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논단>융합 시대에 비춰진 사람과 가축의 삶

  • 등록 2019.01.16 10:31:13


김 동 균 이사장(前 상지대 교수, 강원도농산어촌미래연구소)


필자가 대학 기숙사 생활을 할 때의 일이다. 당시 우리는 정기적으로 저명인사 초청강연회를 열었다. 하루는 고승 한 분을 모셔왔다. 그 분은 젊은 청중들에게 물었다. “여러분 왜 삽니까?” 어리둥절한 질문을 받고 학생들은 저마다 머릿속에 적당한 대답을 구상하고 있었다. 몇 사람의 말 같지 않은 답을 듣더니 그 분은 명쾌하게 한 말씀 던졌다. “무엇 무엇을 위하여, 무얼 해 보겠다고 사는 것이 아닙니다. 왜 살긴 왜 살어? 살아지니까 사는 거지…”  이 날 청중들은 쾌도난마 같은 고승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기 바빴다.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삶’처럼 중요한 명제는 없다. 누구든지 태어난 이상 잘 살다 가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단순히 표면적으로만 보면, 맛있는 거 많이 먹고, 건강하고, 좋은 구경 많이 하고, 마음 맞는 사람들과 어울려 즐겁게 지내는 것인가? 아니면 돈 많이 벌어서 명품으로 치장하고 매일 백화점이나 호텔에 머물면서 돈을 펑펑 쓰는 재미를 누리는 것이 잘사는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높은 경지의 정신세계를 탐색하면서 정신의 자유를 누리며 지내는 것인가? 사람마다 지향점은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정보의 홍수시대답게 요즘 이 부분에 대한 아주 다양한 전문가들의 진단이나 추측도 난무하여, 혹세무민하는 사연들이 친절하고 환상적인 그림과 함께 유투브에 소개되고 있다. 큰 흐름을 보면, 과거에 막연하게 여겨졌던 영적인 문제와 현실의 관계에 대하여 융합적이고 범우주적 관점들이 소개되면서 기존의 학설이나 역사적 증거의 골격이 해체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고대 문명의 발전에 외계인이 개입했으며, 현생인류는 외계인의 유전자조작술로 태어나게 되었다는 설까지 돌아다니고 있어서 천문학과 고인류학의 뿌리마저 흔들고 있다. 
우리가 세상의 실체를 제대로 안다면 반복되는 시행착오를 막을 수 있음은 물론, 재화의 허실도 줄여서 돈도 많이 벌어 잘 살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사람들은 어떤 일에 오래 종사하면서 익숙해지면 반복되는 법칙을 이해하고, 그 일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면서 나태해 지기 쉽다. 특히, 대가축을 오래 사육한 사람일수록 이 증상이 심하여, 자신이 경험한 사실에 대한 확신이 강하거나 고집불통인 경우가 많아서 전문기술자의 조언조차 속으로는 콧방귀를 뀌는 경우를 더러 보았다. 반면에, 겸허한 마음으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되돌아보면서 실수의 확률을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이면서 큰 업적을 이룬 사례도 많다. 그런데 세상은 참으로 오묘하여, 어떤 이는 하는 일마다 잘 되기도 하고, 어떤 이는 무던히도 애를 쓰건만 결국 하는 일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아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하던 일을 그만 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러한 현상을 보면서, 인생에는 ‘운’이라는 것이 있어서 ‘참으로 알기 어려운 것이 삶이야!’ 라고 치부하면서 답답한 마음에 점집을 찾아가 묻곤 한다. 그러나 아무리 현명해 뵈는 사람도 실수 없이 사는 사람은 없다. 역설적이지만 실수는 안하겠다고 집착할수록 반복되어 우리의 삶은 끊임없는 시행착오의 연속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약 일 년 전 모 신문사의 기사에 따르면, 국내 무당과 역술인이 1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협회에 정식 등록된 무당이 30만명이고, 역술인은 50만명이지만 등록하지 않은 비회원을 합치면 100만명은 충분히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수준은 10년 전의 거의 열배 가까운 증가추세였다. 이러한 사회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먹고 살기가 어렵기 때문이며, 고령화 사회가 진행되면서 역술분야가 평생 직업으로 안정성이 높을 것이라는 점이 작용하여 학원마다 수강생이 꾸준히 몰리고 있다는 보도였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단순한 호기심이나 습관적으로 가는 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간해서는 점집을 찾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100만명이나 되는 점 집 사람들이 먹고 살 수 있는 사회는 삶의 고달픔이 깊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얼마 전, 이름만 대면 알만한 국내 중견 조사료전문가들이 정보망에서 이견을 주고받으면서 전혀 다른 주장을 펼치는 것을 보았다. 표면만 보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현실을 바라보는 자리가 서로 달라 나온 해프닝이었다. 같은 물건일지라도 쓰는 자의 입장이 다르고, 그 물건이 남기는 결과가 다르다면 견해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종전방식을 고수하면 문제를 풀어낼 수 없다는 점이다. 먹일 수 없는 물건을 만들면 안 된다는 것이고, 그래도 곧 풀리게 될 조사료 수입 쿼터제를 생각하면 국내 생산기반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둘 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었다. 이 건의 핵심은, 운명의 끈을 쥔 자가 생산방법과 유통비용을 조정하여 ‘안쓰려고 하는 물건을 쓰도록’ 만드는 것에 있다. 
그런데 우리가 취급하고 있는 가축들은 고유한 속성을 지닌 채 오래 전부터 우리와 공존하면서 지내왔다. 즉 실체는 원래 거기에 그대로 있어왔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아무리 파고 또 파보아도 여전히 다 알기는 어렵다. 오죽하면 가축의 뱃속 사정을 시시각각 알려주는 기계까지 나와서 이용되고 있는가? 게다가 관리자가 아무 때고 그 정보를 어디서든지 들여다 볼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지만 그 정보에 대한 판단은 융합적인 능력을 고려할 수 있는 사람이 하여야 하고, 한 발 더 나아가 실천하기 편리하고 효과가 큰 방안을 제시할 사양전문가가 필요하다는 것이 현재의 과제이다.
이 문제도 조만간 인공지능 기술이 해결해 줄 수 있지만 그러자면 기준이 될 근거 데이터들이 무수히 축적되어야 한다. 이 작업은 사람이 해야 한다. 요컨대, 청나라 때 쌀 됫박을 만들어 배급기준을 만들 듯이 잣대를 정확히 만드는 작업이 요구된다. 여기에 최근에 변수가 또 생겼다. 소들도 맛있는 것 마음껏 먹고 잘 살아야하지 않겠는가?  얼마 전 총체벼를 기밀사일로에서 발효시켰더니 새로운 양상의 사료가 만들어짐으로써 기호성과 소화율 그리고 최종 생산물의 변화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형편에 이르렀다. 이쯤 되면 국가가 점괘를 잘 만들어야 가축들도 맛있는 것 잘 먹고 유복하게 살 수 있다. 이래저래 사람도 가축도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