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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즐거운 나의 ‘집’

  • 등록 2018.12.26 10:32:34


규 현 교수(강원대학교)


하늘이 맑고 푸르고 구름 한 점 없는 겨울철 아침. 집 안에서 밖을 바라보면 매우 상쾌하고 그래서 기분이 좋다. 하지만 집을 나서는 순간, 밖은 내가 원하던 시원함이 아닌 추움으로 느껴진다. 오늘과 같이 한파 주의보 또는 경보가 발령이 되면 밖은 무척 깨끗하고 시원하게 보이는 경우가 많다. 햇볕이 따스할 것 같은 맑은 날씨인데 사람들은 움츠리며 거리를 거닌다. 왜 그럴까? 바로 ‘복사냉각’ 때문이다.
땅은 낮에 태양이 보내는 짧은 파장의 에너지를 흡수하여 온도가 올라가고 그 온도에 해당하는 긴 파장의 에너지를 방출한다. 낮 동안은 태양의 에너지가 계속 공급되므로 땅의 온도가 올라가게 되지만 밤에는 낮에 쌓아두었던 에너지를 대기 중으로 방출하게 된다. 이러한 에너지는 구름(수증기)이나 온실가스가 있다면 온실가스에 흡수될 것이고 없다면 우주로 나가게 된다. 또한 구름(수증기)이나 미세먼지는 땅에서 우주로 나가는 에너지를 반사하여 다시 땅으로 보내기도 한다. 즉, 공기 중에 구름(수증기)이나 미세먼지가 없으면 땅의 에너지가 우주로 저항 없이 나가버린다. 그만큼 지구는 에너지를 방출하는 것이 된다. 추운 겨울에 벽 근처 또는 나무 밑에 주차한 자동차를 보면 주위에 아무 것도 없는 곳에 세운 차와 비교하였을 때 유리창에 서리가 덜 낀 것을 볼 수 있다. 이것도 벽이나 나무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자동차에게 오고, 자동차에서 나온 에너지가 벽과 나무에 반사하여 다시 자동차에 오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이렇듯 밤에 에너지를 얼마나 잃느냐에 따라 우리가 느끼는 추위가 달라진다.
겨울이라 축사의 온도가 낮다. 여름에 더울까봐 지붕을 높게 만든 축사는 더 춥게 느껴진다. 햇살로 따스하게 된 축사의 바닥에서는 따뜻해진 만큼 그 에너지를 외부로 방출하게 된다. 그럼 축사 내부의 수증기나 온실가스를 포함하는 공기가 그 에너지의 일부를 저장하고 따뜻해진 공기는 축사의 위로 올라가게 된다. 따뜻한 공기는 차가운 공기보다 더 많은 수증기를 머금고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따뜻한 공기가 축사 위의 지붕과 만나면 공기의 온도가 떨어지고 머금고 있던 습기를 내놓게 되는데 이 때 지붕 안쪽 면에 물방울이 생기게 된다. 따라서 천장에서 비처럼 물방울이 떨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또한 따뜻한 공기가 위에 있고 가축이 살고 있는 아래쪽은 차가운 공기가 있기 때문에 공기가 위 아래로 순환하지 않고 정체된다. 이런 현상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것을 역전층(inversion layer, 逆轉層)이라고 하고 연기, 매연 등 오염물질들이 확산되지 않아 그 농도가 높게 된다. 축사 안에서도 암모니아, 먼지 등이 깔짚에서 나오는데 위로 확산되지 않고 정체되어 있으므로 아래 쪽 공기가 위쪽 공기보다 나쁠 수 있다. 따라서 위와 아래의 공기를 섞이게 하는 것이 에너지적 관점에서도, 공기 질 관점에서도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축사 내부 위쪽 공기와 아래쪽 공기를 섞이게 만드는 방법은 팬을 이용하여 강제적으로 위쪽 공기를 아래쪽으로 보내서 순환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축사에서 많이 사용하는 저풍량고속(Low Volume High Speed, LVHS) 팬을 이용하게 되면 바람의 방향은 아래쪽이기 때문에 위쪽의 공기를 효율적으로 아래로 보내지 못하며, 아래쪽에서 살고 있는 가축들은 바람으로 인해 추위를 더 느끼게 된다. LVHS는 그 풍속이 강하기 때문에 여름에는 효율적이지만 겨울에는 사용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럼 다른 환기방법이 있을까? 고풍량저속(High Volume Low Speed, HVLS) 팬이 있다. 이 HVLS 팬은 집에서 사용하는 천정팬(ceiling fan)과 같다. 팬의 방향을 바꿀 수 있으며 그에 따라 바람의 방향이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바뀐다. 즉, 여름에는 아래쪽으로 바람이 불어서 가축에게 바람이 직접 도달하고 겨울에는 위쪽으로 바람을 보내면서 위쪽의 따뜻한 공기가 천정을 지나 벽을 타고 내려오기 때문에 위쪽과 아래쪽의 온도 차가 줄어들게 되어 열효율이 높아진다. 물론 바람의 속도도 느리기 때문에 가축들은 추위를 적게 탄다. 2007년도에 열린 펜실베니아주 젖소 영양 워크숍의 자료(Harold K. House, The five key comfort zones of the dairy cow)를 보면 HVLS는 여름에 젖소의 열스트레스를 줄여주고 LVHS보다 에너지를 적게 쓰며 팬 가동시의 소음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2002년 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에서 열린 제41회 젖소의 날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자료(T. Shultz, Electric power saving fan options for cow cooling)을 보면 여름에 HVLS는 LVHS보다 86% 적은 전기를 사용하였다고 한다. 따라서 동물에게는 열스트레스와 소음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여름에는 전기 사용을 줄이고 겨울에도 사용할 수 있으니 경영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올 해 여름은 무더웠다. 방송, 신문, 잡지 등에서는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법으로 에어컨 온도를 조금 높은 온도로 설정하고 선풍기를 틀거나 air circulator를 사용하는 것을 알려주었다. 겨울철 난방에도 air circulator를 같이 사용하면 좋다고 한다. 사람이 사는 집이나 가축이 사는 축사나, 다 같은 ‘집’이다. 우리 집을 따뜻하게 하고 시원하게 하는 방법이나 축사를 따뜻하게 하고 시원하게 하는 방법이나 그리 다르지 않다. 행복한 나의 집이나 행복한 가축의 축사나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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