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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형만 한 아우

  • 등록 2018.10.19 13:12:08


김 성 훈 대표(피그진코리아)


그 옛날에 발견된 수메르 점토판이나 로제타석에 요즘 젊은 것(?)들이 버릇이 없다고 적혀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조금 억울하긴 하지만, 항상 그러했듯이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배워야할 것이 많은 세상인지라 젊은 사람들이 버릇이 없게 보일 수밖에…
형만 한 아우가 없다는 것은 먼저 태어난 형이 동생보다 보고 경험한 것이 많아서 지식이나 경험이 많은 만큼 모든 일에서 형이 동생보다 낫다는 것과 아우가 아무리 형을 생각한다 해도 형이 아우를 생각하고 사랑하는 마음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 물론 형 미칠 아우 없고 아비 미칠 아들 없다는 속담과도 통하는 말이다.
그런데, 형만 한 아우가 없고 아비만 한 아들이 없었다면 역사는 지속적으로 퇴보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형만 한 아우가 없고 아비만 한 자식이 없었어도 사회가 발전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아우나 자식이 열악한 편견 속에서도 고군분투하여 형과 아비가 이루지 못한 것들을 성취하고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2000년대 이후부터 양돈에도 2세 경영이 화두로 등장했다. 가업을 이어 줄  2세가 있는 집과 그렇지 않은 집의 미래에 대한 태도가 확연히 구분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가업을 이어 받을 2세를 육성하기 위해서 젊은 한돈인 CEO 대학을 운영하기도 하고 해외 선진 양돈 기술과 2세 경영을 주제로 워크숍을 열기도 하여 양돈 선진국의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청년 한돈인들이 가지고 있는 최대의 장점은 새로운 기술을 농장에 접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 사양관리 기술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ICT나 IoT등을 활용하는 기술이다. 과거 1세대의 환경으로는 생각할 수 없었던 수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운영 기술을 도입할 수 있게 되었다. 스마트폰을 전화기로만 사용하는 아날로그세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생산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2세 한돈인들이다.
2세 한돈인들이 증가하면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애로 사항 중 하나가 부모와의 갈등이다. 부모와의 갈등은 밖으로 드러나기도 하지만 때로는 속에서 곪기도 해서 문제가 되기도 한다. 갈등의 원인은 옛 속담에서 찾을 수도 있겠지만 해결방법은 지속적 대화로 신뢰 쌓고 확실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물론 말로는 간단하고 쉬운 일이지만, 지속적인 대화와 신뢰 쌓기, 그리고 확실한 역할분담 만큼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 세상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젊은 2세가 가야할 길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것을 예견할 수 있어 걱정스럽기도 하다.
그렇지만 2세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던 2004년과 2017년의 MSY(Market Pigs per Sow per Year; 모돈 두당 연간 비육돈 출하두수)를 국가통계포털의 8개월령 이상 모돈두수와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연간도축실적을 바탕으로 간단하게 계산해서 비교해 보면 2004년에는 도축두수 1462만 246두를 전년도(2003) 모돈두수 91만 93두로 나눈 16.06두 이었고, 2017년에는 도축두수 1672만 7882두를 전년도(2016) 모돈두수 88만 8047두로 나눈 18.84두로, 2세 경영이 확대되고 있는 동 기간 동안 MSY가 17.3%나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MSY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겠으나 전반적으로 우리 한돈산업의 생산성이 향상되고 있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형만 한 아우가 없을 수 있고, 아비만 한 자식이 없을 수도 있지만 형에서 아우로, 아비에서 자식으로 경영의 주도권이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생산성이 향상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형만 한 아우가 있을 수도 있고 아비만 한 자식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로 인정하게 되면 세대간 지속적으로 대화를 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신뢰가 쌓이게 되면 서로의 역할도 명확하게 구분될 수 있을 것이며 세대간 갈등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대가 짧아져서 쌍둥이 간에도 차이가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모든 1세 한돈인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좀 더 2세(아우, 자식)를 인정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형만 한 아우나 아비만 한 자식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도 생산성은 지속적으로 향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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