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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본지·농협 주최 가업승계·축산창업 우수사례 공모전 ‘최우수상’>가업승계 / 이천 설성 대호목장(배한식·배윤호 부자)

아버지 노하우와 아들 이론이 만나 ‘시너지’ 창출

[축산신문 신정훈  기자]


40년 된 목장을 이어받기 위해 이천 설성 대호목장(대표 배한식)에 아들 배윤호씨가 입사한 것은 2016년 3월이다. 배한식(71)·기영숙(67) 부부가 일궈내고, 2세인 배윤호(39)·이애정(39) 부부가 이어받고 있는 대호목장의 가업승계 스토리를 들어봤다.


“낙농만한 직업 없다”…존경과 신뢰로 소통
현장경험 충분히 쌓고 가업 잇는 수순 밟아
스마트팜 ICT 구축…빅데이터로 경영효율화


경북 성주가 고향인 아버지 배한식 대표는 서울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그는 1979년 성남 여수동에서 홀스타인 암송아지 6두로 낙농을 시작했고, 1983년 성남에서 이천 설성, 지금의 위치로 목장을 이전했다. 큰 소 한 마리와 송아지를 팔아서 마련한 자금으로 목장부지 4천평을 구입했다. 그 때 목장 규모는 착유우 5두를 포함해 큰 소 9두. 목장 이전 후에는 규모를 늘리는 노력이 계속됐다. 배한식 대표는 “수송아지는 비육해서 팔고 암송아지는 계속 사들이면서 5년 정도 고생하니까 규모가 늘기 시작했다. 필요할 때 큰 소를 팔아서 땅도 더 사고 집도 지었다. 수송아지는 비육하다가 축사가 꽉 차면 내다 팔았다.”
착유와 비육을 복합으로 한 것이다. “수소 비육은 이자가 높은 적금을 든다는 생각으로 하게 됐다. 당시 21개월에 60만원 수익을 보면 두당 월 3~5만원이 나왔다.”
성실함으로 무장한 배한식 대표는 꾸준하게 목장을 늘리면서 IMF 때는 설성영농조합법인 결성을 주도하면서 지역 낙농지형을 튼튼하게 다지는데 기여했다. “영농조합법인에서 조사료, 첨가제, 배합사료 등을 공동 구매한다. 회원이 40명까지 있었는데 현재는 19명으로 줄었다. 자가TMR로 줄다가 이젠 상업TMR로 회원이 많이 빠졌다. 그러나 목장이 규모화 되면서 40명 때인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매출은 똑같다. 법인에선 출자금으로 모든 대금을 현금으로 결제하면서 싸고 품질 좋은 건초를 확보해 경쟁력을 키웠다.”
목장 규모가 커지면서 배한식 대표 부부는 후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1969년 서울에 올라와 사회생활을 많이 해봤다. 그런 경험에서 보면 낙농만한 직업이 없다. 마음속으로 아들이 이어받았으면 했다. 그런데 아들이 고등학교 때 IMF로 인한 대량 실직 등을 지켜보면서 축산을 하겠다는 생각을 굳힌 것 같다.”
배윤호씨는 “결정적인 계기는 예전에 집에 찾아오는 사료회사 영업부장 때문이었다. 사양관리에 대해 컨설팅을 해주는 모습이 카리스마도 있고 굉장히 멋있어 보였다. 지금은 회사들이 커지면서 영업사업처럼 되고, 권한이 줄었지만 당시에는 대단한 사람들이 하는 일”이었다고 했다.
이런 생각을 갖고 목장에 대한, 축산에 대한 꿈을 키워나가던 배윤호씨가 건국대에서 축산을 전공하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대학 졸업 후 배윤호씨는 배합사료회사에 사회 첫 발을 디디고, 경북과 경남지역에서 10년 동안 사료영업과 컨설팅 경험을 쌓았다. 이 기간은 그가 축산인으로 전문지식을 배워나가는 자양분이 됐다. “목장경영은 단순히 소를 키우는 것이 아니고 얼마나 수익 분석이 잘 이루어지느냐가 중요하다. 이 때문에 회사생활 틈틈이 공부해 회계 관리 자격증도 취득했다. 사료회사에 근무하면서 낙농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됐고 직접 경영에 대한 갈증이 한창일 때 사료회사를 나왔다.” 배윤호씨는 이애정씨를 만나 결혼하고 2016년 3월 목장으로 들어왔다.
“아무 준비 없이 가업을 승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사료회사에서 겪은 축산현장, 그리고 직장인으로 경험한 사회생활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우리 목장을 보다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각을 갖게 했다.”
사료회사 지역부장으로 선도농가를 방문하는 기회가 잦아지면서 그들의 노하우를 배우고, 때로는 사양관리기술을 지도하면서 낙농전문인의 꿈을 키웠고, 많은 목장을 다니면서 버려야할 부분과 취해야 할 부분을 선택할 수 있는 판단력이 생기더란 얘기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배윤호씨는 최근에는 국립축산과학원에서 수익분석과 검정자료를 통한 개체별 관리방법에 대한 강의 요청을 받기도 했다.
