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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종돈수입 이대로 좋은가?

  • 등록 2019.01.14 10:25:49

[축산신문 기자]


김유용 교수(서울대학교)


쌀 산업은 우리나라 농업 가운데 부동의 1위 산업으로 2015년까지 이어져 왔다. 하지만 2016년부터 농업 생산액 1위 품목이 양돈산업으로 바뀌고 쌀 산업은 2위로 내려앉았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국내 소비자들의 식생활패턴이 이전과는 크게 달라졌다는 방증이기도 하고, 양돈산업의 책임감이 더 커졌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양돈산업은 크게 종돈, 사료, 시설, 동물약품, 분뇨처리 등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국내 양돈산업에서 가장 취약한 분야가 종돈이라고 생각한다.  

2017년 4천600여두, 2018년에는 1천900여두가 유럽과 북미지역에서 수입 됐는데, 실제 모돈규모가 100만두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할 때 너무나 과도한 수입규모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종돈을 수입할 때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질병도 함께 유입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에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일본에서는 돼지열병의 발생으로 인해 세계각국이 질병차단에 집중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큰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하고 여전히 해외에서 많은 종돈을 들여오고 있다.  

종돈 수입으로 인해 전 세계 양돈업계 사이에서 우리나라가 웃음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 PRRS 질병과 관련된 것이다.  PRRS는 세계적으로 유럽형인 타입 I과 북미형인 타입 II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각 나라의 위치에 따라 유형에 차이가 있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만  PRRS 타입 I과 타입 II가 함께 발생하는 ‘신기한 나라’ 가 되어 버렸다. 이 같은 현상의 주된 원인은 PRRS 바이러스가 잠복기에 있을 때 수입 됐거나, 검역과정에서 미쳐 발견하지 못한 PRRS가 그대로 국내에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다. 이제는 국내에서 PRRS의 타입 I과 타입 II가 섞인 새로운 형태가 나올까 우려스럽다. 게다가 최근에는 종돈농장과 회사 뿐 만 아니라 일반 양돈농가들까지 종돈을 직접 수입하고 있지만 정부는 아무런 제약 없이 방치하고 있으니 참으로 걱정이다. 

대규모 종돈장들은 외국에서 종돈을 수입해도 GGP, GP, PS농장을 거치면서 순치가 가능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양돈장들까지 외국에서 종돈을 직접 수입하면 일반 돼지들과 뒤섞여 사육되는 경우가 많아질 수 밖에 없고, 이로 인해 질병 전파의 ‘촉매제’ 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정부나 양돈업계에서 시급히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질병 차단에 매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첫째, 검역차원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종돈회사가 아니면 종돈 수입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이다.  

외국에서 종돈을 수입하지 못하는 종돈장들은 GP농장으로 전환, 국내에서 종돈의 증식에 집중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방법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두 번째, 종돈을 직접 수입하는 종돈회사들에게는 종돈수입이라는 특혜가 부여된 만큼 수입 종돈에서 질병이 발생할 경우 철저히 그 책임을 묻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전국에 산재되어 있는, 이름만 종돈장인 농장들은 GP나 PS농장으로 기능 전환과 함께 전문화가 이뤄지게 되고, 국내 종돈회사들도 규모화를 통해 새로운 발전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농장 개별적인 종돈수입이 국내 양돈산업 발전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가 바로 양돈의 생산성 지표인 MSY가 지난해에도 평균 18두를 넘지 못한채 답보상태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에서도 종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10년에 걸친 장기프로젝트로 GSP (golden seed project)를 운영, 한국형 종돈개량을 추진하고 있지만 일반농가들이 원하는 종돈이 생산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모돈사육두수와 크게 차이가 없는 덴마크는 Danbred, 네덜란드는 Tempo와 Hypor, 프랑스도 Nucleus, Gene+종돈을 이미 해외로 수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언제까지 외국에서 종돈을 무분별하게 들여와야만 할까?

지금이라도 정부와 생산자단체 차원에서 일정 규모가 되지 못하는 농가들의 무분별한 종돈 수입을 원천적으로 금지, 국내 종돈산업의 발전을 도모하는 한편 날로 심각해지는 질병 발생도 효율적으로 차단함으로써 국내 양돈산업이 위기 속에서 재도약을 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해 주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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