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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남성우 박사의 ‘相生畜産’ / 42. 美 농축산업계 민간 외교활동 - 나의 워싱턴 로비스트 시절

필자, 축협중앙회 워싱턴D.C 주재 미국사무소로 발령
美 정부·의회·단체 등과 교류…무역압박 완화 총력

  • 등록 2018.10.11 18:27:48


(전 농협대학교 총장)


▶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과정에서 축산물유통사업단을 설치하기로 한 우리 정부는 쇠고기수입 및 한·미통상업무를 원활히 하기 위해서 미국사무소를 개설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주재원으로 나를 지목했다. 그런데 축협중앙회 명의식 회장께서 유통사업단 주재원을 보내는 것보다는 생산자단체인 축협중앙회 대표를 파견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했고, 정부가 이 제안을 받아들여 나는 축협중앙회 워싱턴 D.C 주재 미국사무소로 발령이 났다.


▶ 그렇게 1989년 10월, 나는 가족들과 함께 워싱턴 D.C로 향했다. 나는 한국 출발 전 미리 최한규 소장과 연락해서 농·축협이 사무실을 같이 쓰기로 했었다. 거주할 집은 알아서 구해달라고 부탁해 놓았었다. 워싱턴 근교, 나무가 우거진 지역에 자리 잡은 아담한 3층짜리 타운하우스( 7009 Dunningham Place, McLean, VA, 22043 U.S.A.), 이곳이 우리 가족이 5년 반 동안 거주한 미국 주소였다.


▶ 국내에서 이사를 해도 복잡한데, 타국으로 이주하는 일은 참으로 할 일이 많았다. 무엇보다 급한 일은 아이들을 입학시키는 일. 페어팩스 카운티(Fairfax county) 교육청에 가서 입학서류를 갖추어 접수했다. 작은 아이(딸)는 한국에서 취학 전이었으므로 1학년에, 그리고 큰 녀석(아들)은 한국에서 5학년을 다니다 왔으므로 다시 5학년에 편입했다. 미국학교는 9월에 학기가 시작되므로 반년이 차이가 났다. 아이들은 영어를 할 줄 몰랐으므로 우선 영어교육 프로그램(ESL: English Second Language)에 편성되어 ABC부터 배워야했다.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지 걱정을 했지만, 예상외로 아이들은 적응이 빨랐고 영어도 나날이 향상되어 갔다.


▶ 미국사무소의 위치는 포토맥(Potomac)강이 내려다보이는 경치 좋은 곳으로, Room 701, 2600 Virginia Ave, NW, Washington D.C. 22101 USA. 바로 그 유명한 워터게이트(Watergate) 빌딩 701호였다. 그리고 바로 옆에는 워터게이트 호텔이 있다. 다행히 방이 두 개라 농협중앙회와 축협중앙회가 사이좋게 사무실을 공동으로 사용했다.


▶ 내가 미국사무소에서 해야 할 일은 ① 미국 정부의 축산정책 동향 조사  ② 미국 의회의 농축산관련 입법 동향 조사 ③ 미국 축산단체와의 교류 협력 ④ 미국 정부와 의회의 유력인사와의 교류 ⑤ 한국의 농축산업에 대한 대미 홍보 ⑥ 미국의 대한국 통상압력 완화 노력 ⑦ 세계 농축산관련 자료 및 정보 수집 ⑧ 방미 농축산관련 인사 현지 안내 ⑨ 주미대사관 농무관과의 업무 협력 ⑩ 축협중앙회의 지시사항 이행 등으로 매우 광범위했다. 어찌 보면 민간외교활동의 범주 내에 드는 모든 일을 수행한 셈이다.


▶ 나는 매주 2회씩 미국의 주요 인사들을 만나 교류의 폭을 넓혀 갔고, 정기적으로 미농무부의 자료를 수집해서 필요한 분야는 번역, 정리하여 본부로 보고했다. 내가 주로 접촉했던 곳은 미농무부 농업마케팅국(AMS), 해외농업국(FAS), 홍보실(PRO), 식품위생검사국(FSIS), 동식물검역국(APHIS), 농업협동조합국(ACS), 농업경제연구소(ERS) 등이었고, 정부간행물센타(GPO)에 들러 매주 새로 발간된 보고서나 관보 등을 수집했다. 축산국, 유통국, 경제연구소 등의 축종별 담당관이나 전문가들과도 만나 정보교환, 대화를 갖기도 했다. 의회 쪽에는 축산생산의 비중이 큰 주의 상·하원 의원실을 방문하여 의원, 보좌관 등과 교류를 넓혔다. 의원들의 일정에 맞추어 보좌관들과 함께 오찬, 만찬도 했다.


▶ 농축산관련 단체와의 교류에도 적극적으로 임했다. 워싱턴 D.C는 세계 정보의 중심지이면서 미국의 농축산관련 입법과 정책이 결정되는 곳이므로 농축산단체들이 거의 모두 워싱턴 주재 로비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주요 농축산관련 단체를 보면  전국농민연맹(NFU), 미국농업연합회(AFBF), 전국협동조합연합회(NCFC), 육우생산자협회(NCA), 전국낙농협회(NMPF), 전국양돈협회(NPPC), 전국가금협회(NPA), 전국육계협회(NBC), 미국육류수출협회(U.S. Meat Export Federation), 미국육류협회(AMI), 전국옥수수생산협회(NCGA), 전국사료곡물협회(NFGC), 전국소맥협회(NWA) 등이었다.


▶ 나는 미국정부, 의회, 농축산관련 단체를 만나서 한국의 농축산업의 현실을 설명했다. 어려운 상황에서 급작스럽게 축산물의 수입을 확대하는 것은 그동안 공고히 유지되어온 한·미 우호관계를 훼손할 수 있으며, 농촌의 붕괴로 이어질 경우 자칫 한국 내에서 반미 분위기가 생겨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우리는 무역장벽을 의도적으로 만들려고 하지는 않는다. 다만 국내 축산업의 유지가 절실한 상황이므로 소비량 증가에 맞추어 점진적으로 수입량을 늘려감으로써 국내 축산업의 연착륙이 필요하다는 점도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곡물협회 대표를 만나서는 한국의 사료곡물 수입량이 옥수수만 해도 연간 800만 톤에 이를 정도로 미 곡물 수출에 기여하고 있는데, 한국의 축산업이 붕괴되면 미국의 곡물수출도 타격을 받게 되니 한국 축산업이 유지·발전될 수 있도록 미국 내 여론 조성과 지원을 요청했다.


▶ 이렇게 방문 또는 회합 등을 통하여 설명하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미국 내 축산관련 인사들과의 친분도 두터워졌고, 그들의 이해도도 점차 높아지는 성과를 거두었다. 적극적인 홍보와 로비활동이 효과를 거두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관계의 중요성과 최선을 다하는 열정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또 한 번 깨닫는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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