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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남성우 박사의 ‘相生畜産’ / 15. 전업가족농(專業家族農)이 중요하다

한국축산, 작지만 경쟁력 갖춘 ‘강소농’으로 체질개선
‘전업가족농’ 육성의 장 조성…제도적 뒷받침 절실

  • 등록 2018.06.29 10:38:07

[축산신문 기자]


(전 농협대학교 총장) 


농업경영 활동을 함에 있어 그 주체가 누구인가는 큰 의미가 있다. 과거에 소작(小作)을 하거나 소규모로 농작물을 재배할 때는 농사(農事)를 짓는다 했고, 그 주체는 농민(農民)이었다. 그 뒤 농지개혁이 일어나고 소작인이 소지주화 즉 자경농민(自耕農民)이 됐을 때도 그 규모는 여전히 작았고, 농가수도 많았으므로 역시 농민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농민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농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농사만을 업으로 하는 농업인(農業人)이 생겨났다. 농사(農事)가 농업(農業)화 되고, 농민(農民)이 농업인(農業人)으로 바뀐 것이다. 그래서 이제 농업도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한 모습을 갖추게 됐다.

농축산물을 생산하는 사람을 농업인이라고 정의한다면, 농업을 영위하는 주체가 누구인가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동안 농업의 주체는 농업인이었으나 농업의 효율성 제고와 경쟁력 제고를 명분으로 농업회사법인, 영농조합법인 등 농업법인이 생겼다. 이 중 다수의 법인들은 법인의 형식만 갖추었을 뿐 실질적으로는 몇 사람(심하게는 한두 사람)에 의해 경영되는 예가 많다. 정부는 현재 농업법인에게도 농업인과 같은 지위를 부여하고 정착을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2016년말 농업인구는 250만 명이고, 농가호수는 107만호다. 호당 평균 농경지면적은 1.5ha로 매우 영세하다. 농경지가 1ha 미만인 농가가 74만호로 전체의 70%에 달한다. 농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전업농은 59만7천호로 전체농가의 56%를 차지하고 있다. 

축산분야 만을 보면(2017말), 한우는 9만4천 농가가 287만두를 사육해 평균사육두수가 30두, 낙농은 6천500농가가 40만9천두의 젖소를 사육해 평균 63두, 양돈은 6천300농가가 약 1천100만두를 사육해 평균 1천780두를 키우는 것으로 조사됐다. 양계분야에서 산란계는 1천여 농가가 평균 6만7천수, 육계는 1천600농가가 평균 5만4천수를 사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축산분야에서 낙농, 양돈, 양계는 전업화가 많이 되어 있으나, 한우는 부업규모인 50두 미만 사육농가가 85%나 차지하고 있어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농촌의 인구 감소와 더불어 큰 고민거리의 하나가 고령화다. 나이가 65세 이상인 농업인이 40%를 차지할 정도로 고령화되어 있다. 이들은 고향의 땅에서 평생 지어온 농사 밖에는 달리 할 게 없고, 다른 일을 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죽을 때까지 건강이 허락하는 한 농사라도 지어야 한다. 그러니까 농사를 지으며 사는 것을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들이 힘이 있을 때까지는 농업을 계속 영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향에서 농사일을 하는 것이 이들에게는 그나마 행복한 삶일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10년 후면 이들은 농사에서 은퇴할 것이고 젊은이가 적은 농업분야에서 영농의 규모화는 저절로 진행될 것이다. 이들이 남겨 놓은 농지나 농장이 도시 자본가의 손에 넘어가지 않고, 후계자가 없을 경우 다른 후계농업인(전업가족농)에게라도 물려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농지은행, 축사은행제도 등을 현실에 맞게 개선하는 것은 어떨까. 그래야만 농업의 전업화가 실현되고 ‘전업가족농’ 이 육성될 수 있다. 전업가족농이 규모화를 통해서 작지만 경쟁력이 있는 강소농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농사가 농업으로 바뀌고 부업축산이 전업축산으로 바뀌면서,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전업농축산인’ 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이들이 바로 우리 농축산업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농업의 역군들이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식량생산을 책임지고 있는 농축산업의 중요성을 올바로 인식한다면, 이들이 농축산업을 지킬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농촌을 떠나지 않고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위상에 걸맞은 가치부여와 지원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장차 우리나라 농업이 튼튼한 산업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전업가족농(full-time family farmer)의 육성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이들이 농업에 애착을 가지고 정책해야만 농축산업이 농촌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근래 기업이 농축산물 생산에까지 참여하는 사례가 늘면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에선 일부 기업이 농장을 매입해서 직영하거나 농가에 위탁경영을 맡기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온실재배시설, 농기계장비구입, 축사신축 등에 소요된 막대한 자금압박, 농축산물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 임금 사료값의 급등에 따른 생산비 증가 등을 견디지 못하고 도산한 농가들이 기업의 근로자로 전락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도산한 농가들은 더 이상 농업인이 아니다. 기업에 예속되어 지시대로 움직이는 근로자일 뿐이다. 따라서 농업의 주체가 근로자로 전락되는 이러한 현상을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작지만 강한 농업을 위해서는 ‘전업가족농’ 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제는 ‘규모화가 곧 경쟁력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규모화와 함께 가족경영을 통한 작지만 강한 농업(强小農)을 육성해야 한다. 정부는 농축산업 정책의 기본 방침을 ‘전업가족농육성’에 두어야 한다. 그들이 농축산업을 지속적으로 영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고, 생산한 농축산물을 제값 받고 판매할 수 있는 유통체계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전업가족농이 농축산업의 주체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때, 농업인이 살고 농촌이 사는 나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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