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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남성우 박사의 ‘相生畜産’ / 14. FTA보다 무서운 축산업 규제

개방 파고 대응 힘겨운데 축산규제에 사면초가
초심으로 돌아가 기본 위에 바로 설 때 생존 가능

  • 등록 2018.06.27 10:56:14


전 농협대학교 총장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다른 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것은 2004년 4월 1일 발효된 한·칠레FTA다. 이 협정에서 축산분야 중 돼지고기 관세를 10년 간 철폐해나가기로 합의함으로써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 이후 많은 나라들과의 협정이 이어졌고, 주요 무역상대국인 EU와는 2011년에, 미국과는 2012년에, 호주와는 2014년에, 캐나다· 뉴질랜드· 중국 등과는 2015년에 FTA가 발효되었다.
쇠고기의 경우 관세율이 40%에서 15년 후 0%로 철폐되는 개방일정으로, 매년 2.6~2.7%씩 줄어들게 돼 있다. 이 스케줄대로 라면 우리의 주요 수입국인 미국산 쇠고기는 2026년에, 호주산과 캐나다산은 2029년에 관세율이 제로(0%)가 된다. 돼지고기의 경우 관세율이 냉동육 25%에서 5년 후 0%로, 냉장육은 22.5%에서 10년 후 0%로 낮아지도록 돼 있다. 칠레산 돼지고기는 이미 관세가 철폐됐고, 주요 수입국인 EU와 미국산 냉동육은 2016년에 이미 관세가 철폐됐고 냉장돈육은 2021년에 철폐된다. 캐나다산은 냉동육이 2019년에 냉장육은 2027년에 관세가 철폐된다.
각 국과 FTA협정이 추진될 때마다 축산분야의 피해규모를 놓고 많은 논란이 있었다. FTA로 인해 공산품, 서비스분야는 수출이 증대되어 큰 이익을 보는 반면에 농축산분야는 피해가 클 것이 예상되므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러나 피해의 규모나 지원방법에서는 의견이 많이 갈렸다. 학계에서조차도 의견이 분분했고 피해의 규모를 산정함에 있어 국내생산 감소액을 채택한 것에 대해서는 논란이 컸다. 피해액은 생산감소 뿐만 아니라 연관된 많은 다른 요소(예를 들어 연관산업 피해)들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었다.
FTA이후 축산물 수입량 변화를 보면, 쇠고기의 경우 2006년 17만2천 톤에서 2016년 36만3천 톤으로 111% 증가했고, 돼지고기는 2006년 21만1천 톤에서 2016년 31만8천 톤으로 51% 늘어났다. 특기할 것은 냉장육 수입의 증가가 두드러져, 2016년 쇠고기 냉장육 수입량은 약 6만 톤이나 되고 돼지고기 냉장육 수입량도 2만 톤이나 되며, 매년 수입량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입냉장육은 품질과 맛에 있어 국내산 육류와 직접 경쟁할 수 있는 품목이기 때문이다. 수입이 급증한다는 것은 소비자가 찾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수입축산물의 관세가 떨어지는 만큼 국내산의 가격경쟁력도 떨어질 것이다. 점점 더 깊은 터널로 들어가고 있다는 느낌, 그리고 어떻게 그 터널을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교차된다.  
 그런데 FTA에 대응하기도 벅찬 때에, 이 보다 더 무서운 것이 우리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축산업을 둘러싸고 있는 상황을 보면 가히 설상가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무)허가축사 규제, 축산환경규제 강화, 반복되는 전염병 발생, 가축분뇨와 냄새, 수입축산물의 급증, 국내산 축산물의 생산비 상승, 축산물 유통구조의 급변, 축산업 후계자 부족, 농장 근로자 부족, 지방자치단체의 축산업 홀대, 축산물이 건강에 해롭다는 오해, 축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불신, 축산인에 대한 질시, 종합적으로 축산업 전체에 대한 불신과 부정적 인식, 이런 악재들이 우리 축산업을 둘러싸고 있으니 위기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어떻게 지켜온 축산인데 안타깝기 그지없다. 23년 전 시작된 UR의 격랑을 넘고 여러 나라와의 FTA 파고를 넘어 이만큼 성장시켜 왔는데 주저앉을 수는 없지 않은가.
현안 중에 가장 시급한 것은 미(무)허가 축사문제 일 것이다. 현실을 보면 농가마다 사정이 다르고 문제의 성격이 다양하며, 지자체의 접근방법이 달라서 많이 뒤엉켜있다.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걱정이다. 중앙정부만 해도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국토부 등으로 관련 부처가 다르다 보니 문제를 보는 시각도 제각각이고 현실에 대한 인식도 다르다. 지방자치단체는 주민들의 민원과 생활불편을 내세워 조례라는 수단을 동원해서 축산업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정부가 축산농가의 생존이 걸린 문제임을 고려해서 최대한 구제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환경과 냄새문제를 유발하는 가축분뇨 문제는 자원화가 답이다. 그리고 가축분뇨자원화는 공공인프라 차원에서 국가가 주도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공동자원화시설 입지조차 확보할 수 없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가축분뇨의 냄새문제는 농가는 사육시설을 개선하고 적정 사육밀도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지자체는 축사나 축산관련시설이 이미 입지하고 있는 지역에 시설 및 주택 건축허가를 자제해야 한다. 축사가 이미 자리 잡은 지역인 줄을 뻔히 알면서도 나중에 들어와 살면서 민원을 제기하는, 즉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내는 현상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주민들의 집단민원 때문에 축사를 이전 하라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일이다.
반복되는 전염성질병 문제는 먼저 축산농가가 해야 할 일을 충실히 하자. 내 농장은 내가 지킨다는 정신무장을 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 농협, 단체는 방역시스템을 운용함에 있어 철저를 기해야 한다. 그래야만 방역에 틈이 생기지 않는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 그간에 미루고 또 미루어 온 일들이 많다. 이제 우리 모두 기본으로 돌아가 차근차근히 바른길[正道]을 걸어가자. 너와 나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일을 함께 하자. 역사는 승자의 몫이라고 했다. 우리 후손들에게 건실한 축산을 물려주자. 그것이 역사의 승자가 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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