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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남성우 박사의 ‘相生畜産’ / 28. 한우고기 일두백미(一頭百味)

우리민족 한우고기 단 한 부위도 버리지 않고 먹어
쇠고기 분류, 美 35개·日 15개…우리 120개로 세분화

  • 등록 2018.08.20 10:33:25


(전 농협대학교 총장)


▶ 어릴 적 시골 동네에서 드물게 소나 돼지를 잡는 날이 있었다. 대개 소는 부잣집에 경사가 났을 때 잡았고, 돼지는 형편에 따라 잔칫집이나 초상집에서 잡았다. 건장한 청년들이 도축에 동원되었고 아낙네들은 고기를 삶고 육개장, 내장탕, 선짓국을 끓이느라고 바빴다. 어른부터 아이들까지 모처럼 배부르게 먹었다. 어른들은 좋은 안주에 막걸리를 기울이며 행복해 했다. 동네 아이들은 오줌보에 물을 넣어 축구를 했다. 공이 없던 시절이므로 오랜만에 공차기를 한 게다. 그렇게 희생된 한우 덕분에, 이렇게 동네 전체가 즐겁고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 예전에 한우는 우리에게 모든 것을 주었다. 농사철에 농사일을 해주었고, 매일 두엄을 밟혀주었고, 아들에게는 등록금이 되었고, 딸에게는 혼수를 장만해주었다. 때로는 장사 밑천으로 쓰이기도 하고 논을 사는데 보태기도 했다. 고된 일을 하면서 불평도 없고 소리 한 번 지르고 반항해본 적도 없다. 소 장사에게 팔려가면서도 주인을 원망하지도 않았다. 작별할 때 선한 큰 눈망울에서 눈물 한 방울 뚝 떨어뜨린 게 전부였다. 모든 것을 참고 견디며 아낌없이 희생한 것이다. 죽어서까지 말없는 가운데 자신의 모든 것을 주고 간 한우, 얼마나 감동적인 희생인가. 그래서 우리는 한우를 영원히 사랑해야 한다.  


▶ ‘일두백미’라고 했다. 한우 한 마리에서 백가지 맛이 나온다는 말이다. 한우고기를 귀하게 여긴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한우고기 부위를 다양하게 구분해 그 맛을 즐기는 지혜를 우리에게 물려줬다. 현재까지 내려온 한우 부위별 이름만 해도 백여 가지가 넘는다. 등심, 안심, 갈비, 차돌박이 등은 우리가 자주 접하게 되면서 잘 아는 부위이지만, 살치살, 업진살, 홍두깨살, 보섭살, 토시살 등은 별로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부위의 이름이다. 이렇게 수많은 부위로 나누어 이용한 데는 이유가 있다. 고기를 먹을 때는 부위별 특성을 잘 알고 먹으면 그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생일날 미역국을 값비싼 등심을 넣고 끓여봐야 한우고기 특유의 담백하고 고소한 감칠맛은 나지 않는다. 국에는 등심의 절반 값도 안 되는 양지나 사태를 넣어야 제 맛이 나는 것이다.


▶ 참고로 한우고기 조리방법에 따른 적합한 부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불고기용으로는 목심, 앞다리, 우둔, 설도, 꾸리살, 부채살, 보섭살 ② 스테이크용으로는 안심, 등심, 채끝, 살치살, 안창살, 토시살 ③ 탕국용으로는 목심, 갈비, 양지, 사태, 설도, 앞다리 ④ 찌개와 전골용으로는 목심, 양지, 앞다리 ⑤ 수육용으로는 양지, 사태 ⑥ 찜과 조림용으로는 갈비, 사태, 우둔, 앞다리, 설도 ⑦ 볶음과 전·적(炙)용으로는 우둔, 설도를 사용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현명한 주부라면 이 정도는 알고 있어야 주부 9단이 아닐까.


▶ 우리민족은 한우고기를 단 한 부위도 버리지 않고 세분해서 먹었다. 등심, 갈비, 사태와 같은 살코기는 물론 양, 간, 염통에 우족이나 선지 심지어는 척추 뼈 속에 든 등골까지 빼먹었다. 20세기 미국의 문화인류학자인 마거릿 미드(Margaret Mead)여사는 우리 한민족을 쇠고기에 대한 미각이 가장 세분화된 민족으로 꼽았다. 그녀에 따르면 영국, 미국, 프랑스 사람들이 쇠고기를 최대 35개 부위로 분류해서 먹는 반면 우리 민족은 무려 120개로 분류해서 먹었다고 한다. 참고로 일본은 겨우 15개로 분류해서 먹었다.(주선태, 한우고기예찬) 
  우리가 음식점에서 접할 수 있는 쇠고기 요리를 보면 그 가짓수가 얼마나 다양한지를 알 수 있다. 구워서 먹는 등심· 갈비, 탕으로 먹는 설렁탕· 곰탕· 육개장· 소머리국밥, 삶아서 먹는 수육, 눌러서 먹는 편육, 졸여서 먹는 장조림, 특수부위인 꼬리곰탕· 우족탕· 도가니탕· 양· 곱창, 다져서 만든 떡갈비· 바짝불고기, 양념에 재운 불고기· 너비아니 등 수없이 많다. 쇠고기 요리에 관한 한 우리나라보다 더 다양하게 발전한 나라는 없을 게다.  


▶ 현재 우리나라의 축산물위생관리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한우고기의 분할 방법을 보면 10개의 대분할육과 39개의 소분할육으로 나뉜다. 사골, 꼬리, 양, 곱창, 천엽, 대창, 간, 염통, 소혀 등의 부산물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대분할육은 안심, 등심, 채끝, 목심, 앞다리, 우둔, 설도, 양지, 사태, 갈비 등 10가지이며 소분할육은 대분할육의 근육형성 모양에 따라 세분된다.


▶ 안심, 채끝, 목심은 단일 근육으로서 소분할육이 하나씩이다. 그러나 등심은 윗등심살, 꽃등심살, 아래등심살 3개의 소분할부위로 나뉘고, 앞다리는 꾸리살, 부채살, 앞다리살, 갈비덧살, 부채덮개살 등 5개 소분할부위로 나뉜다. 또 우둔은 우둔살과 홍두깨살로 소분할 되고, 설도는 보섭살, 설깃살, 설깃머리살, 도가니살, 삼각살 등 5개 소분할육으로 세분된다. 양지는 양지머리, 차돌박이, 업진살, 업진안살, 치마양지, 치마살, 앞치마살 등 7개 소분할육으로 나뉜다. 사태부위는 앞사태와 뒷사태로 구분되는데 앞사태의 소분할부위는 상박살 1개, 뒷사태의 소분할은 아롱사태와 뭉치사태 2개로 나뉜다. 갈비부위는 본갈비, 꽃갈비, 참갈비, 갈비살, 마구리 등 5개 소분할부위로 나뉜다.      
이렇게 많은 한우고기의 소분할 부위를 다 기억하기란 어려운 일이겠지만, 최소한 10가지 대분할육 부위만이라도 알아두었다가 구입할 때 용도에 맞는 부위를 선택하면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부위를 알고 먹는 만큼 맛도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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