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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고전의 위대함과 삶의 지혜

  • 등록 2018.11.15 20:00:09


김 동 균 이사장(전 상지대교수, 강원도농산어촌미래연구소)


현재(2018년 11월) 지구상에는 76억6천이 넘는 사람들의 인생시계가 작동하고 있다. 사람의 사연은 한 사람 것만 늘어놓아도 엄청난 분량일 터인데 이 사연들이 상호간 얽혀 있는 내용을 늘어놓는다면 그 길이는 실로 우주적인 길이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 사연 속에 개인, 집단, 사회, 국가 그리고 세계가 굴러가고 있는 경이로운 순간 속에서 내 인생의 시계는 1953년도에 출간된 한 책자를 살펴보고 감탄하는 순간을 맞이하면서 실로 고전(古典)의 위대함을 새삼 느끼고 있다. 
미국의 철학자 앨런왓츠는 그의 명저 ‘해탈에 이르는 길’이라는 책에 명언을 남겼다.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인생은 결코 해답을 주지 않는다.” 필자는 이 말의 함축성을 공감한다. 실제로 우리가 당면하게 되는 ‘현재’라는 상황은 과거에 예상하던 것과 항상 같을 수도 없거니와 미래도 정확한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접하게 된 ‘죽음의 철학’에서 꽤 괜찮은 말도 발견했다.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다. 오직 현재만 있다. 현재 속에 과거는 기억이라는 형태로 녹아 있고 미래는 기대라는 모양으로 녹아 있다.”
이러한 속 깊은 사연도 쉽게 만나게 되는 현대 미디어의 편의성 때문에 전통적인 서적시장은 크게 위축되었고 머지않아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으나 알 수 없는 것이 미래의 상황인지라 속단하기는 어렵다. 문명의 가속도로 인하여 머지않은 미래는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전혀 딴 세상에서 사람들이 살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세태의 변화는 항상 양면을 가지고 변해왔다. 전통적인 중심부(흔히 코어라고 부르기도 한다)는 불변이면서 표면의 색채는 꾸준히 변해가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자동차나 비행기의 출현을 들 수 있는바 이들은 1세기 남짓한 역사를 지니고 있으면서 편의성은 크게 변했어도 코어는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보잉기는 발명된 지 60년이 넘었어도 비슷한 속도로 사람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 볼 때, 65년 전 발행된 고서에도 오늘날 우리가 되새겨 볼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은 미주리대학 농공학과 Wooley교수가 집필한 ‘Planning Farm Buildings’라는 것으로, 책모양도 고풍스럽지만 내용은 더욱 빛났다. 축산학 분야에서 볼 때에는 농공학은 다소 떨어져있는 영역 같지만 오늘날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동물복지적, 친환경적 원리를 살린 목장설계의 내용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되돌아보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동물들의 환경적응 방법은 물론, 효율적인 축산물 생산을 위한 시설구축의 원리와 설계방법, 축종별(젖소, 고기소, 돼지, 양, 닭 등)로 원리에 적합한 친환경적 설계사례에서부터 기존농장의 리모델링 방법, 그리고 편하고 쾌적하기 그지없는 농장 주택의 설계도까지 보여주고 있어서 여기에 규모를 조정하고 편의장비만 보충시킨다면 현대축산에도 손색이 없는 틀을 제공하고 있다. 삽화로 수록된 농장이나 목장의 모습을 보면, 수용된 가축들의 천국을 보는 것 같았으며, 우리는 지금 여기에 건축 재료를 목재나 건초에서 시멘트나 철제로 바꾸고 첨단장비라는 것을 보충하여 이용하면서 진정한 복지를 잠식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지우기 어려웠다. 물론 필자는 이 분야가 변모해 온 시기(1975~2010)에 생산된 주요 국가들의 자료도 비교해 보았는데 본질적인 면에서 이 책의 개념을 추월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점은, 1935년에 발표된 우리나라 축산원로이셨던 고 윤상원 교수님의 학위논문(텍사스A&M)에서도 발견한 바 있다.
이러한 생각은 금년 가을 국내에서 개최되었던 세계낙농연맹총회(IDF)에서도 확인했다. 우유가 인류생활에 기여한 면이나 세계적인 수요증가추세에 대비하여 낙농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인류를 먹여 살려야 한다는 당위성은 말할 것도 없고, 지구온난화를 대비하여 지속가능한 친환경축산을 해야 하며 동물복지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함을 강조한 회의였는데, 다양한 동물복지 분야의 사례들이 소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큰 틀은 1981년에 출간된 ‘Research and Development in Relation to Farm Animal Welfare’에서 이미 제시된바 있다. 필자가 1980년대 초엽에 국내 전문잡지에 ‘동물복지’를 언급했다가 ‘인간복지도 엉망인 세상에 동물복지가 말이 되는 소리냐?’면서 주변으로부터 면박을 당했던 것을 생각하면 금석지감이 있다.
실로 우리는 지금 정보의 홍수시대에 살고 있다. 연일 생산되는 사연을 살펴보기에도 겨를이 없지만 정작 자기와 직결된 사연들은 사람마다 다르다. 축산인에게는 새로운 축산소식이 중요하고, 정치인에게는 요동치는 권력의 추이가 절박할 것이다. 그러면서 또 한 편으로 탄식할 일도 많이 본다.  ‘어찌하여 저렇게 말도 안 되는 모순적인 일들이 버젓이 현실을 지배하고 나에게 까지 고통을 주는가?’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러한 결론이 내려지기 전까지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작용하여 그렇게 된 것이다. 물론 그 흐름 속에 누군가의 손에 의하여 흐름이 바뀌어(최 아무개 여인의 위대함이 대표적이지만) 그 현상이 나타났겠지만 그렇다고 개입한 자만 탓할 일도 아니다. 이러한 현상이 생기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당초에 인류에게 보편적으로 내재된 ‘착각’과 ‘욕심’이 불러 온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모순투성이 같은 세상은 (역설적이지만) 진실이다.
축산업계 역시 매년 크고 작은 모순으로 인하여 현장이 고통 받고 지내는 일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위기가 닥칠수록 원칙과 기본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그러하지 않고서는 작은 괘도의 오차로 인하여 인류의 미래가 지속가능한 상태로 생존해야 한다는 목표로부터 십만팔천리 떨어진 곳으로 날아갈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한국은 식량자급률 관리정책을 따져볼 때 이미 오래 전부터 외줄타기 신세를 벗어나기 어려운 상태에 와 있다. 비록 보세 가공적 성격을 지울 수 없지만 그나마 축산이 그 갭을 채우면서 ‘국내산’이라는 표시에 위로를 받으며 한국의 식품시장이 돌아가고 있다. 견고했던 국내 축산물 시장도 수입물량에 옷을 적신 지 오래되어서 잘 못하면 ‘국내산’에 위로 받아왔던 즐거움조차 어느 틈에 쓰나미를 만나 쓸려나갈지 알 수 없다. 우리 축산이 나가야 할 기본적인 방향은 이미 오래 전에 나와 있으나 이것을 실천하는 방법을 결정할 때 ‘첨단! 첨단!’만 부르짖을 것이 아니라 고전도 살펴 볼 것을 권한다. 식견 깊은 원로들을 잘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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