낙농현장을 누구 못지않게 잘 안다고 할 수 있는 배윤호씨의 목장에서의 첫 걸음은 그러나 녹록치 않았다. 컨설팅을 해주는 것과 직접 몸을 움직이는 것은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처음 목장에 들어왔을 때 당연히 육체적으로 힘이 들었다. 그래도 정신적인 해방감이 있어서 좋았다. 가업을 승계하려는 2세 축산인이 있다면 축산업계나 낙농업계에서 충분한 시간 동안 다양한 경험을 쌓은 후 시작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배씨가 목장에 들어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연간계획을 수립하는 것이었다. 검정자료를 활용해 월별 예상 납유량 및 개체별 공태일수와 분만예정일, 임신율 등을 데이터로 저장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것이었다. 단순한 기록이 아닌, 목장경영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료와 곡물시장, 우유시장의 변화도 함께 예측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드는데 주력했다.
“계획수립과 기록관리는 아버지의 노하우만으로 운영되었던 목장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아버지는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숫자를 간과하실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아버지를 존중해드리면서도 숫자의 중요성도 함께 설득하고 있다.”
체계적인 관리 이후 유량도 늘고 대사성 질병이 사라졌다. “검정성적은 2017년 기준으로 305일 보정 평균 유량이 1만409kg였다. 유지율 4.1%, 유단백율 3.2%, 무지고형분 8.9%, 평균 산차 2.8산, 평균 분만간격은 454일, 공태일수는 150일로 분석됐다. 비유 초기에는 대사성 질병이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예방이 중요하다. 건유말기와 비유초기관리는 사료회사에 얻은 지식이 도움이 되고 있다.”
배윤호씨는 대호목장에 그만의 원칙을 정해놓은 사양관리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이른바 문제해결 5단계이다. 현상파악-원인분석-대책수립-현장적용-효과파악 순으로 피드백되는 사양관리시스템이 그 것이다. “영남지역 수백 개 목장을 다니면서 착유우BCS를 관리했던 경험은 지금 우리 목장의 개체관찰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개체별 에너지사료 급여 및 BCS 관리로 대사성 질병이 현저히 줄어든 것이다. 체세포 관리는 목장주의 관심여부가 중요하다. 매일 젖소를 관찰하고 착유관리를 통해 이상행동과 유방상태를 파악하고 있다. 문제가 생기면 바로 CMT검사를 통해 조기에 원인을 찾아 대응한다. 젖소 동선을 단순하게 설계하고 착유실에 에어컨을 설치해 스트레스 관리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대호목장에는 배윤호씨가 쌓아온 경험과 이론이 차근차근 접목되는 중이다. 그러나 아직은 아버지 배한식 대표의 기본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배윤호씨가 생각하기에도 연륜에서 나오는 노하우는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부족한 경험은 아버지에게 계속 배우고 있다. 특히 아버지의 자가 인공수정 스킬은 한창 더 배워야할 부분이다.”
배씨가 요즘 집중하는 것은 스마트팜, ICT이다. “자동급이기 뿐 아니라 발정탐지기, 분만알리미, 착유 시 체세포 체크기 등을 갖추고 장기적으로 로봇착유기까지 설치할 수 있으면 한다. 컴퓨터 한 대로 생산성은 물론 소 상태 등을 한 눈에 파악하고 이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예상 납유량, 개체관리표, 번식관리, 난소확인, 사양방법, 건유두수 올리는 추세 등 여러 데이터를 분석하면 경제성을 따질 수 있다. 나아가 빅데이터가 쌓이게 되면 목장경영의 효율성을 몇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호목장은 현재 아버지 배한식 대표의 소유이다. 배윤호씨는 직장생활 수준의 급여에 보너스와 인센티브를 받고 있다.
배윤호씨는 서울우유 조합원 승계를 비롯해 가업을 잇는 준비기간 중이라고 했다. “부모님이 아직 경제권을 갖고 계셔야 한다. 그래야 몸도 편안하고 여유 있게 사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