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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들은 우리와 소통하길 원한다

  • 등록 2018.05.04 14:07:16

[축산신문 기고]

전중환 농업연구사(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드넓은 초원에서 가축들이 노닐고 있는 장면 혹은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첨단기기들로 채워진 시설들에서 가축들이 생산되는 장면 등 요즘 신문이나 TV방송 어디를 봐도 동물복지와 ICT에 대한 흥미로운 얘기들로 넘쳐난다. 이처럼 축산환경의 개선과 사육기술의 발달 뒤에는 가축과의 소통이 중요하며 바로 ‘가축사육은 가축을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한다’라는 것이다.
가축사육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가축의 상태를 확인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가축을 사육하는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가축들을 둘러보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하는데 밤사이 가축과 시설에 어떤 문제가 없었는지를 둘러보기 위한 것으로 특히 사료를 남긴 개체가 있는지 혹은 움직임에 어려움을 보이는 개체가 있는지 등 가축의 상태를 살피는 매우 중요한 가축관리의 절차이다. 즉 가축들이 보여주는 행동들에 기초하여 그들의 상태를 이해하기 위한 행위인 것으로 가축과의 소통이 시작되는 시점이기도 한 것이다.

동물행동학의 선구자
‘동물이 왜 이런 행동을 보일까?’라는 단순한 궁금증에서부터 보다 깊이 있게 동물을 이해하기 위한 수단으로 동물행동학이 발달해왔다. 동물행동학의 선구자인 콘라트 로렌츠 박사는 동물 본능을 연구하는 비교행동학을 창시한 사람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로렌츠 박사가 갓 부화한 회색 기러기 새끼를 어미에게 넘기려는 순간 소리를 지르면서 떠나지 않는 것을 보고 ‘각인(Imprinting)에 의해서 새끼가 처음 본 대상을 어미로 생각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가축행동학의 대전환을 맞게 된다. 로렌츠 박사는 이후에도 산호초 물고기의 공격성 등에 대한 연구결과들을 발표하면서 1973년 노벨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동물행동과 가축관리
우리는 로렌츠 박사처럼 저명한 동물행동학자는 아니지만 가축을 관리함에 있어 자연스럽게 가축의 행동을 관찰하고 활용하는 방법들을 터득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발정감지를 위해 한우나 젖소의 경우 승가행위를 하는 개체를 찾기도 하고, 돼지의 경우 사람이 암퇘지의 등을 눌러보기도 하는데 이것이 가축을 이해하고 관리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좋은 예이다.
또한 가축들은 심리적인 혹은 신체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료섭취량이 줄거나, 이상행동을 나타내거나, 소리(발성음)를 내는 등 관리자에게 다양한 메시지를 보내는데 이를 잘 이해하고 문제점을 해결할 경우 가축의 스트레스를 줄여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축산농가의 생산성이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즉, 가축이 보내는 메시지에 대해 잘 이해하고 소통하는 것이 가축관리의 핵심이다. 가축들은 우리들과 소통하기 위해 수많은 메시지를 보내지만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변화와 기대
그동안 동물행동학은 관찰자의 주관적인 관찰에 많은 부분을 의존함으로써 발전의 속도가 매우 느리고 많은 오류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동물행동학의 획기적인 발전과 더불어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는 안면인식, 음성인식 등 생체인식기술을 포함해서 수많은 첨단기술들을 축산분야에 활용하여 가축을 이해하기 위한 연구가 시도되고 있다. 이러한 첨단기술들은 지난 반세기 동안 기술적 한계로 다다르지 못했던 영역을 한순간에 뛰어넘고 있어 머지않은 미래에 가축이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의 상당부분을 분석해낼 수 있을 거라 기대된다. 향후 가축과 사람이 소통하는 매개체로서의 기술 개발이 이뤄진다면 동물행동학에 있어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고 이와 더불어 가축관리에 있어 새로운 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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