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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논단>지구온난화 시대 가축 생존 해법

  • 등록 2018.08.06 10:03:00


김 동 균 이사장(전 상지대 교수, 강원도농산어촌미래연구소)


올해의 여름은 ‘지구 온난화 현상’을 전 세계의 사람들을 일깨워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방송은 연일 갱신되는 최고기온을 보도하기에 바빴고, 지구 전체가 고온현상으로 펄펄 끓고 있는 사진을 보여주기에 여념이 없었다. 온열환자로 세상을 떠난 사람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뉴스거리로 나왔지만 무슨 까닭인지 ‘가축집단폐사’소식은 단골메뉴에서 슬그머니 사라졌다. 여기에는, 사람들이 가축에 대한 더위 스트레스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체험한 끝에 서둘러 시설환경을 개선시킨 점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에너지대사의 신화적 태두로 알려진 클라이버(Kleiber) 박사는 온혈동물의 생존을 요약해  ‘열균형 유지의 결과’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저서 이름을 ‘생명의 불꽃(The fire of life)’이라고 붙임으로써 인문학적 분칠도 멋있게 했다. 제목만 보면 연애소설로 착각할만하지 않겠는가? 이 명저는 현대 가축사양학의 든든한 초석이 되었을 뿐 아니라 동물환경학, 동물복지학 그리고 시설환경학의 발전으로 연장되었기에 잠깐 들여다보고 갈만 하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은 나름대로 생존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도저히 생존이 불가능할 것으로 여겼던 곳에서 생명체를 발견하면 경이로운 눈으로 떠들어 댄다. 변온동물의 존재도 그 한 예이지만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인류를 비롯한 더운피 동물의 생존법칙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살아있으려면 끊임없이 먹어서 유효성분을 빨아들인 다음 몸체를 구성하는 모든 세포에 영양분을 전달하려고 피돌기를 유지해야 할 뿐 아니라 세포환경에서 이용하고 남은 노폐물을 제때에 치워야 한다. 이 과정이 원활한 개체는 살아남고 그러하지 않으면 우선은 일시적으로는 자신의 힘으로 버티다가 그 상태가 호전되지 않으면 생명줄을 놓게 된다. 즉, 자체조절능력의 한계를 넘어서면 부분적인 고장(질병)을 일으키고, 수리(치료)를 못 받으면 연쇄반응을 일으켜 전체가 망가져 생존이 정지된다. 이 원리는 사람이나 가축이나 심지어 기계(특히 자동차)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흡수한 생명의 원동력인 영양소는 몸속에서 끊임없이 태워져야 한다는 데에 문제가 발생한다. 이것을 태우려면 쉬지 않고 산소를 공급해 주어야하기 때문에 그것을 위해 숨을 쉰다. 들숨은 쉬지 않고 산소를 전달하기 위한 역할을 하고 날숨은 각 세포에서 생긴 쓰레기의 일부를 순간순간 버리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온혈동물의 마지막은 호흡정지, 심장정지로 마감된다. 그리고 평균적으로 살아있는 기간은 동물의 종에 따라 다른데 호흡이나 심장박동이 빠른 것일수록 짧고, 그 반대는 길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생쥐로부터 코끼리에 이르기 까지(그 중간에 사람도 끼어 있다) 에너지요구량은 ‘대사체중’의 승수를 조정하면 거의 비슷하다는 점이다. 이것은, 생명들이(종교적 이론을 붙이지 않더라도) 같은 원리로 명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이 냉엄한 생존원리에 뛰어 든 진객이 있었으니 그는 다름 아닌 ‘열환경’이라는 손님이다. 열환경(온도+습도+바람의 이동속도 등)이야 말로 온혈동물에게 가장 치명적인 환경인자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몸을 덥히는 이유가 세포를 살아있도록 유지하는 일꾼들(효소)이 필요한 열을 만들어주기 위함이고, 이렇게 열로 바뀐 에너지는 ‘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건넌 것이어서 무조건 몸 밖으로 버려야 한다. 항온동물의 체온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은 ‘단위시간당 몸속에서 만들어진 열의 분량이 몸 밖으로 발산되는 열과 같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소위 열역학의 이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는 여름철의 열기를 통해 열은 수준이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흐른다는 원리를 알고 있다. 그러므로 동물의 체온유지에 쓰고 남은 열은 몸 속에서는 전도열의 경로를 타고 피부로 전달되었다가 피하지방, 피부, 털의 관문을 거쳐 외부세계로 흩어진다.
  온난화 이전의 지구북반구에서는 이 문제가 쉽게 해결되어왔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좀 달라졌다. 이제는 바깥의 열이 몸 속으로 파고 들어올 것을 염려할 순간들이 찾아온 것이다. 이 역전현상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열기가 정체된 지구환경이 생태계의 변화를 초래한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다행스럽게도 가축들은 열조절용 기기의 도움으로 혹독한 열환경을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까닭에 앞으로 한 세대 후 지구상에 살아남을 덩치 큰 포유류로 사람이 보호하는 소가 으뜸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또 문제가 생겼다. 지구 전체를 덮고 있는 열돔 현상으로 이들이 먹어야 할 사료자원의 생산량이 급감할 전망이다. 먹이가 없으면 대형 반추동물도 과거의 공룡처럼 사라져 갈 운명에 처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한 마리라도 더 살리려면 생산된 초자원을 알뜰하게 써야할 필요성이 한 발 앞으로 다가왔다. 기존의 방법이 이용과정 중 손실량이 많다고 알려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그 귀한 자원들을 알뜰하게 쓸 것인가를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야 할 상황이 닥친 것이다. 더위가 심하면 ‘하고현상’으로 목초생산량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여기까지는 하늘이 정해준 것이기 때문에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수확방법, 저장방법, 품질유지에는 사람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 어떻게 하면 맛 좋은 상태로 한 마리라도 더 먹일 것인가?
이 점에 대해 과학자들은 다양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지만 ‘아는 것과 선택해 실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사람들의 의사결정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특히 정책을 결정하려면 알아야 할 것도 많고, 들어야 할 일도 많으며 기존의 방법으로 생업을 영위하던 사람들의 입장도 살펴야 한다. 그러나 좌고우면하다가 때를 놓쳐 버려진 아이디어도 무수하다. 근래에 조사료거점센터의 혁신적 운영과 낙농지구개발을 위한 정책지원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현상은 지구온난화시대에 대가축 기반을 생존시키기에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리가 살아남으려면 이웃인 다른 생명들을 희생시킬 것이 아니라 살려서 같이 가야한다. 현대 경쟁체제에서 생각한다면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가 답일 것 같지만 ‘네가 있으므로 내가 있다’는 생각이 한층 높은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