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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남성우 박사의 ‘相生畜産’ / 65. 돼지 이야기

돼지, 다산성 동물로 예로부터 ‘풍요·부의 상징’
사람과 장기 유사…인류 생명유지에도 큰 역할 기대

  • 등록 2019.01.23 10:20:28


(전 농협대학교 총장)


▶ 돼지가 가축이 된 것은 인류가 농경 정착생활을 하면서 야생 멧돼지를 길들여서 사육하면서 부터이다. 수렵생활을 하던 때에는 멧돼지를 사냥해서 이용했으나 한 곳에 정착하면서 길들여서 가축화한 동물 중의 하나다. 처음으로 가축화된 시기는 BC 6000년경 아시아 유럽 북아프리카지역의 일부 야생 멧돼지가 가축화 되었고 본격적으로 가축화된 시기는 동남아에서는 BC 4800년경, 유럽은 BC 3500년경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구려시대 한민족이 만주지방에서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들여와 기르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사수진 등, 2011).


▶ 돼지는 예로부터 다산(多産)과 풍요, 부의 상징으로 여겨온 친근감을 주는 가축이다. 그래서 복권을 살 때 ‘돼지꿈을 꾸었느냐’고 묻고 동전을 ‘돼지저금통’에 모은다. 풍요를 기원하는 신성하고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져, 농어촌에서 풍년과 풍어를 기원하는 제사를 올릴 때 제물로 많이 쓰였다. 지금도 무슨 일이든 잘 되라고 기원제를 올릴 때 돼지머리를 제물로 올리는 것을 흔히 보게 된다. 그러나 돼지는 탐욕적이라는 이미지가 있고 뚱뚱한 외모를 비하하거나 거칠다는 성품을 이르는 등 부정적인 면도 있다. 우리가 자주 쓰는 저돌적(猪突的)이라는 말은 멧돼지가 달려들 듯 거칠게 덤빈다는 의미를 가진다. 흔히 돼지를 더럽고 지저분한 동물로 여기는데 그렇지 않다. 돼지는 깨끗한 환경을 좋아하여 우리 안에서 일정한 장소에 분뇨를 배출하는 가축이다.    


▶ 돼지는 잡식성으로 사람이 먹는 것을 같이 먹을 수 있어서, 예전에는 사람이 먹고 남은 음식물[殘飯]에 쌀겨, 보릿겨 등을 함께 섞어 먹여 키웠다. 지금은 산업화가 되어 배합사료 급여가 일반화 되었지만 60~70년대만 해도 잔반을 많이 이용했다. 돼지는 다산성이 특징이다. 번식력이 강하여 한번에 10마리 정도의 새끼를 낳으며 일 년에 2.2회 정도 분만한다. 임신기간은 114일(3개월 3주 3일)이고 젖먹이는 기간과 재수정기간 등을 고려하면 한 해에 보통 22마리 이상의 새끼를 분만하게 된다. 최근에는 종돈 개량이 많이 되어 어미 한마리가 한 해에 낳고 성장시켜서 판매되는 돼지의 마리수 즉 MSY(Marketed per Sow per Year)가 덴마크의 경우 30두를 기록하기도 했고 우리나라도 선도농가에서도 27두를 기록한 사례도 있다. 우리나라 양돈농가의 평균 MSY가 18~20두 정도인데 앞으로 더욱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MSY가 바로 생산성의 중요한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 돼지의 품종은 세계적으로 버크셔(Birkshire), 햄프셔(Hampshire), 요크셔(Yokshire), 랜드레이스(Landrace), 라지화이트(Large white) , 듀록(Duroc) 등 100여종이 있으며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품종은 약 30여 품종이다. 돼지고기 생산을 위해서는 순종을 비육하는 것이 아니라 대개는 3원교잡종을 이용한다. 3원교잡이란 예를 들어 랜드레이스와 요크셔를 교잡한 어미돼지에 듀록 아비돼지를 교배시켜서 생산한 돼지가 바로 3원교잡종이다. 이렇게 세 가지 품종을 교배하는 것은 유전학에서 말하는 잡종강세의 효과를 이용하기 위한 것이다. 랜드레이스와 요크셔는 다산성이고 새끼를 잘 기르며 듀록은 고기의 맛과 지방침착(마블링)이 좋으므로 각각 품종의 장점과 잡종강세를 이용하기 위한 것이다.


▶ 우리나라의 돼지사육현황(2017기준)을 보면 상시 사육두수는 1천1백27만3천두, 양돈농가는 6천313호, 호당 평균사육두수는 1천785두이다. 연간 총 도축두수는 1천6백71만2천두이고 연간 생산액은 7조3천억 원으로 농축산물 중에서 쌀(6조6천억 원)을 앞질러 2016년부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연간 총 소비량은 1백27만1천 톤이고 국내생산이 89만4천 톤 외국산이 36만9천 톤으로 자급률은 72%이다. 문제는 FTA로 수입관세가 계속 낮아지므로 가격경쟁력이 높은 외국산의 수입이 늘 것이므로 국내 양돈산업이 점차 어려워질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 돼지의 품질과 안전성을 높이고 생산비를 낮추어서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돼지의 질병과 환경문제는 가장 어려운 현안이다. 2010년 11월부터 2011년 4월까지 발생한 구제역으로 살처분한 돼지두수가 350만두, 총 피해액은 3조9천억 원에 달했던 아픈 경험이 있다. 구제역 이외에도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PRRS), 전염성위장염(TGE), 유행성설사(PED), 위축성비염(AR), 콜레라(Cholera), 유행성폐염(Pneumonia) 등 외국에서 들어온 질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최근에는 치사율이 아주 높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인근 중국에서 발생하여 차단 방역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환경규제 문제다. 정부는 가축분뇨법을 개정하여 적법한 가축분뇨배출시설로 인정받지 못할 경우 사육중지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강화했다. 어떤 방법으로라도 적법화 조치를 해야만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어려움이 많으니 큰 걱정이다. 냄새를 없애고 분뇨를 지원화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 미래 양돈산업은 생명공학기술과 융복합을 통하여 의료산업분야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장기와 줄기세포를 이용한 신체기관 재생기술은 미래 핵심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다. 또한 해부학적으로 사람과 유사한 장기를 가지고 있고 한 배에 여러 마리의 새끼를 낳는 장점을 활용하여 복제돼지를 통한 인공장기 생산 등 인류의 질병 치료 분야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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