준성원농장의 새벽을 여는 사람은 바로 이금자씨다. 이금자씨는 아들 준원군과 매일 새벽 4시30분이면 착유를 시작한다. “낙농은 매일 모든 일이 반복이다. 수태율은 과거 육안으로 발정을 관찰할 때 보다 2년 전 발정탐지기를 도입하고 좋아졌다. 분만 후 5~6일 정도는 1시간 내에 착유해 초유를 먹이는게 중요하다. 초유가 면역력에 큰 도움이 된다. 부족할 경우 10일 정도 착유 후 분유에 첨가제를 넣어서 설사를 안 하게 먹인다. 입질 보름이면 어린송아지 사료로 바로 간다. 분유는 2개월 반까지 먹이고, 3개월 뒤 중송아지 사료를 급여한다. 첫 수정은 체중, 월령을 감안해 14~16개월령에 시킨다.” 농장 얘기가 나오자 이금자씨의 말문이 봇물 터지듯 쏟아진다. “짚류, 톨페스큐를 많이 먹인다. 분만전후 연맥과 톨페스큐를 준다. 소 융모 발달은 풀보다 사료가 적합하다. 바닥관리를 위해 이틀에 한번 정도 밀어준다. 톱밥은 1년에 2~3회 교체하고, 퇴비는 전부 자가 조사료포에 사용한다. 바닥이 잘 마르게 지난해 선풍기를 큰 걸로 달았다. 5~6년 전 진눈깨비가 많이 와서 착유우 우사와 창고 지붕이 무너졌다. 그 때 지붕을 높게 수리했더니 환기가 잘 된다. 해발 400m인 지리적 여건도 좋다. 그동안 악성가축질병도 한 번 안 걸렸다.”
준성원농장의 2018년 평균 유량은 37kg이다. 현재 납유량은 쿼터에 못 미치는 1천600kg. 비유말기가 많아서 그렇다는 설명이 따라온다.
준성원농장 총 부지는 5만평. 건평은 2천평이다. 현재 외국인근로자 부부 2명을 쓰고 있다. 그런데 농장에 든든한 일군이 더 있다. 바로 3대 가업승계의 핵심인 준원군과 성원군 형제가 그들이다.
이금자씨는 “두 아이 모두 시골서 컸다. 충분한 토지를 활용해 미래축산, 미래농업 경영자가 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명식 회장도 “아들과 손자는 경영인이 되어 달라”고 했다.
현재 준원군은 한국농수산대학 대가축학과(낙농전공)에 휴학이다. 군에 안가도 되지만 7사단서 복무 후 전역하고 지금은 부모님을 도와 착유 등 농장 일을 거들고 있다. 성원군도 농수산대학 과수학과에 재학 중이다. 올 봄 졸업하면 준성원농장 부지 안에 마련해둔 과수원부지 5천평에서 사과농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중요한 결정은 가족회의에서 정한다는 준성원농장. 올해는 3대가 함께 하는 낙농, 3대가 함께 하는 학업이 목표이다.
이명식·손숙자 회장부부, 이석현·이금자 대표부부, 준원·성원 형제 모두가 강원대학교 사회교육원 축산과, 임과, 농과에서 수학할 예정이다. 이미 이명식 회장과 이석현 대표는 강원대에서 농업과 축산관련 과정을 몇 차례 수료했지만, 이명식 회장의 평생교육 지론에 따라 온 가족이 다시 뭉쳐 미래비전을 공부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배움은 이명식 회장이 평생 걸어온 삶, 그 자체이다. 가나안농군학교를 시작으로 이명식 회장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160여회에 걸쳐 농업과 축산, 낙농을 공부했다. 그 과정에서 지역사회로부터 존경받는 지도자로 역할하면서 지역농협 이·감사 3선을 지냈고, 현재는 철원군에서 가장 좋은 일을 하는 인물을 선정해 시상하는 철원선행회의 회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20년 전 수상한 새농민상을 비롯해 강원도지사 등 다수의 표창을 받은 지도자인 이명식 회장은 2017년에 농업인의 날에는 국무총리 표창까지 받았다. 같은 날 이석현 대표는 강원도 축산대상을 수상하며 집안에 겹경사를 안겼다.
그 해 이금자씨는 철원군에서 효부상을 받았다. “며느리가 바쁜 농장 일에 학업까지 하면서 독거노인 5명을 돌보는 봉사까지 하고 있다.” 이명식 회장의 며느리 자랑에 끝이 없다.
이명식 회장은 “이제 더 이상 욕심 부리지 말고 베풀고 봉사하자를 가훈으로 삼았다”고 소개했다.
가업승계 노하우에 대해 이석현 대표는 “낙농의 밑바닥부터 알아가면서 깨닫고 젖소를 내 자식처럼 사랑하는 마음과 끊임없이 항상 창의적인 방법을 연구하고 갈고 닦는 정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18년 만에 낙농으로 연 매출 8억원을 올린 비결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2016년 삼대(三代) 농업종사자 발굴 수기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준성원농장의 식구들이 걸어가는 교육 3대, 낙농 3대의 발걸음이 남달리 가볍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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